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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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斜風細雨(비낀 바람 가는 비)

지난 3월 하순 온천 여행을 떠난 친구가 노천탕 위로 비낀 바람 가는 비가 내린다는 짧은 시를 보내왔다.산들바람 속에 소리 없이 내리는 사풍세우(斜風細雨)는 전형적인 봄철의 날씨이기에 예로부터 시인묵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나라 때 향리 江湖에 은거하며 고기를 낚고 세월을 보낸 장지화(張志和, 732-774)가 그의 원조(元祖) 격이다.   <span style="font-size:..

Travel 2024.04.24

[명상] 오솔길을 걸으며

종심소욕( 從心所欲)의 나이가 되자 이제 자연(自然)에 회귀할 날이 가까워졌음을 알게 된 탓인지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아졌다. 문태준 시인의 '오솔길'을 읽었을 때 처음엔 오솔길을 걸으며 새로 돋은 잎사귀, 고운 새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뭇잎 그림자가 묵화를 보는 것처럼 연상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이 에스컬레이트되면서 급기야 숲속 옹달샘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이 샘물이 수풀이 유지되고 오솔길로 사람을 이끄는 원천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오솔길 - 문태준[1] Trail by Moon Tae-jun 오솔길을 걸어가며 보았네 새로 돋아난 여린 잎사귀 사이로 고운 새소리가 불어오는 것을 오솔길을 걸어가며 보았네 햇살 아래 나뭇잎 그림자가 묵화..

Travel 2024.03.09

[풍경] 2월의 눈 내린 아침

봄이 일찍 오는가 했더니 이를 시샘하듯 눈이 많이 내렸다.창밖을 내다 보니 사방이 하얗게 변했다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라서 소나무 가지에 쌓인 눈은 가지를 부러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카톡방에서도 지인들이 설경을 찍어서 많이 올려 놓았다.한 친구는 사무실 밖의 도봉산 풍경을 보여 주었다.또 다른 친구는 아파트 거실 바깥 풍경, 단지 밖 공원 길 풍경을 올려놓았다.    2월에 내리는 눈은 내리면서 일부 녹기 시작하여 눈이 상당한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한다.그러니 2월의 눈은 많이 쌓일수록 무게가 나가고 어린 나뭇가지가 버틸 수 없어 약한 가지는 부러지기 일쑤이다.  2월 하순에 내린 함박눈시즌 마지막 눈이라 좋아했더니아끼는 소나무 가지를 부러뜨렸네래스트 오더 주..

Travel 2024.02.22

[여행] 입춘 지난 후 눈 내린 풍경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 새해는 입춘(立春) 절입시각인 2024년 2월 4일 17시 27분에 시작된다. 그러므로 명리학을 궁구하는 사람은 입춘일을 맞아 목욕재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주역의 괘(卦)를 뽑아 올해의 운세를 점치곤(divination) 한다. 대관령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어렵사리 KTX 차표를 구해 평창(대관령)으로 갔다. 201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평창은 겨울철이면 스키어들로 붐빈다. 성큼 다가온 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음에도 평창의 산과 들은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우리는 스키를 탈 줄 몰라도 눈을 신기해 하는 동남아 관광객들처럼 설경(雪景)을 보기 위해 평창을 찾아간 것인데 제대로 눈 구경을 하게 된 셈이었다. 입춘 - 김병훈 Ipchun by Kim Bye..

Travel 2024.02.15

[루미]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

요즘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해준 시 한 편을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 시를 쓴 '루미'라고 하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시인은 여성이 아니라 13세기 페르시아에서 활동했던 이슬람 학자, 신비주의 철학자였다. 그의 본명은 Jalāl al-Dīn Muḥammad Rūmī (1207 - 1273, 페르시아 어 جلال‌الدین محمّد رومی)이며, 영어권에서는 Jelaluddin Rumi 또는 Rumi로 알려져 있다. 루미는 튀르키에 중부 콘야에 있는 이슬람 수피 파의 종교지도자로서 활약하며 수천 편의 시를 남겼다. 이슬람 문명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그 당시 페르시아에는 오마르 하이얌의 4행시 루바이야트만 있는 게 아니었다. Say I Am You [1] by Jelaludd..

