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오전 11시 반에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프랑스 샤를르 드골(CDG)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여객기는 러시아 영공을 비행할 수 없으므로 중국과 몽골을 거쳐 거의 러시아 국경에 인접하여 날아가기 때문에 우회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CDG공항 부근의 Hotel Inn에서 일박한 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몽생미셸을 향해 떠났다.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은 일찍이 로마군대의 점령하에 있었다. 프랑크 왕국이 쇠퇴하면서 북유럽 노르만 족이 이 지역에 쳐들어와 센강 하류는 노르만 족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노르망디라고 불렸다. 1066년 노르만 공국의 귀욤이 잉글란드를 정복하면서 이 지역은 잉글란드령이 되었다. 그후로도 영국과 인접한 까닭에 인근 브리타뉴 지역과 함께 영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몽생미셸(Mont-Saint-Michel)이란 바닷가에 솟아 있는 섬 바위 위에 미카엘 천사를 기리는 교회를 세운 곳이라는 뜻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 삼각형 모습을 한 커다란 신델렐라성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아마도 영화 <Last Concert>(1976)에서 시한부 생명의 해맑은 스텔라가 낙심한 피아니스트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며 데이트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박혔기 때문이리라. 밀물과 썰물 조류의 영향으로 섬 주변의 바다 빛깔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도 몽생미셸 섬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었다.
영국에 사는 친구가 몽생미셸에 가면 섬 입구에서 맛있는 빵을 꼭 먹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연유로 프랑스 몽생미셸 성당 아니 섬은 프랑스 Must-See 경관의 하나가 되었음에도 여태껏 가 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 프랑스 일주 관광의 첫 순서로 몽생미셸을 찾아가는 것도 매력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 저멀리 몽생미셸을 배경으로 거닐었던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니었으며, 섬 입구의 맛있는 빵은 거품 계란으로 만든 오믈렛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클 법 했으나 80여 m의 섬을 오르고 보니 그런대로 아기자기했다.
한때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는 것이 물자를 인양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들어가 열심히 굴려야 했던 거대한 바퀴를 보니 실감이 났다. 그리고 19세기 말 감옥을 성당 및 종교시설로 개조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인부들에게 제공하던 이른바 풀라르(Poularde) 아줌마의 함바집 오믈렛이 이곳은 물론 프랑스 전역에 널리 퍼진 것도 이해가 되었다.
삼각의
뾰족 바위 섬
예쁜 줄로만 알았는데
마침내 와서 보니[1]
예리한 조형미의
대성당
An extraordinary landscape
represents the passion of all pilgrims!
the Cathedral on a triangular shaped island off Normandie.
(two 17-syllabled haikus)
몽생미셸 다음은 생말로였다. 유명 화가의 작품 중심으로 코스를 정한다면 클로드 모네가 인상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에트르타(Etretat)가 다음 순서일 것이다. 인근 르아브르에서 그림 공부를 했던 모네는 에트르타 해변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햇빛에 따라 색조가 바뀌는 코끼리 바위 있는 풍경을 즐겨 그렸고 이를 통해 이름을 세상 알렸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날 4시간 가까이 달려 루아르 고성을 보러가야 하므로 순로(順路)에 속하는 생말로에서 일박을 하였다. 생말로는 영국령 Jersey 섬과 Guernsey 섬과 대척점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해안을 따라 성벽과 포대가 구축되어 있었다.
평화로운 바다 풍경과는 달리 육상에서는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은 잉글란드와 프랑스 왕위의 후계자와 두 나라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라 뺏고 뺏기는, 지정학적으로 쟁탈전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성벽 위에 서 있을 때 이 지역 출신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신대륙의 퀘벡을 발견하여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으로 만들었다는 'Maison du Quebec' 팻말을 발견했다. 그리고 2차대전 중에 유일하게 독일군에게 점령 당한 영국 영토인 건지 섬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베스트 셀러를 영화로 만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도 생각이 났다.
Note
1] 몽생미셸 섬은 직접 와서 보니 아주 단단한 바위산이었다. 이곳이 예전엔 수도자들이, 오늘날에는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였다.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드러운 흙으로 된 지형(terrain)으로부터 바닷쪽으로 바위가 돌출해서 솟아난, 바이칼호 알혼섬의 부르한 바위(아래 사진)와 비슷한 점이 많은 지형 탓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배달겨레가 유래한 한민족 시원지(韓民族 始原地)로 알려진 바로 그곳이다.
차이가 있다면 부르한 바위는 예나 지금이나 샤먼들이 신성시하고 있는 반면 몽생미셸은 일찌기 미카엘 천사가 오베르 신부에게 바위를 교회의 십자가로 덮으라 명하셔서 바위산의 에너지가 그 안에 갇혀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 1. 프랑스 일주 여행을 떠나면서
⇒ 3. 루아르의 앙부아즈와 쉬농소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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