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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내 고향의 시인, 신석정 선생

마치 먼 이국 땅에서 오랜만에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시인 신석정(申夕汀. 본명 申錫正, 1907~1974)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전신인 불교전문강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김제고교와 전주상고 국어교사를 지냈다. 내가 전주에서 살 때 그분을 전북이 자랑하는 시인이라고들 말했다. 나에게는 사촌형수의 친척이므로 사촌의 팔촌보다는 가까운 사이였던 셈이다. 엊그제 친구가 보내준 시 가운데 신석정 시인의 시가 여러 편 들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오랜 마음 닦음 후에 나타나는 명경지수(明鏡止水) 같은 시어(詩語)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몇 편을 읽고 또 읽으면서 영어로도 옮겨 보았다. 여기서 인공지능(AI) 번역기를 써 볼 생각을 하였지만 "그 마음" 첫 연에서 그만 막히고 말았다..

People 2023.07.24

[Book's Day] 간과했던 성공요인: 아웃라이어

G : 장마철에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요즘 비가 자주 내리는데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아주 좋겠어요. P : 네, 7월의 Book's Day에는 무슨 책을 소개하는 게 좋을까 궁리하다가 제 서가를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화제가 되었던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눈길이 갔어요. G : 네, 저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즉 하루 3시간 이상 10년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법칙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지요. P : 그렇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한국 나이를 없애고 만 나이로 통일한 것 잘 아실 거예요. 저는 《아웃라이어》 첫머리에 나오는 캐나다의 스키 선수 중에는 압도적으로 1, 2월 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

People 2023.07.13

[가사] 효도를 권장하는 노래

201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 일원에는 여러 소문난 명물이 있다. 그 중 올림픽 기념공원 부근에 황태 전문 대형식당이 있다. 한 번에 버스 여러 대 백 명 이상의 손님을 맞을 수 있다. 그 입구에는 업소 주인의 개성을 보여주는 여러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권효가(勸孝歌)가 적혀 있는 액자가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천자문(千字文)과 같은 4ㆍ4조의 가사체(歌辭體) 운문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작자 미상의 사언절구 한시(漢詩)를 바탕으로 한 규방가사(閨房歌詞)의 하나였다. 시중에 퍼져 있는 것은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이한 것이다. 효(孝)의 현대화라 할까 국제화를 위해 차제에 영어로 옮겨보기로 했다. AI 번역기 중에서도 Papago에 초벌 번역을 맡..

People 2023.06.07

[Book's Day] 챗GPT와의 인터뷰: 게으른 독서가에 대한 권면

※ 다음은 2023년 5월의 Book's Day에 했던 챗GPT와의 인터뷰가 상당히 유익했다고 판단되어 우리말로도 간추려 옮기고자 한다. TED나 세바시의 15분 강연이나 드라마/영화의 요약판에 익숙한 세대일 수록 장문의 텍스트를 읽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글을 잘 쓰고 보고를 잘하는 능력이 생각하는 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면 요약(Executive Summary)을 읽기보다는 장문의 텍스트를 읽는 훈련을 쌓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매우 유용한 인터뷰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 Interview with ChatGPT in English Q1. AI 언어 모델로서 챗GPT가 이용자로부터 받은 작업지시 중에서 문서 요약(summarization)은 얼마나 되는가? 최근 건수 기준으로 ..

People 2023.05.14

[Book's Day] 이병주의 '소설 알렉산드리아'

G : 금년 봄은 꽃 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고, 또 꽃이 진 후엔 꽃샘추위가 불어 특히 과일나무들이 냉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네요. 이번 달에는 무슨 책을 소개해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P : 이병주(那林 李炳注, 1921~1992) 씨는 마흔이 넘어 늦은 나이에 등단[1]했음에도 초인적인 필력으로 수많은 장편 단편 소설을 남기고 갔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소설과 수필 몇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그분이 작고한 나이가 되니 "사람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또 "무엇으로 기억이 될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예요. G : 이병주 선생 하면 떠오르는 게 있어요. 빨치산이 주인공인 장편 대하소설 《지리산》, 나중엔 표절 시비에 휘말렸지만요. 또 구한말 이상사회 건설을 꿈꾸..

