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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Waltzing Matilda가 못내 부러운 까닭

Onepark 2020. 9. 2. 12:00

며칠 전 라디오에서 경쾌한 행진곡 풍의 "Waltzing Matilda"를 들었다. 아마도 이 노래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제2의 국가'라 할 정도로 유명한 민요인데 독창이든 합창이든 관현악 편곡이든 매우 유쾌하게 불려지고 들린다.

막상 그 가사를 알고보면, 우리나라의 "새야 새야 파랑새야"처럼, 매우 슬픈 노래가 아닐 수 없다.[1]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곡을 매우 흥겨운 노래로 잘못 알고 있다.

내 자신부터 이 곡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 곡이 나오게 된 배경과 정확한 노래 가사를 조사해 보았다.

 

* 오스트레일리아의 Waltzing Matilda 기념우표

노래 가사

우선 노래 제목부터 "Watching Matilda" (마틸다를 지켜보며)로 잘못 알고 있었다. 마틸다는 영화 "레옹"에 나오는 소녀 이름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랫말부터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Waltzing Matilda

춤추는 봇짐

1. Once a jolly swagman camped by a billabong.[2]

Under the shade of a coolibah tree.

And he sang as he watched and waited 'til his billy boiled.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얼마 전 어느 유쾌한 떠돌이 일꾼이
개울가 참나무 그늘 아래서 야영을 하였다네
그는 주전자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네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Refrain]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And he sang as he watched and waited 'til his billy boiled.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후렴] 춤추는 봇짐아, 춤추는 봇짐아,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그는 주전자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네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2. Down came a jumbuck to drink at the billabong.

Up jumped the swagman and grabbed him with glee.

And he sang as he shoved that jumbuck in his tucker 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마침 양 한 마리가 물 마시러 물가로 내려왔네
떠돌이 일꾼이 벌떡 일어나 신이 나서 양을 붙잡았네
그리고 그 양을 잡아먹으려고 양식자루에 쳐넣었네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3. Up rode the squatter, mounted on his thoroughbred.

Down came the troopers; one, two, and three.

"Whose is that jumbuck you've got in your tucker 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양 주인이 말을 타고 나타났네
기마경찰도 하나, 둘, 셋씩이나 데려왔네
양식자루 안의 양은 누구 거냐?"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4. Up jumped the swagman and sprang into the billabong.

"You'll never take me alive", said he.

And his ghost may be heard as you pass by that billabon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떠돌이 일꾼이 벌떡 일어나 물속으로 뛰어 들었네
"나를 산 채로 잡을 순 없을 거다"하고 말했네
그리고 나서 그 물가를 지날 때면 떠돌이 유령의 노래소리가 들릴지 몰라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Modified Refrain]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His ghost may be heard as you pass by that billabon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변형된 후렴] 춤추는 봇짐아, 춤추는 봇짐아,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그 물가를 지날 때면 떠돌이 유령의 노래소리가 들릴지 몰라
"춤추는 봇짐아 어서 나랑 같이 가자"

노래의 뒷이야기

제목의 마틸다는 여자 이름이 아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목장에서 기르던 양들은 1년에 한 번씩 털을 깎아줘야 했는데 양털깎는 인부(shearer)들이 이곳저곳으로 다니면서 수십 마리, 수백 마리의 양털깎기 일을 했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 이들은 말이나 마차를 부릴 형편이 못 되었으므로 야영도구를 옷이나 담요에 둘둘 말아가지고 짊어진 채 먼 길을 걸어 큰 면양목장을 찾아다녔다. 영화 "Cast Away"의 배구공 '윌리'처럼, 떠돌이 일꾼이 심심한 나머지 식량과 야영장비를 싸서 매고 다니는 봇짐에 여자 이름을 붙이고 의인화했던 것이다. 함께 걷는 마틸다(walking Matilda)보다 춤을 추는 마틸다(waltzing Matilda)가 훨씬 정이 갔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길 잃은 양을 잡아먹었다고 목장주(squatter, grazier)가 기마경찰(trooper=mounted policeman)을 세 명씩이나 불러야 했을까? 더욱이 이 떠돌이 일꾼은 경찰에 사실대로 말하면 됐지 왜 도망치려다 물에 빠져 죽었을까?

Wikipedia에서 "Waltzing Matilda" 항목을 찾아보니 이 노래가 나온 배경이 자세히 해설되어 있었다.

