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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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우리 곁에 감춰진 보물

설 연휴를 강원도에서 보냈다.눈에 닾인 오대산 월정사(月精寺)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금강교 아래 소란스러운 속세(俗世)처럼 소리를 내며 흐르던 오대천(五臺川)은 눈 덮인 얼음장 밑으로 조용히 흘렀다.오히려 흰눈 쌓인 주변 풍경과 함께 한폭의 수묵화를 보여주었다.  천왕문을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갔다.얼마 전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고 보수공사를 벌이던 적광전 앞의 팔각 구층석탑과 보살석상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석탑은 꼭대기 첨탑과 층마다 금빛 장식을 붙여놓아 사찰 경내를 밝게 비추는 듯 했다.그 맞은 편에도새로 지은 요사채가 조만간 단청 칠을 앞두고 있었다.팔각 구층석탑(八角九層石塔)은 고려시대의 다층석탑으로 국보 제4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석탑을 향해 무릎을 끓고 다소곳이 경배하는 모습의 석조 ..

Travel 2025.02.01

[여행] 통영-욕지도에서 발견한 재미

얼마 전 같은 종심소욕(從心所慾)의 나이인 친구가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고자 한다며 '노잼' 없는 하루가 '잼 데이'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일흔 넘은 사람의 삶의 재미란 무엇일까"를 놓고 친구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있었다.이럴 때 공자님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말하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남은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들 내외가 이끄는 대로 세밑 남해 바다 여행에 나섰다.통영에 있는 좋은 호텔에서 푹 쉬면서 한려수도의 '카프리 섬'으로 알려진 욕지도에 배를 타고 가보는 일정이었다.전에 통영에 가서 케이블카도 타고 이색적인 해물탕과 충무김밥을 먹은 적이 있는 데다 지난 봄 이탈리아 일주 여행을 하면서 바로 카..

Travel 2024.12.30

[Book's Day] 세계사의 탄생

G : 2024년 마지막 달에 소개해 주실 책은 무엇인가요? 시국도 혼란스럽고 누군가 속시원히 우리를 신명나게 할 수 있는 걸 제시해주면 좋겠어요.P : 네, 은퇴한 저도 동감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바로 말씀하신 길을 제시한 위대한 인물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꽉 막혀 있는 국내 현실에 얽메이지 말고 시야를 크게 널리 가지면 뭔가 해결방안이 떠오를 수 있거든요.  G : 보여주신 책의 원서 표지를 보건대 몽골 기병대가 진격하는 장면이네요. 그럼 이 책은 몽골 제국의 칭기즈 칸이 세계사를 탄생시켰다는 내용인가요?P : 네, 일본의 동양사학자인 오카다 히데히로(岡田英弘 1931-2017) 교수의 책을 이진복 교수가 번역한 「세계사의 탄생」(황금가지, 2002) 입니다. '몽골의 발전과 전통..

Travel 2024.12.13

[여행] 오사카의 미술관 투어

교토 디자인 투어의 마지막 날은 오사카에서 미술관 힌 곳을 더 보고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 가는 일정이다.아침에 일찍 일어나 어제는 여탕으로 쓰였던 5층 노천탕으로 갔다. 날이 그다지 쌀쌀하지도 않았지만 곧바로 노천탕에 들어가니 추운 줄 몰랐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료칸 본관 건물 뒤로 언덕이 있어서 구조상으로 울타리는 쳐있지만 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솔개 같은 새가 선회를 하면서 활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사이에 단풍나무 낙엽이 물 위로 떨어졌다. 탕 바닥에는 치우고 또 치워도 단풍잎이 수북히 가라앉아 있었다.  솔개 떠 있는 온천 위로팔랑이며 낙엽이 지네While bird‘s gliding above, I lie in hot springTo see maple leaves drift ..

Travel 2024.12.06

[여행] 교토의 미술관 투어

교토에는 미술관이 정말 많다.우선 국립근대미술관과 교세라 미술관을 꼽을 수 있는데, 시 외곽까지 확장하면 미호 미술관과 비와호 근방의 사가와 미술관이 있다.오늘의 일정을 챙기며 느긋하게 일어나니 커텐을 친 창밖이 환하게 밝아왔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한국의 정치 상황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지만 해외에 나와 있느니만큼 무관심하려 애쓰자 마음이 편해졌다.  호텔 조식을 먹으러 3층으로 내려갔다.마침 오늘 생신을 맞은 서 회장 내외분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종업원이 갖다준 메뉴판을 보면서 내가 말했다. "여섯 가지 메뉴 중에 하나가 빠졌네요."다들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한 마디 했다. "미역국이요."이번 여행에서 눈 호강(단풍 풍경과 미술작품, 건축물 감상), 입 호강(맛있는 일본 음식 먹..