People 2023.04.13

[Book's Day] AI 시대의 '이규태 코너'란?

G :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때 들려주신 '사랑'에 관한 詩와 이야기는 타이밍이 아주 좋았습니다. 오늘은 남성이 여성에게 그 답례로 선물을 한다는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P : 그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인공지능(AI)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지난 달 귀한 책 선물을 받았거든요. 옛 직장에서 신입사원 시절부터 존경해 마지 않던 정봉렬 시인이 서가에 넘치는 책을 정리하던 중 '이사 다닐 때 제일 먼저 챙겼던 책들'이라며 저에게 이규태 전집을 선물로 보내 주셨어요. G : 저도 압니다. 조선일보에 장기간 연재되었던 '이규태 코너'를 책으로 묶어 조선일보, 월간조선 등을 정기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나눠준 비매품(非賣品) 책 아니었습니까! 몇 년에 한 번씩 그 책이 나올 때마다 신문과 ..

People 2023.03.13

[IT] Some Things about ChatGPT

OpenAI.com의 초거대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GPT) 챗GPT가 등장한지 불과 몇 달 만에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보이스피싱, 딥페이크 같은 그의 오ㆍ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치 미국의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1926-1997)가 쓴 다음 시를 읽는 것 같다. 反산업문명, 반전, 성적소수자 같은 이슈를 둘러싸고 히피 세대를 대변하였던, 늘 논쟁거리를 몰고다녔던 그 사람이다. 앞으로 이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적용한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좋든싫든 간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입..

People 2023.03.08

[이민] 미국 사회에서 한국이민자의 역할

미국에서 형님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미국에 한국인 이민이 도착한 것은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파인애플 농장에 노동자로 온 것이 효시라고 한다. 하와이는 일제 압박을 피해 도산 안창호가 와서 정신개조 독립운동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1]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후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이민자의 수는 220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아래의 질문을 챗GPT에게 던져 보기로 했다. 1. 평균적인 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 이민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 무슨 역할 또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까? 2. 이민자의 국적으로 볼 때 한국계 이민자 수는 몇 번째인가? 미국 사회에서 저명인사가 된 한국 이민자를 10명만 꼽는다면? 3. 유럽계 ..

People 2023.03.01

[장례]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2023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산마테오에 사는 형님(박훤장/朴烜璋)의 건강상태가 안좋다는 소식이 들렸다. 7년 전 담도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담관 절제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까지 받으셨고 우리는 잘 회복하신 줄 알았다. 그 사이 일시 귀국하여 보훈병원에서는 고엽제 후유증 진단을 받으신 터였다. 2022년 9월에는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기념하여 부부동반으로 스페인 일주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했다. 형님은 워낙 등산을 좋아하셔서 이곳저곳 캘리포니아 소재 국립공원에 가서 등산복을 입은 사진을 풍경 사진과 함께 보내오셨기에 건광관리를 잘 하고 계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는 호스피스 홈케어를 받으실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2007년 UCLA 로스쿨 방문교수 시절 형님의 신세를 많..

People 2023.02.26

[Book's Day] 발렌타인 데이의 사랑 詩

G : 선생님 이번 달 Book's Day는 13일이 아닌 14일이네요. 오늘 책을 소개해 주시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P :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면 결혼 10년차가 지난 겁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아닙니까? 우리에게 '발렌타인' 하면 위스키가 먼저 떠오르지만, 서양에서는 3세기 금혼령이 내려진 로마 병사들을 위해 비밀리에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 당한 발렌타인 사제를 기리는 날이라고 하죠. 여기에 초콜렛이 가미된 것은 초콜렛 파는 상인들의 상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고요. G : 오늘 FM 방송에서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를 듣고 헛웃음이 나왔어요. 김경미 시인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실래요? 커피숍 바로 옆 테이블의 젊은 남녀 두 사람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여자는 뭔가 ..

People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