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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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6월의 마지막 날, 금년도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사람들은 흐르는 세월이 "손에 넣자마자 눈깜짝할 새 사라져버린 솜사탕" 같다며 탄식한다. 그래도 짧지 않았던 금년 상반기엔 벼라별 일이 다 일어나지 않았던가!국내에선 정권이 바뀌고, 구중궁궐 같던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먼 나라 전쟁 통에 공급망이 망가졌다며 모든 물가가 다 오르고 주가는 폭락했다.자연도 정신을 잃었는지 가뭄과 홍수 피해가 잇달았다.'한 달 제주살이' 하러 떠난 일가족은 완도 앞 바닷속에서 한참 후에 발견됐다.아빠가 빚을 많이 져서 딸까지 데리고 일부러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그래도[1]라는 섬에는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

Travel 2022.06.30

[광주] 높은산 주상절리, 무등산 서석대

광주(光州) 하면 '무등산'이다. 지리산과 함께 전라남도의 진산(鎭山)으로 광주광역시와 담양군, 화순군에 걸쳐 있는 해발 1,187m의 큰산이다. 영암의 명산인 월출산[1]과는 달리 산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지 않고 큰 산세가 팔을 아우르듯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웅장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얼마 전 전시회를 보러 광주에 갔을 때 광주 시내 곳곳에서 무등산을 볼 수 있었다. 세잔의 풍경화에 으레 등장하는 생트 빅투아르 산[2] 마냥 임직순 화백의 여러 풍경화에서도 묵직한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 인근 고창 출신인 서정주 시인이 무등산을 노래한 시가 있어서 영어로 번역해 볼 생각을 했다.[3]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셨던 안선재 명예교수(Brother Anthony of..

Travel 2022.06.22

[Book's Day] 대하소설 「토지」와 하동 최참판댁

G : 매달 13일 책의 날('Book's Day)'이 금방 돌아오면서도 이 날 들려주시는 얘기가 기대가 됩니다. P : 저 역시 그렇습니다만, 무슨 책이든 소재가 될 수 있기에 '마르지 않는 샘'이라 할 수 있어요. 오늘은 5월 초에 다녀온 하동군 평사리의 최참판댁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곳이죠. G :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이라면 비슷한 소재를 다룬 펄벅의 「대지(The Good Earth)」가 생각납니다. P : 역량이 있는 작가라면 그처럼 스케일이 큰 소설에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이 있지요. 홍명희의 「임꺽정」도 시대정신과 역사, 민초를 다룬 일제 강점기 당시의 주목할 만한 대하소설이었습니다. G :..

Travel 2022.05.13

[하동] 스릴 만점의 짚라인-케이블카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한 줄 한 줄 지우는 재미로 여행을 떠난다. 이것도 영화나 TV 예능프로의 영향이긴 하지만 번지 점프, 행글라이딩, 짚라인 타기는 버킷리스트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짚라인의 경우 전에 남이섬 갈 적에 단숨에 강을 건너가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아들 내외가 기억했다가 이번 칠순 기념여행에 포함시킨 것 같았다. 이번 가족여행은 부산 해운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첫 행선지는 경남 사천에서 멀지 않은 하동이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사천 휴게소에는 곳곳에 이 지역이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임을 알려주는 표지가 많았다. 마지막 행선지는 자부가 나의 블로그 소재로 안성맞춤이라며 포함시킨 하동군 평사리의 최참판댁이었다. 마..

Travel 2022.05.04

[부산] 크게 익사이팅해진 해운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했던 칠순기념 가족여행을 부산 해운대로 다녀왔다. 부산 특히 해운대는 오래 전 신혼여행 때 들른 곳이었고 학회 세미나, 회의 등의 용무로 여러 차례 다녀온 터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우리집의 MZ세대인 작은아들 내외가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한다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알아서 하라고 일임했다. 우선 숙소는 LCT레지던스 고층으로 예약했다고 했다. 우리 부부와 두 아들 내외, 손자까지 며칠 묵기에 충분한 공간이라고 해서 처음엔 호텔 스위트룸이 아닌가 생각했다. 또 모든 일정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나이 많은 사람도 부담이 가지 않도록 동(動)과 정(靜)을 적절히 배분[1]했다고 해서 잘했다고만 말했다. 처음엔 KTX로 갈 예정이었으나 여로 중간에 여기저기 들를 곳이 있다고 해서 자동..

