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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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 1] 한겨울의 눈 구경 식도락 여행

일본에 몇 차례 여행을 하였지만 이번 겨울에는 눈 구경도 하며 제대로 온천욕을 하고 싶었다. 여행 일정과 코스 잡는 것을 직장 다니는 아내에게 일임하였던 바, 1월 하순 설 직전에 아오모리(靑森)가 좋겠다고 하였다. 호시노(星野) 리조트라는 일본의 대형 호텔 체인이 운영하는 두 곳의 호텔을 2박3일로 예약하였다. 1월 25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이륙한지 2시간 반이 못되어 일본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에 도착했다. 호화롭고 현대적인 인천공항과는 달리 아오모리 공항은 국제공항이라기에는 규모가 작은 시골 공항이었다. 겨울철에 아오모리에 눈이 많은 것은 한반도를 건너온 대기와 일본 열도를 따라 북상한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는 지형적인 영향 때문일 것이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아오모리 시가지는 흰눈으로 덮여 있었..

Travel 2019.01.27

[일상] 서울 도심의 2018년 가을 정취

시청 앞 서울광장은 언제나 집회와 행사로 조용한 날이 없다. 그런데 11월 초 어느 가을날에는 서울시청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가을빛(秋色)이 완연했다. 다른 때에는 무표정하게 보이던 사람 얼굴의 조형물이 오늘따라 놀란 사람처럼 보였다.> 덕수궁 옆 성공회 건물이 아주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그 앞 국세청 별관 자리에는 세종대로 도시건축박물관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로수가 노랗고 붉게 물든 덕수궁 돌담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사진을 찍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해주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해를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일..

Travel 2018.11.05

[독일 8] 로렐라이 언덕과 전승기념탑

독일 일주여행도 이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늘도 날씨는 쾌청했다. 독일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최진홍 사장은 요즘 아주 이례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들에게는 축복인 것이다. 라인 강변 여행이 예정되어 있는 오늘은 특히 그러했다. 해 뜨기 전 호텔 앞 오이스키르헨(Euskirchen) 전철역은 아침 일찍 쾰른으로 가는 학생과 직장인들로 붐볐다. 마지막 날이므로 우리 내외는 아침 일찍 식당에 내려가 든든히 먹어두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오후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타이트한 일정이지만 오전에는 라인강변을 드라이브하고 로렐라이 언덕(Loreley Plateau)을 찾아갔다. 이곳 너른 잔디밭에서는 여름철에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는데 가이드 말이 제주도에 오지 않았나 착각(?)할 수 있..

Travel 2018.10.18

[독일 7] 브레멘 음악대, 인도적 관용의 한계

함부르크 교외 부흐홀츠 하늘에는 무지개가 걸렸다. 이른 아침에 가랑비가 뿌린 탓이었다. 약간 쌀쌀하였으나 해가 뜨면서 구름이 걷히고 기온도 상승할 것으로 보였다. 우리가 탄 버스는 도시 전체가 자유도시로서 역사가 깊고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브레멘으로 향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씨는 다시 개었고 독일의 무역항들이 몰린 곳 답게 고속도로는 트럭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거리에는 벌써 수업이 파한 듯 중고생들이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시청 앞 광장에는 이동식 놀이터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옆에 롤란트 석상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롤란트(Roland)는 이곳을 정복한 샤를르마뉴 대제의 12용사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이 도시와 자치권과 시장(Marketpla..

Travel 2018.10.16

[독일 6] 독일 통일과 베를린, 함부르크

베를린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TV를 켜자 한 채널에서 각 지방의 풍경과 날씨를 보여주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었다. 우리도 체크아웃을 서둘러야 했지만 TV 화면을 보는 동안 저절로 마음이 평안해졌다. 다음 행선지는 박물관섬(Museum Island)이었다. 슈프레섬 북단에는 베를린 구 박물관(Altes Museum)을 비롯한 5개의 박물관이 한 군데 모여 있어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나머지 4개는 신 박물관, 구 국립미술관, 보데 박물관 그리고 페르가몬 박물관이다. 5개의 박물관이 1999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관람객이 제일 많은 박물관은 박물관섬 중앙에 위치한 페르가몬 박물관이다. 그리스와 중동에서 발굴해 온 유물들을 특별히 전시하기 위해 1910년부터 1930년까지 20년에 걸쳐..

