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10.5)은 고도(古都)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를 보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귀국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일찍 아침 8시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고베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임에도 의외로 고가차도, 교량과 인공섬이 아주 많았다.
부족한 토지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목적이겠지만 조금 위태로워 보였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은 제각기 독특한 디자인을 뽐냈다.
나라에 도착하기 전에 가이드는 박물관과 도다이지 일대의 공원에는 사슴이 아주 많으니 사람에게 다가오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했다. 길을 걸을 때에는 사슴 배설물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일부러 사슴을 보러 오는 외지 사람도 아주 많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도다이지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까 사슴들이 떼지어 몰려 다녔다. 사슴 먹이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여러 마리가 달려들었다. 콩비지로 만든 시카센베이를 좋아하는데 어서 달라고 머리로 살짝 받기도 했다. 그러나 빈손을 내보이면 물러났다.
8세기 도다이지에서는 신라에서 전래된 화엄경 설법이 행해졌다.
그 정문인 난다이몬(南大門)에는 대화엄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도다이지 대불전(大佛殿)에는 화엄경에서 말하는 우주의 근원인 비로자나 청동 대불(높이 14.6m)이 안치되어 있다.
전란과 화재로 대불전과 불상이 불타기를 여러 차례, 현재의 것은 18세기 초에 전국적으로 모금을 하여 건립된 것이라고 한다.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일본의 자랑거리 문화재이다.
여러 차례의 전란과 화재로 소실된 적이 많았지만 그때그때 남은 부분을 가지고 복원을 했다는 가이드 설명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사찰ㆍ궁궐 같은 문화재는 임진왜란의 전과 후로 나눠진다는 말이 있다.
경복궁을 비롯해 왜군이 약탈하고 방화한 것을 문화재 파괴(Vandalism) 본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전국시대에 번주들끼리 싸움을 벌였던 그들의 당연한 전법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존의 가치있는 문화재를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가 복원하는 기술이 일본에서 유독 발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본에는 UNESCO 세계문화유산이 많다. 이것은 UNESCO 최대 출연국으로서 누리는 혜택만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정창원(正倉院, 쇼소인) 하면 옛날 신라시대 민정문서가 발견된 왕실 수장고 아니던가? 위의 포스터는 일본 국왕 즉위 기념으로 왕실 수장고의 보물을 전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주박물관에서는 영남지역 매장물을 보존하는 수장고를 나라의 정창원을 그대로 본떴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의 쇼소인이 신라 것을 모방했으니 그 원형을 다시 역수입하였다는 게 경주박물관 측 설명이었다.
도다이지 1천년 역사의 무게에 눌린 탓인지 우리 일행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윤준현 가이드는 나라에 오셨으니 예전에 이곳에서 서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꼭 보셔야 한다면서 나라 마치(奈良町)라는 동네로 안내하였다.
지금도 한약방, 나막신, 재봉 등 몇 대에 걸친 장인이 공방을 열고 있으며 잘 보존된 가옥은 옛날 모습 그대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했다. 집집마다 화분을 밖에 내놓고 방화수를 양동이에 가득 담아두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중정이 있는 다다미 방이 손님을 맞았다.
점심 때가 되었으므로 서둘러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로 향했다.
초입에 먹음직스러운 대게가 꿈틀거리는 음식점이 식욕을 자극했다. 그러나 가이드는 오사카의 대게는 가성비가 별로라고 하면서 오늘 점심은 모듬초밥 특식을 예약해 두었다고 말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쇼핑거리, 먹자골목을 이리저리 들어가니 회전초밥집이 나왔다.
도톤보리 번화한 상가를 깊숙히 들어 갔을 때 아주 이색적인 광경을 목도했다.
골목 한쪽켠에 미니 사찰이 있는데 이곳의 석불은 푸른 이끼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앞에 놓인 물동이에서 소원을 빌면서 물을 뿌리니까 불상에 이끼가 솜처럼 덮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자기의 소원이 성취될 것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사찰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100% 들어가는 동전 함을 놓는 게 수입이 더 좋았을 텐데. . .
도톤보리 운하 옆에 있는 글리코(Glico)의 러닝맨 광고는 SNS 상으로 유명한 만남의 장소이다.
이 날도 중국에서 관광온 청소년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야단법석이었다. 다리 밑으로는 밴드가 흥겹게 재즈를 연주하는 유람선이 지나갔다.
도톤보리 운하는 오사카 상인들이 물류 촉진을 위해 자체 비용으로 건설했다고 한다.
한국에도 매장이 있는 돈키호테에서는 강아지 간식거리 외에는 살 것이 없었다. 대신 노랗게 칠해져 있는 관람차를 타보기로 했다.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우리가 탄 캐빈이 180도 회전하여 수직 상승한 후 큰 원을 그리며 도는 식이었다. 그리고 다시 수직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에 바깥 경치를 구경하라는 것이었는데 밑에서 건물을 철거하는 공사장의 소음만 요란할 뿐이었다. 우리가 이미 보았던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이나 로코산 전망대에서의 풍경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1천엔을 더 내면 유명 캐릭터가 나오는 VR 안경을 빌려준다고 했구나~ 마침 운하에 유람선이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사카의 맥도널드 매장도 구경할 겸 안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일정을 되돌아 보았다.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여 우리 부부만 떠나온 것이지만 그런대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교토의 아라시야마, 청수사 같은 곳에서는 나도 잘 몰랐던 일본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3박 4일의 여행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간사이 공항에 돌아왔다.
김포 공항 행 게이트 앞에서 보딩을 기다리면서 비록 주마간산이었지만 견문을 넓혔다는 점에 안도했다. >출발하면서 다짐했던 일본에 와서 배울 수 있었던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 Standardized manual for tourism
첫째, 일본인의 표준화된 매뉴얼이 인상적이었다. 관광지 어느 곳에 가든지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음료수 가격도 균일하였으며 식당마다 상차림도 정갈했고 서비스도 아주 좋았다.
• Instant belief of Japanese people
둘째, 곳곳에 있는 신사에서 엿볼 수 있는 그들의 신앙심이 우상숭배라기보다 인스턴트식 믿음이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Storytelling sightseeing places
셋째, 유명 관광지마다 제각기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금각사의 절제미 속에 미시마 유키오의 동명 소설이 연상되었다. 로코산의 전망대, 타이코노유 온천도 제각기 이야기거리를 갖고 있었다.
• Attractive hot spots
넷째, 도시에는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어트랙션 포인트가 꼭 필요함을 알았다. 나도 오사카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은 야경을 보러 또 오고 싶을 정도였다.
• Brand-new business model
다섯째, 일본의 거리 특히 상가를 거닐다 보면 건축 디자인이나 사업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다.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24시간 영업하는 돈키오테 영업방식을 그대로 국내 도입한 기업인도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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