 

1895년 호주의 시인 반조 패터슨은 퀸즈랜드 주의 윈턴에 있는 목장에 갔다가 그 지역에서 일어났던 소요사태 소식을 들었다. 양모 수출의 부진, 가뭄 등으로 실업이 급증하자 1891년과 1894년 양털깎기 인부들이 노동조건의 개선을 내걸고 파업을 벌였다고 한다. 당시 퀸즈랜드 주지사는 군대를 동원하고서야 폭력적인 파업을 진압할 수 있었다. 다시 1894년 9월에는 일부 파업 주동자가 양털깎는 헛간에 불을 놓아 수십 마리의 양이 타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자 세 명의 기마경찰이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온 이주 노동자를 추격했다. 그는 체포를 피해 도망치다가 포마일 크리크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연을 바탕으로 패터슨이 민요풍의 시를 짓고, 호주에서 널리 불려지던 스코틀랜드의 행진곡 풍 노래 Craigielee를 고쳐 곡을 붙였다.[3]  

 

"Waltzing Matilda"는 사전에도 잘 안 나오는 호주 영어 방언까지 알아야 가사를 이해할 수 있는데, 가사의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는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떠돌이 양털깎기 인부들의 땀과 눈물을 거두어준 것은 "Waltzing Matilda"라는 한 편의 시와 활기찬 포크송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호주인들은 어찌 보면 떳떳하지 못한 내용의 가사를 자기네 이야기인 양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은 호주의 광활한 자연과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죄수들을 보낸 것까지 포함해 호주가 부강해진 오늘날 그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듯 싶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떠돌이 막노동 일꾼들과, 가진자와 그들 편의 공권력으로 편가르기를 하여 서로 증오심을 키우지 않았다.[4] 오히려 떠돌이 일꾼을 포함하여 힘든 양털깎기 노동일도 마다 하지 않았던 조상 덕분에 잘 살게 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춤추는 마틸다야 어서 나랑 같이 가자" 외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것 같다.

광활한 대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면양목장을 찾아다니며 유쾌하게 양털깎기 일을 하던 인부들에게서 호주인의 정체성(identity)을 찾고 있는 것이다. 1977년 국민투표에서 호주의 국가(national anthem)를 무엇으로 정하겠느냐는 문항에 애국심을 고취하는 "Advance Australia Fair"의 다음으로 "Waltzing Matilda"가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5]

Note

1] 우리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호주 민요 "Waltzing Matilda"는 그 당시 두 나라 사이에 전혀 교류가 없었음에도 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① 둘 다 만들어진 해가 1895년으로 비슷한 시기에 불려지기 시작했다.

 ② 둘 다 주인공이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이고, 규모는 크게 다르지만 동지들을 규합하여 당대의 지배세력에 대항하였다.

 ③ 비록 그들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지만 두고두고 민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④ 각기 고장에 기념박물관이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기림을 받고 있다.

 ⑤ 둘 다 그 나라의 대표적인 민요로서 널리 불려지고 있다.

 

2] 호주의 영어 방언: waltzing = 독일어 auf der Walz에서 유래한 도보여행; gun shearer = 숙련된 양털깎기 인부; swag = 봇짐; swagman = 떠돌이 일꾼; billy = 야영할 때 물이나 국을 끓이는 통; tucker-bag = 오지 여행자가 식량을 보관하는 자루; jumbuck = 양; thoroughbred = 서러브렛 순종 말, 목장주인이 타는 값비싼 말; billabong = 큰비가 내렸을 때 고인 깊은 물, 연못; coolibah = 유칼립투스 나무의 일종으로 재질이 단단한 호주에서 자라는 나무; outback = 호주의 오지(= bush)

 

3] 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즈랜드 주 윈턴에는 월칭 마틸다 센터가 있다. 2012년부터는 패터슨 시인이 이 노래를 처음 지은 것으로 알려진 4월 6일을 월칭 마틸다 기념일로 정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4] 1955년에도 양털깎기 인부들에 대한 보너스 지급과 비노조원의 처우를 둘러싸고 노사분규가 일어났다. 이 사건을 다룬 호주 영화로 "Sunday Too Far Away" (1975)가 있는데 "금요일까지는 너무 피곤하고, 토요일은 술에 취해 있고 정신을 차리기에 일요일은 너무 멀다"는 양털깎기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5] 1977년의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Waltzing Matilda"(28% 찬성)를 제치고 "Advance Australia Fair"(43%)가 기존 "God Save the Queen"(19%)를 대체하여 198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국가로 공식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