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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故 장덕후 선교사님의 영전에

장덕후 (張德厚) 선교사님, 온 국민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받다가 정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는 요즘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십니까! 젊어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자원개발에 진력하다가 중년에 접어들어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북한 동포를 위한 선교활동을 벌이셨지요. 처음에 전공으로 택한 물리학을 계속했더라면 성공하셨을 텐데 어느날 갑자기 법학으로 전향하고, 또 국내의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적도의 밀림을 누비셨습니다. 새천년 직후에 만났을 때 제가 우리 대학생들이 북한과 통일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1] 우리가 도외시했던 쪽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것은 합법적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자유북한인들을 선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그러한 활동을 하시도..

People 2022.05.25

[인연] 라디오 사연 청취의 즐거움

코로나 집콕 하면서 소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얼마 전 이 블로그에 기사를 올릴 때 그와 관련된 음악을 찾으려고 YouTube 검색창에 입력을 했다. 그랬더니 해당 음악의 공연장면 동영상과 함께 이상한 화면이 뜨는 것이었다. 검은 바탕에 큰 활자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말이 색색깔로 나와 있었다. 일반적인 YouTube 동영상 썸네일과는 달리 촌스럽게 보이는 PT용 슬라이드 화면이었다. 전에 모 라디오 방송에서 양희은이 진행하던 청취자의 '인생 사연' 프로그램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궁금한 나머지 뮤직 비디오를 찾는 일을 멈추고 클릭을 하니 진행자 혼자서 목소리를 바꿔가며 제보자의 기막힌 사연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마침 컴퓨터 모니터를 보느라 눈이 피곤해 있던 터라 눈을 감고 듣기로 했다. 아니 조금 ..

People 2022.04.26

[조사] 진정한 애국자는 바로 어머니

금년 들어 계절이 바뀔 때 부고(訃告)를 많이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조문을 다니기도 어려워 좌불안석이었는데 대부분 아흔이 넘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 한편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하기야 상주의 나이가 칠십이 넘었으니 세상을 떠나시는 부모님은 대부분 장수의 복을 누리신 호상(好喪)이었다. 며칠 전 이메일로 받은 동창회의 부고도 마찬가지였다. 저희 어머니 윤재순 님이 미국시간 4월 16일 오전 9시 10분 10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는 미국 뉴저지 주 맏아들 댁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사랑과 지혜의 삶으로 가족은 물론 지인들의 사랑을 받으시며 행복한 일생을 사셨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는 분들께 소식을 전합니다. 송혜순..

People 2022.04.20

[인물] S급 인재는 거져 나오지 않는다

※ 우연찮게 오프라인 세미나 장에서 만난 제자 Student와 대학 시절의 스승 Professor가 공통의 화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인재제일주의'를 부르짖던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 계열사 사장들에게 1년의 절반 이상은 S급 인재, A급 인재를 찾는 데 쓰라고 엄명을 내렸다.[1] 그가 S(Super)급 인재가 2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는데 슈퍼S급 인재는 나라의 운명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복 받은 민족이다. S급 인재를 여러 명 두었고 지금도 그 혜택을 누리고 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온 국민이 존경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피터 드러커 교수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체화한 인물로 극찬했던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등. 그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

People 2022.03.29

[Book's Day]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G : 이번 달엔 무슨 책을 골라 오셨나요? P :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면돗날 하나 차이(razor thin)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개표 결과를 지도로 표시해 놓고 보니 우리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있어 남북전쟁을 치룬 미국만큼이나 심각해 보였어요. 윤석열 당선인이 링컨 같은 지도자가 되어 국가적 통합을 이루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한길사, 1996)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G :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는 단테처럼 중세 이탈리아의 피렌체 출신[1]인데 당시의 이탈리아 상황은 어떠했나요? P :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5~16세기 이탈..

