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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8] 니스와 코트다쥐르

코트다쥐르(Côte d'Azur, '쪽빛 해변'이란 뜻)는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라고도 부른다.[1] 어제밤 우리 일행이 투숙한 라디슨 블루 호텔(Radisson Blu Hôtel Nice)은 영국인 산책로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아침에 해변에 나가보니 주말을 맞아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2] 초행길의 여행자임에도 프렌치 리비에라 해안의 칸과 모나코, 니스가 서로 비교가 되었다. 칸이 각종 축제와 이벤트 행사로 1년을 보내는 도시라면 모나코는 세금 내기 싫은 부유층이 돈을 싸들고 찾아와 즐기는 도시라 할 수 있다. 반면 니스는 지내볼 수록 서민들이 사는 푸근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Nice to see Nice! ("니스를 보니 좋아요!") 그래서 ..

Travel 2023.05.02

[프랑스 7] 마르세유, 칸, 생폴드방스, 모나코

마르세유에 진입하는 버스 안에서 길벗 가이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프랑스 제2의 대도시로서 아프리카에 가까운 항구도시인 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거리의 야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거리의 야수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면 금방 다른 사냥감을 찾아 떠날 테니 그룹을 지어다니면 별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그 중에서도 여론조사한다며 "Can you speak English?"하고 접근하는 사람을 경계하라고도 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한국 관광객을 찾겠느냐며 그들과 말을 섞지 말고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 가면 된다고 했다. 나로선 35년 전 문제가 생겼던 생샤를르 역으로 가지 않는 게 다행스러웠다. 길벗 가이드는 오늘 아침 마르세유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의 성당에 올..

Travel 2023.05.02

[프랑스 6] 아비뇽과 액상프로방스

아를의 로댕 호텔에서 맞은 아침, 하늘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푸르렀다. 파아란 하늘에는 비행운 흔적 외에는 구름 한 점도 없었다. 어디선가 비제의 "아를의 여인"에 나오는 미뉴엣이 플룻 연주로 들려오는 것 같아 호텔 풀장에서 물놀이나 하며 푹 쉬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풀사이드 의자에 앉아 있노라니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람이 휙 불어 종이 뭉치가 바람에 흩날려 물 위로 떨어지자 그때 가까이서 청소하던 여인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바로 영화 (2003)의 한 장면이다. 로맨틱 코메디에서 주로 진중한 역을 맡는 콜린 퍼스가 프로방스에 와서 원고를 쓰는 영국의 작가로 나온다. 그는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주인의 원고가 망실되지 않을까 물 속에 뛰어드는 포르투갈 출신 가정부에 마음이 끌..

Travel 2023.05.02

[프랑스 5] 카르카손의 콩탈성, 아를과 반고흐

패키지 투어의 중반에 도달했다. 일행 중에는 가정주부가 숫적으로 압도적이었으므로 인솔자 길벗에게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수퍼마켓에 데려가 달라고들 아우성이었다. 프랑스에는 카르푸, 오샹 같은 수퍼체인이 많다. 혼자 온 나로선 관심 밖이었지만 어젯밤 호텔 체크인 후 몇 사람은 가까운 수퍼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서울에선 생각할 수도 없는 새벽(현재 서머타임 실시 중) 6시 반에 호텔의 널찍한 다이닝 홀에서 동남아에서 온 여러 단체 투숙객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정확히 8시 20분에 버스는 반고흐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아를[1]을 향해 출발했다. 인솔자는 우리가 가는 길이 멀지만 도중에 카르카손(Carcassonne)에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일단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콩탈 성 공방전에서 유래..

Travel 2023.05.02

[프랑스 4] 생테밀리옹 와이너리, 보르도

500년 전 왕과 귀족들이 여유자적한 삶을 누렸던 루아르 계곡에서 밤을 보냈다. 이런 시골에 큰 호텔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앙부아즈 노보텔은 지상에 2층, 앞으로 툭 터진 경사면에 2층을 배치하여 단체 손님을 여러 팀 받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새벽이 밝아오는 들판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고 호텔 정원 가운데의 널찍한 풀장에서는 한 젊은이가 수영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보니 열기구 3개가 동트는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의 테이블은 단체 팀의 예약 표시가 있어 빈 테이블에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국 여행자와 같이 앉았다. '푸에르토리코' 하면 연상되는 게 몇 가지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는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서 이태리 이민자 젊은이들이 뉴욕에 갓도착한 푸..