Travel 2024.12.05

[여행] 교토 사찰의 아름다움

교토에서의 이틀째 아침이 밝았다.에이스 호텔의 조식은 뷔페가 아니고 아메리카식, 에그베네딕트 등 6가지 세트 메뉴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식이었다. 당연히 여러 종업원이 테이블마다 주문을 받으러 돌아다니고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기본으로 제공했다.아메리카식을 시키니 서니 사이드 계란 2개와 아보카도, 베이컨, 크롸상 등이 놓여 있는 큼직한 트레이를 갖다주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중정을 구경한 후 교토의 아침 출근 풍경을 보기 위해 큰길로 나섰다.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낙엽이 지는 가운데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 보도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부산하게 오갔다.오늘은 교토 시내의 사찰 여러 곳을 순방할 예정이어서 조금 느긋하게 일정을 시작했다.인솔자가 시내의 많은 도로가 오버투어리즘(overt..

Travel 2024.12.04

[여행] 교토 단풍 여행

12월 초 일본 교토로 디자인을 주제로 한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미술관과 전통 사찰, 그리고 예술가들이 건축에 참여한 건축물을 돌아보는, 주제가 있는 여행이었다. 유명 디자이너가 설계한 특급호텔과 레스토랑, 그가 작업하는 부티끄 숍 등 역시 탐방 대상이었고 건축&아트 전문 여행사인 TravelON의 이정민 대표가 직접 가이드를 해주었다.   막상 교토에 도착해 보니 아름다운 세계의 디자이너인 조물주(Creator)의 '가을(秋)' 작품이 펼쳐져 있었다.인솔자의 말에 따르면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12월이 되었음에도 이제 막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간무천황이 교토로 천도한 794년부터 12세기 말까지의 중앙집권적 천황 통치 시대) 이래의 천 년 고도(古都)..

Travel 2024.12.04

[상상] 11월이 가기 전에

가을엔 하고 싶은 게 많다. 아니 해야 할 일이 많다.우선 단풍 구경부터 하러 떠나야지. 낙엽이 지기 전에. 가을의 소원  - 안도현Autumn Wishes    by Ahn Do-hyun​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혼자 우는 것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To be a prisoner of silenceTo be lazy with no curiosityTo walk for no reason at allTo smell the grains scent scattered by the sunlightTo stretch out no more like ..

Travel 2024.11.24

[여행] 다시 가 보고 싶은 여행지

2025년 새해가 다가오면서 연휴가 언제일까 꼽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은퇴한 사람에게는 "Everyday is a Holiday"라며 매일이 휴일(EH)이라지만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려면, 항공편과 숙박 예약을 하기 위해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니 벌써 여행사들은 내년도 황금연휴 기간의 관광지 얼리 버드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바로 추석 연휴 때 10일을 쉴 수 있다고 한다. 추석이 10월 6일인데 개천절과 한글날, 중간의 대체휴일에 10월 10일 연차를 쓰면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 기간 중 어디를 가느냐가 문제이다.여행은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마음 설레고 신이 나기 마련이다.젊었을 때는 처음 가보는 유명 관광지가  우선순위에 들었고, 교수 시절에..

Travel 2024.11.09

[관광] 세종로의 달라진 풍경

약속 시간에 좀 이른 듯하여 지하철 종각역에서 나와 종로와 세종로를 걸었다.그 동안 지하철을 이용해 땅속으로만 다니다 보니 지상 풍경이 사뭇 달라져 있었다.청진동은 대부분 재개발이 되어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광화문 앞 세종로는 차로가 새로 나 있었다.사실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은 시민들의 집회장소와 이벤트 전시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교보빌딩의 외벽 글판에는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일부가 우물 속에 비친 모습으로 걸려 있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경복궁의 출입문인 광화문 앞에는 월대가 새로 생겼고 무엇보다도 한복 입은 외국 관광객들이 많았다.우리가 보기엔 전통한복이 아니지만 이들은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는 것이 'Must-Do'인 모양이었다.누가 ..

Travel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