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People 209

[은퇴 후]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정년퇴직한 지 3년이 지났다.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콕'하며 지내다 보니 간만에 만나는 사람마다 인삿말처럼 요즘 뭘 하고 지내는지부터 물어본다. 전에는 책 읽고 음악 듣고 산책한다고 했으나 반려견이 떠난 뒤에는 아침 저녁으로 하던 산책도 뜸해졌다. 잘 아는 사이라면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를 업데이트하는 일로 바쁘다고 하겠지만 KoreanLII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난감해진다. 나이가 들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많이 닮는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노인의 모습을 띠게 된다는 말도 된다. 돌이켜 보면 부친은 정년 후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셨고 철따라 먼 곳으로 산행을 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쓰시고 지인들에게는 종종 편지를 부치셨다. 고인의 일기나 편지를 보면 그분의 생전..

People 2021.10.19

[인터뷰] KoreanLII 10년 운영의 비결?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 개통 10주년을 맞아 박훤일 전 경희대 교수가 법률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기사는 법률신문 2021년 10월 7일자에 실렸다. 이날 기자의 사전 질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1] *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Wikipedia 백과사전 형식인데 어떻게 혼자서 그 방대한 법률백과사전의 콘텐츠를 만들었나? * 방문통계를 보면 KoreanLII 사이트는 누가, 어느 그룹이 제일 많이 찾는가? [2] * KoreanLII에는 법률백과사전임에도 국내외 시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 만일 협업이나 후원이 이루어진다면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가? [4] * 이 기사를 보고 동역자가 나선다면[5] 그가 KoreanLII로부터 받을 ..

People 2021.10.07

[추억] 쁘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우리집 귀염둥이 쁘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1] 견생(犬生)으로 13년 2개월을 살았으면 장수(長壽)한 셈이라고 하나 우리 가족에게는 창졸간에 닥친 일이라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2021년 초 초음파검사 결과 간 쪽에 종괴가 보여 관찰을 요한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 반 년 만이었다. 두 달 후 검진에서는 간의 종괴가 커지고 비장에도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것보다 심장판막이 약해져 피가 역류하고 심장에서 잡음이 들려 심장약 복용을 검토할 단계가 되었다는 게 더 신경이 쓰였다. 지난 8월 검진에서 비장에 혈관육종이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진단이 나온 후 쁘띠가 불과 보름만에 우리 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마지막에는 심한 경련발작을 일으켰으니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격히 악화되었는지 수의사들도 고개를..

People 2021.09.08

[Congrats] KoreanLII 론칭 10주년!

9월 28일이면 온라인 영어 법률백과사전 Korean Legal Information Institute (KoreanLII)를 개시한지 꼭 10년이 된다. 사실상 혼자서 꾸려온 10년간의 KoreanLII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히고자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여기에 관심있는 분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소개하고 동참을 호소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 How come to Start KoreanLII? 우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의 그레이엄 그린리프(Graham Greenleaf) 교수님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강단에 서게 된 후로 개인정보 보호(data protection)를 새로운 연구분야로 택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그린리프 교수와 자주 교류를 ..

People 2021.09.02

[Will] 블로그를 통해 …… 하려는 의지!

어느덧 8월 하순이 되었다. 뉴욕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이맘 때쯤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 9W 도로[1]를 드라이브하고 웨스트포인트[2]나 우드베리 카먼 몰에 자주 다녀오곤 했다. 또 댈러스 SMU에서 유학생활을 마칠 무렵 PBS 방송에서 보여준 야니의 아크로폴리스 공연 중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던 "The End of August"도 생각난다. 콜로라도 로키 산맥의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빌 더글러스의 "Autumn Song"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인생의 추수기 이제는 내 인생에서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릴케가 "가을날" 시(둘째 연)에서 읊었던 것과 같은 심정이다. 마지막 결실이 꽉 차도록 명해 주시고, 그 열매에 이틀만 더 남쪽의 따스한 햇빛을 주시어 무르..