Travel 2018.10.15

[독일 5] 상수시 궁전과 카이저 빌헬름 교회

아쉽지만 드레스덴 관광을 하루 만에 끝내고 다음 행선지 상수시(Sans Souci란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다는 뜻) 궁전이 있는 포츠담으로 향했다.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란 무엇일까? 오늘도 역시 하늘은 푸르렀고 들판에는 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독일 고속도로(Autobahn)는 전 구간이 무료이다. 그러므로 여행자가 식사를 하거나 생리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휴게소를 도로공사가 관리.운영하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우리처럼 고속도로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주유소가 딸린 휴게소는 Autohof라 하고,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1~3km를 더 가야 하는 휴게소는 Rasthof라 하여 위의 도로표지처럼 무슨 업소가 있는지 안내해준다. 휴게소의 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인데 입구를 지하철 개찰구처럼 만들어 놓고 50..

Travel 2018.10.14

[독일 4] 전쟁을 겪은 밤베르크와 드레스덴

뮌헨대학교가 있는 슈바빙 지구를 가보지 못하고 뮌헨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으나 오늘 구 동독지역에 들어간다는 최진홍 가이드의 말에 기대가 부풀었다. 뮌헨의 슈바빙 거리는 1955년 서울법대를 중퇴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전혜린이 소개를 많이 하였기에 그녀의 수필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마치 순례코스처럼 찾아가는 곳이다. 아 참, 슈바빙에 가시면 릴케를 만나 보셔야지요. 전혜린도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을 거예요. 영국 정원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어요. Did you meet with Rilke at Schwabing? There, you might see Jeon Hye-rin at cafe. Otherwise, she must wait for us Walking along the English Gar..

Travel 2018.10.13

[독일 3] 바이에른 루트비히 2세의 린더호프 궁

이튿날 아침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공기가 상쾌했다. 독일 알프스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다. 한국에서 패스를 끊어오면 파격적인 금액으로 뮌헨에서 당일치기 알프스 관광도 가능하다고 한다. 해발 3천 미터 가까운 추크슈피체 휴게소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알프스 연봉을 다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나로서는 스위스 루체른의 필라투스산에 두 번씩이나 올랐지만 한 번은 눈, 또 한 번은 비 때문에 알프스 연봉을 전혀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아침 8시 반 숙소를 출발하여 1936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가르미슈와 통합된 파르텐키르헨 시가지를 통과했다. 이곳에는 여름휴가나 스키시즌에 장기숙박이 가능한 펜션이 많다고 한다. 다음 ..

Travel 2018.10.12

[독일 2] 튀빙겐, 호엔촐레른 왕가의 영고성쇠

독일을 한 바퀴 도는 일주여행의 출발지는 튀빙겐이었다. 중세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방점인 호엔촐레른 성에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독일 어느 도시나 그러하지만 녹지가 잘 보존되어 있고 창틀은 물론 다리 난간도 꽃화분으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도는 거의 예외 없이 타원형으로 둥글게 배열된 네모난 돌로 포장되어 있었다. 시멘트와 벽돌이 비쌌던 중세에는 나무로 틀을 짜고 진흙으로 벽체를 만들었다. 이 모양 그대로 다른 곳에 옮겨지을 수도 있는데 위 사진처럼 창문이 밖으로 돌출한 것은 토지점용료를 물지 않고 2층부터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독일 전국을 여행해 보니 남부 지방 외에는 높은 산이 별로 없고 숲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공업국가임에도..

Travel 2018.10.11

[독일 1] 역사와 인생의 교과서 - 독일, 독일인

정년퇴직을 기념하여 부부동반으로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독일 일주여행을 하였다. 구 동독지역을 포함하여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았고 여기저기 보고 느낀 것도 있기에 여행 코스를 따라서 "역사와 인생의 교과서"라는 관점에서 여행기를 써볼 생각이 들었다. - 독일은 우리 역사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는가? - 독일하고는 정치외교나 경제 부문 외에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 독일인 중에 우리가 귀감으로 삼을 만한 사람은 누구인가? - 영화 에서 다룬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도 있지만 그 이전의 독일 역사와 인물을 살펴보고 싶었다. 이를테면 이번 여행 중에 가보았던 베를린 도심의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와 그 옆에 새로 지은 교회의 예수상은 잘못된 역사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고난과 핍박을 당해..

Travel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