Travel 2023.05.02

[프랑스 3] 루아르의 앙부아즈와 쉬농소 성

이번 프랑스 여행은 날짜 별로 주제가 선명해서 좋았다. 첫째 날 찾아간 곳이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명승지라면 오늘은 역사를 품고 있는 고성(古城)들을 돌아볼 차례였다. 나도 출발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러 나갔으나 긴 줄의 꽁무니에 서야 했기에 맨 뒷자리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일행 중 다수를 점하는 나이 든 여성 승객들이 30분 전부터 나와 줄을 서서 앞 자리를 선점한 까닭이었다. 가이드가 한 마디 쓴소리를 했다. 앞으로 여러 날 남았는데 차멀미 방지, 사진촬영 등 필요에 따라 앞자리에 앉아야 할 분도 있으므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가이드나 버스 기사보다 먼저 나와 계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평한 대우를 위해 자기가 강제로 좌석배정을 하는 일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서로 양보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

Travel 2023.05.02

[프랑스 2] 몽생미셸과 생말로

인천공항에서 오전 11시 반에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프랑스 샤를르 드골(CDG)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여객기는 러시아 영공을 비행할 수 없으므로 중국과 몽골을 거쳐 거의 러시아 국경에 인접하여 날아가기 때문에 우회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CDG공항 부근의 Hotel Inn에서 일박한 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몽생미셸을 향해 떠났다.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은 일찍이 로마군대의 점령하에 있었다. 프랑크 왕국이 쇠퇴하면서 북유럽 노르만 족이 이 지역에 쳐들어와 센강 하류는 노르만 족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노르망디라고 불렸다. 1066년 노르만 공국의 귀욤이 잉글란드를 정복하면서 이 지역은 잉글란드령이 되었다. ..

Travel 2023.05.02

[프랑스 1] 대망의 여행을 떠나면서

2020년 초 코비드19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때 신문에 난 롯데관광의 '프랑스 일주여행' 광고를 보고 곧바로 신청했다. 1980년대 중반 암스테르담 대학원에서 유학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유럽 곳곳을 여행한 바 있었다. 또 정년퇴직 기념으로 부부동반의 독일 일주여행도 알차게 했었다. 그러나 파리 이외의 지역 여행은 프로방스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계속 보류해 온 터였다. 언론인 신용석 씨가 진행하는 상미회의 프랑스 고성 탐방, 와이너리 투어에 참여하면 그의 모친 이성자 화백의 아틀리에도 가볼 수 있었으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미루어온 터였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사의 모든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렇기에 2023년 롯데관광의 "고흐가 들려주는 프로방스 이야기: ..

Travel 2023.05.02

[Life path] 꽃길만 걷는다고요?

3월 29일 내가 관계하는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가 끝나고 모처럼 한가롭게 벚꽃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회의장에서 가깝기로는 여의도 벚꽃길이 있지만 이곳은 워낙 유명해져서 꽃구경 인파가 몰린다고 뉴스에 날 정도였다. 오히려 작년 가을에 거닐었던 양재동 매헌 시민의 숲길이 한적하고 좋을 듯 싶었다.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양재천, 안양천변의 산책로는 벚꽃길로도 잘 가꾸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미세먼지도 거의 없고 꽃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서 가족단위 상춘객은 거의 없고 꽃 사진 찍으러 나온 여고생들과 중년부인들 몇개 그룹이 눈에 띌 뿐이었다. 양재천변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산책로 옆에는 개나리가 무리지어 피었는데 이처럼 이른 시기에 벚꽃까지 만개한 것은 이례적인..

Travel 2023.03.29

[여행]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

3년 만에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항공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비록 형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Sad 모드의 여행이었지만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마음 설레기도 하고 무척 경이로웠다. 샌프란시스코로 갈 때에는 갑자기 일정을 변경한 터라 가운데 낀 좌석이었으나 귀국편은 비록 꽁무니 좌석일 망정 창가인 데다 2열 좌석이고 화장실에서 가까워 별 불편이 없었다. 다만 SFO 오전 출발이고 ICN 오후 도착이라서 밖은 계속 대낮이고 눈이 부셔 시종 창 덮개를 내려놓아야 했다. 항공편 여행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이륙과 착륙 시의 2~3분이다. 요즘은 동영상 쇼츠나 기내 비디오를 통해 이착륙 시 전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승객으로서 이 무거운 비행기가 과연 뜰 수 있을까, 또 무사히 내릴 수 있..

Travel 202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