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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주] 기쁨과 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Onepark 2024. 5. 18. 16:30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 터미널에 들어설 때면 항상 마음이 설레이곤 한다.

어려서부터 이국적(exotic)인 것을 동경하였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 지리 공부로 이어졌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업무상으로나 개인적으로 해외에 자주 나가게 되었다. 언젠가 세어보니 그 동안 돌아다녔던 나라가 30개국이 넘는 것을 알고 스스로 놀랐다. 물론 못 가본 나라가 훨씬 많다.

그러나 정년 직후의 다리 힘 좋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시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만나 남미와 아프리카 등 방문국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 제2 터미널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금강송이 이탈리아의 '브로콜리' 소나무에 비해 얼마나 기품이 있는지 새삼 느꼈다.
*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싣고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언제나 경이롭게 여겨진다.

 

작년에 프랑스 일주 여행을 하고 나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이 현장에 가서 보니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테면 몽생 미셀은 꿈에 미카엘 천사를 본 신부가 몇 번의 말설임 끝에 자신의 한계를 넘는 성당 신축 공사를 시작하여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의 아름다운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남겼다는 것, 또 인상파 화가 모네, 반고흐, 세잔이 어떻게 그림 그릴 장소를 찾아서 명작을 남겼으며, 또 그렇게 그린 그림들과 제작 현장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자연히 내가 평생 이룩해 온 일을 어떻게 남기고 떠날 것인가 하는 상념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에 관해서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여러 권 읽었고 직접 로마 등지로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녀왔기에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다. 대부분 업무상으로 회의 참석 차 로마, 밀라노를 방문하면서 틈을 내어 가까운 관광지, 즉 폼페이와 포지타노, 그리고 베네치아에 다녀오는 데 그쳤다. 코모 호반에 있는 벨라지오에서는 1주일 간을 머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유명 관광지, 즉, 피렌체와 시에나를 포함한 토스카나 지방, 아시시, 나폴리는 발을 디딘 적이 없었으므로 직접 가보고 싶었다.

 

* 이탈리아 코모 호반의 벨라지오 록펠러 컨퍼런스 센터

 

코모 호반에 있는 로마 귀족의 저택에 있는 록펠러 재단의 벨라지오 컨퍼런스 센터에서는 외국 학자들과 1주일 동안 프라이버시 워크숍을 가지면서 주변 경관을 샅샅이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게다가 아드리아 물류탐방 기행을 할 때에는 베네치아의 식민도시였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베네치아와의 외교통상 관계에 대해 동료 학자들과 토론을 벌이고 다시 한 번 베네치아에 가보기를 원했었다. 

 

최근 돌로미티 트레킹과 가르다 호수를 집중 소개한 EBS 세계테마기행 다큐 영상을 보면서 이 모든 곳을 망라한 한진관광의 이탈리아 일주 프로그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버렸다.

 

* 돌로미티 트레킹의 백미 운무에 싸인 트레 치매(3형제봉). 사친출처: EBS 세계테마기행

 

금년은 아내의 칠순이기도 했으므로 어떤 특별한 플랜을 고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기정사실화했다. 좀 더 편히 가기 위해 나의 정년퇴직 기념 여행 때처럼 비즈니스 클래스로 가는 방법도 알아보았으나 우리가 여러 번 이용했던 모객사인 한진관광은 물론 아내가 대한항공 기내잡지(Morning Calm, Sky Shop)를 만드는 협력사(The Book Company)를 운영하는 돈독한 관계가 있음에도 애당초 자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2023년 4월의 프랑스 일주 여행 때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나 혼자 패키지 투어를 떠났다가 차별 아닌 차별(?)을 많이 겪었기에 이번에 아내와 함께 가는 여행은 여러 모로 기대가 되었다.

작년엔 결혼 40주년, 금년엔 칠순을 맞는 아내를 위한 여행이었으므로 면세점에서 명품도 선사하고, 여행 일정 중에는 왕비(?!)처럼 모시겠다며 공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인생이 어찌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던가! 

그리하여 5월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편으로 밀라노로 갔다가 5월 16일 저녁 로마를 떠나 그 이튿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이탈리아 일주 여정을 확정지었다.

 

일정 별 여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5.  8   인천 공항 출발 13시간 비행 후 밀라노 말펜사 공항 도착 

 5.  9   밀라노 시내 관광, 베로나 원형경기장과 줄리엣의 집 방문

 5. 10  돌로미티 경치 감상, 곤돌라 보수 관계로 노벤타 아웃렛 쇼핑

 5. 11  베네치아 시내 관광 및 곤돌라 투어(옵션), 예스러운 몬테 카티니에서 일박

 5. 12  피렌체 두오모 및 구 시가지 관광, 시에나 캄포 광장까지 도보 관광

 5. 13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성당 방문, 티볼리 빌라 데스테 분수 구경

 5. 14  소렌토, 페리를 타고 카프리 섬으로 이동 리프트로 산정에 올라 지중해 조망, 나폴리 해변 특급호텔에서 일박

 5. 15  폼페이 유적지 관광, 중형 버스를 타고 포지타노와 아말피 해안도로 드라이브

 5. 16  바티칸 뮤지엄과 시스티나 예배당 방문, 벤츠 승합차(옵션)를 타고 로마 시내 관광 후 로마 공항 출발

 5. 17  10시간 비행 후 인천 공항 도착   

 

이탈리아 일주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만큼 큰 기쁨을 안겨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소상히 밝히겠거니와 여행 도중에 그것도 초반에 탈이 났다.

그래서 도보 여행이 기본인 피렌체와 시에나에서는 발을 절뚝이며 베이비 스텝으로 지팡이에 의존하여 일행을 쫓아가야 했다. 고통을 참아가며 명소의 사진을 찍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었다. 대신 오픈 카페에 앉아서 커피나 쥬스 음료를 마시면서 체내의 독소(요산)가 빨리 배출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기쁨과 고통이 공존하는 여행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행 때보다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그 이유도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밝힐 것이다.

 

이국(異國) 정취에 고조되던 기쁨이 왜 사라졌나!

통풍발작에 걷진 못해도 경치는 그대롤세!

How can the joy to see exotic sceneries
be snatched by ankle pain!

 

이탈리아  1. 밀라노, 베로나

 

프랑스 일주 (2023.4)   Prologue

 

독일 일주 (2018.10)    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