Travel 2022.05.03

[커피] 강릉 안목 해변의 카페 거리

예전엔 강릉에 가면 경포대와 오죽헌, 선교장을 찾아가고, 식사를 하려면 해변가 횟집이나 초당두부 마을로 갔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변가의 커피하우스나 유명 맛집으로 간다. 모처럼 바다를 보러 와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걷다가 두세 시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고, 또 SNS에 인증사진을 올릴 수 있는 곳부터 찾아간다. 아무래도 MZ세대가 회를 시켜 먹기에는 부담이 크고 SNS에 올렸을 때 '좋아요'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릉] 안목 해변의 카페에 앉아 동해 바다를 보네. 밀려오는 흰 파도는 카푸치노의 거품[1]인가. 오래 전부터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왔고 커피 전문점 창업은 망하기 십상이라고들 했다. 커피값이 원가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코로..

Travel 2022.02.03

[신년] 동해 일출과 오색약수, 한계령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평창에 머물다가 날씨를 보아가며 산이나 바다에 가 볼 생각이었다. 12월 31일 강원도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TV 뉴스에서는 모처럼 맑은 날씨에 동해 일출 광경을 보러 35만대의 차량이 동해안으로 몰릴 것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주요 일출 포인트는 통제된다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이 해변가로 몰래 나가거나 바다가 보이는 도로변의 차 안에서 동해 일출을 보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새해 첫날 아침 7시 30분부터 거실 TV를 통해 장엄한 일출 광경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한 해 달력의 마지막 날 해야 할 일은 딱 세 가지다. 대청소 말고 마지막 정리해야 될 물건이나 기억을 치우는 것과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 ..

Travel 2022.01.01

[번역] 라마르틴의 "호수"에서 헤매다

오래 전의 노트에서 다음 시 구절을 발견했다. Start ․․․ 내가 몇 순간의 유예를 청했으나 부질없는 일 시간은 나를 피하여 달아난다 나는 이 밤에게 말한다 좀 더디게 가라고 그러나 새벽은 이미 밤을 거두려 한다 사랑하자 그러므로 사랑하자 인간은 머물 항구가 없고 시간은 쉴 기슭이 없어라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지나간다 ․․․ "연인과 함께 보내는 이 밤, 부디 끝나지 말아다오" 호소하는 듯한 아주 낭만적인 시였다. 시 전문(詩全文)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프랑스의 낭만주의(romanticism) 시인 알퐁스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 1790-1869)의 "호수(Le Lac)"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불어로 된 원시와 영역된 시 전문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1]..

Travel 2021.11.21

[단풍] 낙엽이 꽃이 되는 제2의 봄이련가!

예로부터 가을 단풍은 시인묵객들의 감상의 대상이었거니와 해외 문인들의 어록도 만만치 않았다.[1] 무엇보다도 알베르 까뮈가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을 꽃이라 하고 '제2의 봄'이 왔다[2]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꽃이라면 벌나비가 찾아오고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맺지 않은가! 아름다운 낙엽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오고 겨울이 지나면 낙엽이 진 자리에 새 움이 돋을 테니 틀린 말은 아니라 싶었다. 아니 낙엽은 땅을 기름지게 하고 뭍짐승들의 겨우살이를 도우므로 더 많이 좋은 일을 하는 셈이다. 11월 첫 주말 위드코로나로 너나 할 것 없이 단풍 구경 나설 때 행락객이 적을 듯한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3]로 단풍 구경을 다녀왔다. 본래 월정사는 암반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금강연(金剛淵)과 속세의 먼지를 씻겨주는 금..

Travel 2021.11.11

[심리] 여행지에서 웬지 적대감이 느껴질 때

자신감을 읽으면 온 세상이 날 적대시한다. If I have lost confidence in myself, I have the universe against me! - Ralph Waldo Emerson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 간혹 여행지 사람들이 나에게 적대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 역시 벼르고 별러서 프랑스를 여행할 때였다. 마침 파리 시내에서 테러가 발생해 기차역의 물품보관함이 폐쇄되는 바람에 무거운 여행짐을 어디 맡겨놓을 데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짐을 메고 끌고 다니며 개선문과 에펠탑을 구경해야 했다.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가 하얀 돔의 사크레쾨르 성당 (Sacre-Coeur Basilica in Montmartre, 성심교회)를 찾아갔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자 일순간 적막이..

Travel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