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278

[프랑스 3] 루아르의 앙부아즈와 쉬농소 성

이번 프랑스 여행은 날짜 별로 주제가 선명해서 좋았다. 첫째 날 찾아간 곳이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명승지라면 오늘은 역사를 품고 있는 고성(古城)들을 돌아볼 차례였다. 나도 출발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러 나갔으나 긴 줄의 꽁무니에 서야 했기에 맨 뒷자리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일행 중 다수를 점하는 나이 든 여성 승객들이 30분 전부터 나와 줄을 서서 앞 자리를 선점한 까닭이었다. 가이드가 한 마디 쓴소리를 했다. 앞으로 여러 날 남았는데 차멀미 방지, 사진촬영 등 필요에 따라 앞자리에 앉아야 할 분도 있으므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가이드나 버스 기사보다 먼저 나와 계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평한 대우를 위해 자기가 강제로 좌석배정을 하는 일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서로 양보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

Travel 2023.05.02

[프랑스 2] 몽생미셸과 생말로

인천공항에서 오전 11시 반에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프랑스 샤를르 드골(CDG)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여객기는 러시아 영공을 비행할 수 없으므로 중국과 몽골을 거쳐 거의 러시아 국경에 인접하여 날아가기 때문에 우회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CDG공항 부근의 Hotel Inn에서 일박한 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몽생미셸을 향해 떠났다.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은 일찍이 로마군대의 점령하에 있었다. 프랑크 왕국이 쇠퇴하면서 북유럽 노르만 족이 이 지역에 쳐들어와 센강 하류는 노르만 족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노르망디라고 불렸다. 1066년 노르만 공국의 귀욤이 잉글란드를 정복하면서 이 지역은 잉글란드령이 되었다. 그..

Travel 2023.05.02

[프랑스 1] 대망의 여행을 떠나면서

2020년 초 코비드19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때 신문에 난 롯데관광의 '프랑스 일주여행' 광고를 보고 곧바로 신청했다. 1980년대 중반 암스테르담 대학원에서 유학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유럽 곳곳을 여행한 바 있었다. 또 정년퇴직 기념으로 부부동반의 독일 일주여행도 알차게 했었다. 그러나 파리 이외의 지역 여행은 프로방스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계속 보류해 온 터였다. 언론인 신용석 씨가 진행하는 상미회의 프랑스 고성 탐방, 와이너리 투어에 참여하면 그의 모친 이성자 화백의 아틀리에도 가볼 수 있었으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미루어온 터였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사의 모든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렇기에 2023년 롯데관광의 "고흐가 들려주는 프로방스 이야기: ..

Travel 2023.05.02

[Life path] 꽃길만 걷는다고요?

3월 29일 내가 관계하는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가 끝나고 모처럼 한가롭게 벚꽃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회의장에서 가깝기로는 여의도 벚꽃길이 있지만 이곳은 워낙 유명해져서 꽃구경 인파가 몰린다고 뉴스에 날 정도였다.오히려 작년 가을에 거닐었던 양재동 매헌 시민의 숲길이 한적하고 좋을 듯 싶었다.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양재천, 안양천변의 산책로는 벚꽃길로도 잘 가꾸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미세먼지도 거의 없고 꽃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평일 오전 시간이라서 가족단위 상춘객은 거의 없고 꽃 사진 찍으러 나온 여고생들과 중년부인들 몇개 그룹이 눈에 띌 뿐이었다. 양재천변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산책로 옆에는 개나리가 무리지어 피었는데 이처럼 이른 시기에 벚꽃까지 만개한 것은 이례적인 현..

Travel 2023.03.29

[여행]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

3년 만에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항공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비록 형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Sad 모드의 여행이었지만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마음 설레기도 하고 무척 경이로웠다.샌프란시스코로 갈 때에는 갑자기 일정을 변경한 터라 가운데 낀 좌석이었으나 귀국편은 비록 꽁무니 좌석일 망정 창가인 데다 2열 좌석이고 화장실에서 가까워 별 불편이 없었다. 다만 SFO 오전 출발이고 ICN 오후 도착이라서 밖은 계속 대낮이고 눈이 부셔 시종 창 덮개를 내려놓아야 했다.  항공편 여행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이륙과 착륙 시의 2~3분이다.요즘은 동영상 쇼츠나 기내 비디오를 통해 이착륙 시 전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승객으로서 이 무거운 비행기가 과연 뜰 수 있을까, 또 무사히 내릴 수 있을까..

