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용평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이나 유명 음식점 대신 선택한 언택트 시대의 힐링 여행이었다.
차 운전은 아내가 도맡았다. 어지럼증이 채 낫질 않아 고속도로 운전을 삼가고 있는 나에 대한 배려였다.
전에도 여러 번 다닌 길이었지만 조수석에 앉아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하늘과 주변풍경의 모습을 보면서 사진찍기에 바빴다.
주말이라서 강원도 쪽으로 가는 차량이 많은 탓에 가는 길이 예상보다 1시간 이상 지체되었다.
하지만 강원도로 넘어갈 때까지는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갖가지 모습을 보여주어 눈이 시원해졌다.
하늘은 캔버스
흰 물감 적신 붓질에
뭉게구름 피었네
What He makes brush strokes
with white paint in the sky
turns out to be white clouds.
대관령 나들목으로 나오자 "Happy 700 평창" 엠블럼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평균고도가 해발 700m인 평창군의 여러 지역이 사람 살기에 좋고 행복을 안겨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2018 동계 올림픽이 끝난지 2년이 지났고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고조되었던 남북 화해 무드도 사라졌지만 용평 곳곳에는 올림픽 자취가 많이 남아 있었다.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을 건설하면서 도로교통 시스템을 국제기준으로 만든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용평만 해도 대부분의 교차로가 회전식(로타리)이어서 내비는 직진이 아니라 "12시 방향", 우회전 대신 "3시 방향"이라고 안내하였다.
아내의 지인이 빌려준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비롯한 아파트 시설이 아주 훌륭하였다.
거실 창문을 여니까 평창 아니 강원도의 울창한 숲과 개천이 눈앞에 펼쳐졌다. 같은 아파트라도 서울서 빼곡한 집들만 보다가 푸른 숲을 보니 별천지에 온 것만 같았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용평에 오니 가슴이 툭 트이고 저절로 심호흡을 하게 되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용평의 맛집을 찾아갔다. 공기가 좋으니 식욕도 절로 나는 듯했다.
용평 일대는 스포츠 타운답게 도로를 질주하는 사이클 동호회 회원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스키 대여점이 많았으나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볼 일이었다.
알펜시아 리조트로 가니 저 멀리 스키 점프대가 보였다. 올림픽 당시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던 경기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시설이 철거되어 마치 긴 팔을 휘두르는 허수아비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평창의 추억이었다.
그보다는 알펜시아 리조트의 편안한 시설, 호숫가 산책로가 우리 마음에 들었다.
대관령의 명소라는 양떼 목장을 찾아갔다. 입구에서는 대관령의 명물 풍력발전기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너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를 구경하고 또 어린이들은 양에게 건초를 먹일 수 있는 체험장이 있어서인지 상당액의 입장료를 받았다. 양털깎기는 상당한 기술을 요하므로 일반인들이 양털깎기 체험은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불가능은 없다!
대관령에 스위스 양떼 목장
Nothing is impossible!
A Swiss-style sheep ranch runs well
At Dae-gwan-ryeong.
용평에 왔으니 1시간 거리의 강릉 경포대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였다.
산을 구경했으니 다음은 바다를 볼 차례이다.
아직 해수욕장 개장을 하진 않았지만 해변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다. 백사장에 앉아 있거나 누워서 일광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 바다가 그리운 건
태초의 생명샘이었기 때문
Why you miss the sea?
It's because Ocean was
the origin of life.
바닷가에 왔으니 우리는 회를 먹을 생각부터 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선 두세 사람이 먹기에는 생선회 값이 비싸므로 특히 젊은이들은 횟집 대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바다경치를 바라보며 커피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들른 횟집 사장도 비싼 임대료 물어야 하는 횟집은 모두 이곳을 떠났다고 말했다. 경포대에서는 브랜드 커피가 생선회의 대체재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용평을 떠나는 날에는 오대산 월정사를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절 입구의 금강교 아래로 맑은 계곡 물이 흘러가면서 물소리를 냈다. 계곡에 바윗돌과 자갈을 깔아놓아 물소리가 요란하게 나도록 만들었다.
계곡 물소리가
금강교 아래선
득도(得道)하는 길
Sounds of flowing waters
under the Geumgang Bridge
Usher us in Nirvana.
월정사 앞으로는 오대천 물이 둥근 달처럼 감아 돌아 흐른다. 절터의 동서남북 사방으로는 산봉우리들이 연꽃처럼 감싸고 있고, 그 앞을 둥그런 만월수(滿月水)가 감아 돌아 흐르고 있으니, 이만하면 천하 명당이라 할 만하다. 신경 써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월정사에 들러서 하룻밤 자고 가면 좋을 듯하다. 생각이 많고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는 물소리가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불타고 있는 번뇌를 물소리가 씻어 버린다.
특히 오대산은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차를 우리기에 좋은 물이 우통수(于筒水)다. 옛날부터 우통수의 명성은 자자했다. 물맛이 좋고 물이 무겁다는 것이다. 물이 무겁다는 것은 몸에 좋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징표다.
오대산의 여러 샘물들이 흘러 월정사 앞의 금강연(金剛淵)에서 만난다. 금강연은 바닥의 암반에서 물이 용출(湧出)하는 특이한 구조다. 용출하는 금강연 물과 오대산 샘물이 합수해서 한강으로 내려가는 우통수가 된다. 출처: 조용헌, "월정사의 물", 조선일보 2020. 7. 20.
도(道) 닦는 첫 걸음은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
The first step to cultivate your moral sense
is to find a right way.
동계올림픽 여러 종목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보면서 우리는 평창에 작별(Adieu)를 고했다.
얼마 안되어 여러 개의 터널 중의 하나를 통과했고 강원도를 벗어나 경기도에 진입하였다.
집에 가는 길은 평일인 덕분에 별로 막히진 않았으나 그만큼 번잡한 세상살이에 빨리 되돌아간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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