People 2021.08.22

[교육] 댈러스 SMU 캠퍼스에서 배운 것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각급학교의 2학기 수업 특히 대학교 강의도 정상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대학 시절의 거의 모든 일이 캠퍼스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요즘 대학생들이 얻지 못한 그 '무엇'을 어떻게 벌충할 수 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 강단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해왔기에 내 경험담을 들려주고 나름대로 노력해 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 나의 풀타임 학창시절은 1993~94년 1년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남감리교 대학교(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SMU)[1] 캠퍼스에 있는 로스쿨과 기숙사(Martin Hall)가 주된 무대였다. 그 당시 SMU 로스쿨 수학기는 따로 상세히 소개한 바 있거니와 여기서는 젊은이들..

People 2021.07.11

[심리] Epic(서사)과 Lyric(서정)의 차이

어느덧 6월의 끝자락이다. 시작은 차이콥스키의 4계 중에서 6월 뱃노래"과 슈베르트의 "물 위에서 노래함"을 들으며 6월을 맞았다. 그런데 요즘은 장맛비 대신 연일 반복되는 아열대성 소나기(squall)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Tempest)"가 떠오른다. 이 블로그에 올린 "온라인 법률백과사전을 관리하고 시(詩)도 번역 소개하는 동역자를 구한다"는 몇 편의 글 덕분에 지인들로부터 격려와 비판 섞인 위로의 말을 듣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원작 시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은 보통의 실력과 용기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 퀄리티를 떠나 수백 편을 번역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2. 그러나 법률 개념과 시를 연관짓는 것은 억지 내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법..

People 2021.06.29

[기록] Escape from Oblivion

5월이 가고 6월이 왔다. 어느 시인은 지금이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때라며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던" 것처럼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던, 한 템포 늦은 중년의 사람을 '6월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1] 마침 오늘 아침 FM 방송에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Concerto For Clarinet and Orchestra in A Major, K. 622, 2nd Mov. Adagio)을 비올라 연주곡으로 들었다. 단순한 편곡이 아니었다. 모차르트는 그 당시에도 독주악기가 아니었던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으로도 편곡을 하여 악보를 출판했다는데 그 느낌이 클라리넷 연주와는 사뭇 달랐다. 비올라 연주자(Lars Anders Tomter 비올라, Arvid Engegard 지휘..

People 2021.06.01

[전시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Encounters between Korean Art and Literature in the Modern Age, 2021. 2. 4 ~ 5.30)를 보러 갔다. 언론 보도나 전시를 보고 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1920년대 이후 국내 화가들의 활동을 문학에 접목시킨 아주 참신한 기획이라고 해서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찾아간 것이다. 봄비가 내리는 화요일 오후 고궁은 고즈넉했으나 석조전 오른편의 미술관 입구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정 인원만 시간제로 입장시키고 있었다. 미리 예약한 사람과 밖에서 대기표를 받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렸다.[1] 전시실로 들어가보니 일제 강점기였던 1920~40..

People 2021.05.05

[인물] 이 시대의 진정한 위인(Great Men)

이 블로그가 People & Travel 제목 그대로 사람을 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여러 사람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있기에 누구를 무슨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스스로도 확인하고 싶었다. 물론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도서실에 있던 위인전(偉人傳)의 주인공이나 사마천(司馬遷, BC145~86)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열전(列傳) 속의 인물과는 다르다. 흔히 '위인'이라고 하면 나라를 구하였거나 정치외교적ㆍ문화적으로 국격을 높인 위대한 인물을 가리킨다. 그러한 위업을 달성하진 못했어도 자기가 세운 목표를 향해 평생을 바쳐 노력한 사람이나, 특히 과거 신분제에 갇혀 이름을 날리진 못했어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남긴 사람도 위인(Great man)으로 불릴 만하다. 이것을..

People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