People 2022.03.13

[인물]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고등학교 시절 음악을 가르쳐주신 김두완 선생님 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게 되었다.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형님이 귀국할 때 들고 온 라디오 겸용 포터블 전축으로 FM방송을 듣고 음악 선생님이 가끔 물어보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손을 들고 제법 아는 척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클래식 명곡이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6번("전원"),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엘가의 "사랑의 인사" 그리고 사라사테가 연주하는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을 꼽을 수 있으며, 이 곡들은 여전히 나의 애청곡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중에서도 에드워드 엘가(Sir Edward William Elga, 1857-1934)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는 로맨틱 무드에 잠길 때면 듣고 ..

People 2022.03.09

[인물] 좋은 일진(日辰)이란 무엇인가?

일반대중이 보는 신문・잡지 치고 ”오늘의 운세“ 또는 ”이달의 운세“ 난을 두지 않은 게 없다. 인터넷 매체도 모바일 기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해놓았다. 대부분 이를 '미신'으로 치부하면서도 사람들은 과연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읽는 것일까. 아니면 십자말(Crossword) 퍼즐이나 수도쿠(數獨, Number Place)처럼 심심풀이로 읽어보는 것일까. 일찍이 사주추명학(四柱推命學)의 고수가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자동차를 몰고 먼길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당연히 미리 차량 점검을 하고 연료도 가득 채우고 지도로 코스를 확인한 후 – 요즘은 내비게이션으로 소요시간을 체크하는 정도이지만 – 고속도로나 국도를 택하여 출발할 것이다. 여기서 사주팔자는 차종(배기량, 馬力), 10년 대운은..

People 2022.03.08

[심리] 생각에 관한 생각의 오류 - 편향

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종종 '우물안 개구리'(정중지와, 井中之蛙) 같은 사고와 행동을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애국심은 누구 못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국가적 중요 사항에 관한 여론조사는 요리조리 피하면서도 여론조사 결과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 자기가 조사한 바로는 틀림없이 A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대상 범위를 크게 넓혀보면 A가 아닌 B라는 결론에 도달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는 A가 맞는 듯 싶었으나 데이터로 처리하기 어려운 인간 심리나 예측 불가한 여러 요인을 고려해보니 A가 아닌 B를 택하는 합리화된 편향적(偏向的, biased)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경제면 신문기사를 ..

People 2022.02.18

[Book's Day] 연어, 나목(裸木), 탐조(探鳥)

G: 2월 13일 Book's Day에는 무슨 책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P: 벌써 제주와 남부 지방에서는 화신(花信)이 당도했다고 들었습니다. 새봄에 맞는 꽃은 동백꽃, 매화, 수선화, 유채꽃, 산수유 등 많이 있습니다. 집안에 프리지아와 안개꽃 한두 다발 꽂아두면 봄을 미리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이러한 견지에서 자연을 관조하는 글을 몇 편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G: 관조(觀照)라면 옛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美)을 느끼기 위해 조용히 바라보고 비추어본다는 말인데, 이것을 소재로 한 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P: 지금도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안도현 시인의 《연어》, 박완서 씨의 《나목(裸木)》의 몇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잘 아시다시피 《연어》는 모천회귀 본능이 있는 이 물고..

People 2022.02.13

[인물] 흙수저의 성공방정식과 전자 레인지

G: 지난번 소개해주신 패션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 이야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P: 아, 그래요? 헬무트 뉴튼은 자기가 처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길(survival)을 모색한 사람이었지요. 오늘 말씀드릴 인물은 그야말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남다른 노력을 해서 개인적으로도 성공하고 인류에게 큰 유익을 안겨준 사례라 하겠습니다. G: 역경을 딛고서 성공했다니 요즘처럼 삼포자, 오포자가 속출하는 세태에 본받을 점이 많겠군요. 동양사람인가요, 서양사람인가요? P: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 1894~1970)라는 미국의 엔지니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군사과학 분야에서는 '제2의 에디슨'이라 불릴 만큼 유명한 인사입니다. 호기심 많은 발명가일 뿐만 아니라 ..

People 202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