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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9

[인연] 고요할 '靜' 자에 얽힌 사연

우리나라의 남녀노소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가요 중에 이선희의 인연(因緣)이 있다. 영어로는 "Fate" 또는 "Destiny"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내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영어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께요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데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You're an unexpected gift in my life filled with misery and troubles. I'll brush upon the lovely gift lest it should get any stain. Our encounter briefly passed as if in a drunken ..

People 2022.01.25

[추모] 故 윤성근 판사님의 영전에

아, 이게 어인 일입니까! 편찮으시다는 말을 듣고 지난 연말에도 새해에는 건강을 잘 챙기자는 덕담도 서로 나눈 참이었는데 신문 부고 난에서 1.11(수)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욱이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조문도 사절하신다고 하여 마지막 가시는 모습도 뵙지 못했습니다. 정말 송구합니다. 다행히 판사님[1]과 친분 있는 송웅순 변호사가 작년 말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 책자[2]를 보내줘서 판사님의 빛나는 발자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지요. 판사님의 평소의 지론과 지나온 삶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 저로서도 여러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12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UNCITRAL(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담보법제에 관한 워킹그룹 회의 때였죠...

People 2022.01.19

[Book's Day] 도발적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

G: 매달 13일 책을 한 권씩 소개해 주시기로 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P: 네, 은퇴 후의 삶이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시간이 시속 70km로 빨리 달리는 것 같습니다. G: 오늘은 무슨 책인가요? P: 제가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학기 중에 꼭 소개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를 쓴 코엘료, 영화 을 만든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그리고 오늘 소개할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로 불렸던 헬무트 뉴튼 세 사람이었지요. G: 앞의 두 사람은 저도 알겠는데, 헬무트 뉴튼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P: 그럴 거예요. 패션 사진작가였거든요. 그런데 그의 삶의 이력이 좀 독특하여 에로티시즘(官能美)을 패션 사진에 끌어들인 분으로 유명하지요. 그런 공과도 있지만 20세기의 격변기를 헤쳐..

People 2022.01.13

[번역] … 연후(然後)에 알게 된 깨달음

1월 6일 저녁 클래식 FM 방송을 듣다가 마음을 울리는 詩 한 구절이 귀에 꽂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귀를 기울여 나머지 구절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마치 배경음악(BGM)이 뉴스특보(Breaking News)로 바뀐 것처럼 손과 머리속이 부산해졌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의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출처: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진계유라는 시인 이름을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내가 찾는..

People 2022.01.07

[인물] 데이트 폭력 사이코 판별법

G: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 폭력 사고가 일어나니 딸 가진 부모는 안심할 수가 없네요. P: 그렇습니다. 옛날이라고 이런 사건 사고가 없었겠어요? 언론매체가 발달해 그만큼 많이 알려지는 점도 있지요. G: 선생님은 학교에서 젊은이들을 많이 상대하셨으니까 잘 아실 듯하니 데이트 폭력 예방법이라 할까, 위험인물 판별법을 알려주십시오. P: 다행히 데이트 폭력이나 개스라이팅을 당했다는 학생의 상담을 한 적은 없었고, 언론보도나 소설, 드라마를 통해 많이 접했을 뿐입니다. 저도 금년에 수능시험을 본 조카손녀딸이 셋이나 되어 앞으로 데이트를 할 때 어떻게 하면 그런 소질이 있는 사람을 감별할 것인가 조언해줘야겠다 생각해보긴 했지요. G: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트 폭력 또는 개스라이팅 사..

People 2021.12.28

[인물] ULCA 로스쿨 제리 강 교수

2021. 12. 4자 조간신문에 UCLA 로스쿨 제리 강(53, Jerry Kang) 교수가 미 국립인문학위원회(NCH: National Council on the Humanities) 위원장에 지명되었다는 기사가 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에 요청한 인준안이 통과되면 미 국립인문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의 인문학진흥기금을 운용하는 역할을 4년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제리 강 교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UCLA의 ‘공정성, 다양성, 포용성 담당 부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나는 2007년 UCLA 로스쿨에서 연구년(sabbatical year)을 보낼 때 제리 강 교수의 통신법(Communications Law) 강의를 들었기에 그에 ..

People 2021.12.07

[콩트 2] 올드 스타일과 Silver Lining

전편에서 계속 IV. 산 너머 산 어젯밤의 홀가분한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제까지의 작업은 국문 연설 원고였고, 회장이 OK하면 바로 영어로 번역하는 후반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전자가 말하는 사람(speaker) 기준이라면 후자는 듣는 사람의 반응(response from listeners)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인 것이다. 사무실에는 국제영업통, 해외유학파가 수두룩해도 영어 연설문 원고가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회장님의 눈에 들기는 쉽지 않았다. 2월 19일 오전 일찍 회장실에 들어간 L 부장이 좀처럼 나오질 않아 시간이 갈 수록 걱정이 에스컬레이트되었다. 기다리다 못해 회장 비서실로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연설 원고 때문이 아니라 중간에 내방 손님이 있어서 지연되었다..

People 2021.12.03

[콩트 1] 옴니쇼럼과 No Way Out

I. 프롤로그 점심을 먹고 TV를 보던 K는 그렇고 그런 내용을 되풀이하는 종편의 시사토론에 짜증이 났다. 종편 시사 프로를 이리저리 순방하는 K에게는 늘 보는 얼굴들이었다. 종편 채널을 옮겨가며 등장하여 같은 말을 순서와 어조만 바꿔 말하는 자칭 '시사평론가'들에게 식상한 터였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큰 파란 없이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점심 먹은 게 소화가 덜 된 듯하여 낮잠을 자는 것을 조금 미뤘다. K는 거실 소파에 앉아 습관처럼 TV 리모컨을 들고 '변 사또 기생점고'하듯이 채널을 돌렸다. 언제부터인가 가정 집에서도 TV 채널 수가 100개가 넘어서 선택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아직은 좀 멀었지만 TV를 신형으로 바꿀 때 주인의 취향에 맞게 채..

People 2021.12.01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경영철학

2021년 중국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가 막을 내렸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중국 공산당의 최대 연례행사인 19기 6중 전회와 기간이 겹치면서 예년과 같은 대대적인 홍보행사는 없었다. 그럼에도 광군제 기간 중의 총상품판매액(GMV)은 사상최대인 8,894억 위안(164조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규모다. 작년부터 10일이 연장되어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린 금년 광군제에서 중국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의 GMV는 사상 최고인 5,403억 위안(약 99조9000억원)에 달했다. 알리바바의 전년 대비 GMV 성장률은 8.4%에 그친 반면 징둥닷컴(JD)은 전년동기 대비 28.6% 늘어난 3,491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어로 광군(光棍..

People 2021.11.17

[인물] 인복(人福) 있는 피아니스트 한동일

피아니스트 한동일(韓東一)[1]은 해외파 연주자 첫 세대이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잿더미 속에 있을 때 도미(渡美)유학을 하고 줄리아드 스쿨에서 공부한 후 해외 콩쿠르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파블로 카잘스와 나란히 연주를 했다. 1960년대에 세계 27개국을 다니며 피아노 연주를 하고 1969년 28세로 인디애나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 당시 한국의 상황에서는 그가 미국에 유학을 간 것이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세계순회 연주 다니는 게 모두 ‘대한늬우스’에 나올 정도였다. 음악에 소질있는 사람은 모두 뉴욕 줄리아드에 가는 줄 알았다.[2] 여자골프 박세리 선수가 미국 L{GA에서 우승한 후 한국에 수많은 ‘세리 키즈’가 생긴 것처럼 한동일 뉴스는 ..

People 202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