Travel 2024.02.01

[여행] 왜 일본 료칸을 찾아가는가

아내의 칠순(七旬) 기념으로 일본 료칸(旅館)에 가서 온천욕을 하고 왔다. 처음엔 항공사로부터 그동안 쌓였던 마일리지가 곧 실효된다는 통지를 받고 그에 맞춰 어디로 해외 여행이나 다녀올까 생각하였다. 아이들과 상의했더니 어머니 칠순기념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큐슈 여행을 제안했다. 목적지는 1월 20일 전후에 갈 수 있는 일본 큐슈에 있는 료칸으로 정하고 아내의 희망사항을 고려하여 범위를 좁혀나갔다. 여기서 누가 "한국에서도 가볼 곳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일본 온천료칸이냐?"고 묻는다면 다음 다섯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유후인에서는 관광지마다, 심지어는 료칸에서도 한국인 방문객이 70~80%는 되어 보였다. 우리 내외 모두 일본으로 온천 관광을 몇 차례 다녀온 터라 여행 일정을 짜는 며늘..

Travel 2024.01.24

[천체] 하현달 소감

며칠 전 시골에서 감(枾) 농사 짓는 친구가 새벽에 일 나가다가 하현달을 보았다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 티없이 맑은 새벽 하늘에 나뭇가지 사이에 걸린 반달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친구의 정원에도 서리가 잔뜩 내려 앉아 꽃나무들이 애처로워 보였다고 한다. 하현 (下弦) - 박훤일 Waning Moon - Whon-il Park 야심한 시간이나[1] 새벽일 하는 이 반기는 달 Workers in the small hours or early birds will be greeted by the Moon. 일주일 후면 사라질 운명, 다시 돌아올 거야 In a week or so, It’s destined to disappear. But it will be back. 초라하다 하대(下待) 마라 미구..

Travel 2024.01.11

[성과] 실기한 배추 농사의 허탈감

전북 진안에서 감(枾) 농사를 짓는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그 마을 주민의 안타까운 소식을 올렸다.[1] 온갖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힘 들여 돈 써가며 배추 농사를 지었는데 김장철이 지났음에도 수확하지 않은 배추가 밭에 그대로 널려 있다고 말했다. 작년 겨울에는 눈밭에 남아있는 배추가 진시황의 병마용(兵馬俑)을 보는 것 같다며 사진을 보내온 적도 있었다. 마을 어귀 문전옥답 배추 농사 볼 만하네 힘들여서 거름 주고 모종 사다 심은 후엔 가뭄 때는 밭에 나가 아침 저녁 물을 주고 장마 철엔 고랑 내고 서리 올까 짚을 덮고 행여나 병이 들까 약통 메고 약 뿌리고 외국 일손 데려다가 돈 써가며 키웠는데ᆢᆢ The cabbage farm at the entrance of village is noteworthy..

Travel 2023.12.09

[풍경] 가을 찾아 떠난 길 - Second Best is OK!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면서 가을을 피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실내 온도가 일정하고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정원수 낙엽을 쓸어모으는 아저씨의 비질 소리에 가을이 깊어감을 느낀다. 시골로 여행을 떠난 지인이 코스모스 꽃밭 사진을 보내왔다. 길가에 피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너른 밭이 온통 살사리꽃 천지였다. 일대 장관(壯觀)이 아닐 수 없었다. 10월 24일은 상강(霜降)이었다. 24절기상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는 금년 가을엔 비가 자주 오고 서리가 일찍 내려 과일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단풍도 그리 곱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과 배추 수확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방에는 우박까지 내렸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어느 시인..

Travel 202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