Travel 2023.03.06

[산책]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거닐며

입춘이 지나자 바람결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질 만큼 날이 포근해졌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강원도에 접어들자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대관령 일대의 스키장에서는 아직도 스키어들이 스키 시즌의 마지막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주말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장 슬로프에서도 적잖은 스키어들이 활강하는 가운데 고즈넉한 호반 산책로를 거닐었다. 아직도 눈이 덮혀 있는 산책로는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서울에서는 눈이 내리자마자 길 위의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바람에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아직은 눈도 더 내리고 한파도 몇 차례 닥치겠지만 호수 주변의 눈과 얼음 풍경은 이제 마지막일 터였다. 이번 강원도 여행에서 새삼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더라도 자칫 방..

Travel 2023.02.11

[기대와 실망] 반달과 보름달

정월 대보름날 밤 미세먼지는 있었으나 전국적으로 쾌청하여 둥근 보름달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대폭 완화되었기에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같은 민속행사도 여기저기서 벌어졌다고 한다. 설날이 가족 친척끼리 집안에서 조용히 보내는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전통적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떠들썩한 축제라 할 수 있다.마침 진안에 사는 친구가 정월 대보름 밤 마을의 달집 태우기 행사 소식을 전해 왔다.  마을 사람들이 금년 한해 소망을 적어 달집에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를 때쯤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달집에 불였다고 했다. 사월 초파일 연등에 소원성취를 빌며 불을 밝히는 것과 비슷하다.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에도 나오는 대사가 아니던가? 곧 이지러질 달을 보고 사랑을 기원..

Travel 2023.02.06

[Time Travel] 사평역에서의 송년 단상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정년퇴직까지 한 마당에 연말에 누가 고과(考課)를 하는 것도 아닌데 한 해 동안의 실적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네 번째 가족신문을 만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 자신이 얼마나 계획성 있게 살았는지 점검하는 의미도 있다. 우선 정년퇴직 후의 하루 일과를 짜임새 있게 만든 몇 가지 작업의 기록을 세어 보았다. -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에 새로 올린 항목은 30여개에 그쳤으나, 영역을 마치지 못한 미완성 항목(Unfinished Articles)은 90개 이상 줄였다. - 그 대신 블로그 기사는 Travel & People 80개, Law in Show & Movie 30여 개(2022.2.16. 기존 Daum 블로그 기..

Travel 2022.12.29

[레포츠] 정선 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에는 아리랑 민요와 카지노 호텔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구절리에는 폐철도를 이용한 레일바이크가 정선 아우라지 둘레길을 걷는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진부를 거쳐 정선으로 가는 길은 산과 계곡이 아주 깊다는 인상을 주었다. 정선 아우라지는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과 태백산에서 흘러내린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며 어우러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부터 강물의 수량이 많아지므로 옛날에는 강원도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서울로 운반했다고 한다. 정선 구절리에는 철도 정거장이 있었는데 이용률이 떨어짐에 따라 일부 구간을 레일바이크 레포츠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어린이 손님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는 여치, 사마귀 등 코믹한 곤충모형과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었..

Travel 2022.12.12

[여행] 늦가을 일본 온천 여행 (3)

이번 온천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쿠사츠(草津)였다. 수없이 많은 일본의 온천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곳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쿠사츠 온천을 간다고 해서 패키지 투어 신청을 했는데 쿠사츠는 온천 바깥구경만 하고 간다며 불평을 하는 일행도 있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만자를 떠날 때 여전히 안개구름에 덮여 있고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으나, 버스가 산길을 내려옴에 따라 구름과 눈도 사라지고 늦가을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어젯밤에 들렀던 만자 온천이나 쿠사츠 온천은 똑같은 유황온천이다. 그런데 만자에는 고산지대에 오래 전에 세워진, 바꿔 말해서 좀 낡아보이는, 료칸이 대부분인 반면 쿠사츠에는 뜨거운 온천수를 식히는 유바타케(湯畑, 온천밭)와 이를 극화한 유모미(湯もみ) 공연이 있고 그 주변에 상가가..

Travel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