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일찍 오는가 했더니 이를 시샘하듯 눈이 많이 내렸다.
창밖을 내다 보니 사방이 하얗게 변했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라서 소나무 가지에 쌓인 눈은 가지를 부러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카톡방에서도 지인들이 설경을 찍어서 많이 올려 놓았다.
한 친구는 사무실 밖의 도봉산 풍경을 보여 주었다.
또 다른 친구는 아파트 거실 바깥 풍경, 단지 밖 공원 길 풍경을 올려놓았다.
2월에 내리는 눈은 내리면서 일부 녹기 시작하여 눈이 상당한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한다.
그러니 2월의 눈은 많이 쌓일수록 무게가 나가고 어린 나뭇가지가 버틸 수 없어 약한 가지는 부러지기 일쑤이다.
2월 하순에 내린 함박눈
시즌 마지막 눈이라 좋아했더니
아끼는 소나무 가지를 부러뜨렸네
래스트 오더 주고 진상부리는 손님처럼
저 아래 남부지방에서는 벌써 봄꽃이 피기 시작하고 개구리는 알을 까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꽃이 피지도 못하고 또 어린 생명체가 얼어죽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문득 옛날에 배웠던 시조가 생각났다.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Spring has returned to the old plum tree.
The old branches seem to be ready to bloom.
As spring snow fall, flower buds would hesitate to bloom.
며칠 후 2월 24일 정월 대보름(陰 1.15) 날임에도 며칠 전 함박눈이 하늘의 구름을 다 쓸어가지 못한 탓인지 구름이 많이 끼고 곳에 따라 비까지 내렸다. 서울에선 언감생심 보름달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생태사진여행] 밴드의 운영자가 만월 속으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장면을 찍어서 밴드에 올려주었다.
원이 꽉 찬 만월을 보기도 어려운데 이 달을 확대해서 찍는 순간 그 안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포착할 확률은 1백만 분의 1은 될 것 같았다. 오래 전 울릉도에서 독도 일출 장면을 찍는 데 성공한 권오철 사진작가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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