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10. 4)은 고베(神戶) 시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일정이다.
일본이 서구에 일찍 문을 열었던 항구였던 만큼 서구문물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고 그만큼 볼 거리도 많았다.
어제보다도 더 푸르러진 하늘에 흰구름이 예쁘게 그림을 수놓았다.
첫 방문지는 우리나라에는 '정종'으로 알려진 사케의 명가 기쿠마사무네(菊正宗) 술 박물관이었다.
양조장이 옮겨간 뒤로 주변은 주택지로 단장이 되었고 골목 한 쪽에 버린 쓰레기 봉투는 까마귀나 길고양이가 풀어헤치지 않도록 그물망으로 덮어놓았다.
드디어 9시 반이 되자 전에 양조장터였던 사케 양조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좋은 술을 만들려면 원료가 되는 쌀부터 좋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효고현 요카와의 아마다니시키 품종의 벼를 생산하는 농가와 특약을 맺고 원료를 공급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의 명장(名匠)이 나와서 "맛있는 술을 만들고 극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힘쓴다"고 말하니 더욱 신뢰가 갔다.
다음 방문지는 고베항의 외국인 거주지역 기타노 이진칸(北野異人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 외양부터 이국적(exotic)인 곳이 많았다.
지자체에서 외국인들로부터 양식 건물을 사들여 관광 용도에 맞게 임대를 해준다고 했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는 한국 김치를 제공한다는 라면 맛집을 지나 고베 항구로 갔다.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중앙에는 1995년 초 고베-한신 지역을 강타한 규모 7.2의 대지진을 극복한 기념탑이 서 있었다.
가이드가 1인당 1500엔씩 나눠주면서 이곳이 유명 쇼핑몰-레스토랑 거리이므로 기호에 맞게 레스토랑을 찾아가 식사하시라고 했다.
우리 부부도 항구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후 상가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회전초밥집을 골랐다.
그리고 일본 여행경험이 많은 와이프의 제안에 따라 몇 가지 초밥을 시켜서 먹었다.
주문과 결제는 모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태블릿으로 처리하게 되어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와이프는 쇼핑몰로, 나는 세가 오락실을 거쳐 도코모 전자상가로 건너갔다. 그곳에 가서 내가 집에 있는 PC를 바꾸기 위해 찜해 놓은 HP 파빌리온 올인원 PC를 찾아 이리저리 써보았다.
휴대폰과 컴퓨터 전용 매장이 엄청 넓었다. 국산 삼성, LG 제품도 진열되어 있고, 한 켠에는 핸드폰을 포함한 수리 코너도 있었다.
시간에 맞춰 고베항 버스 주차장에 집결한 우리 일행은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로코산(六甲山 해발 880m)에 올라가는 퍼니큘라(funicular)를 탑승하러 산 위로 올라갔다.
산의 경사면에 맞춰 제작한 철제 차량을 케이블로 연결하여 두 대가 아래 위로 오르내리는 메커니즘이다. 정확히 중간지점에 두 대가 교행하는 선로가 있다. 그래서 고베에서는 퍼니큘라를 로코 케이블카라고 부르고 있다.
로코산 전망대를 천람대(天覽臺)라 하는 이유가 있었다. 1981년 쇼와 천황이 이곳에 와서 경치를 구경하고 좋다고 하자 천황이 경치를 보고 감탄한 곳이라는 의미를 붙였다고 한다.
다른 관광객들도 값없이 구경하는 경치가 천황이 본 것과 같다는 점에서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고베 시가지와 오사카 만의 경치가 일품이었다.
로코산에서 평지까지 내려오는 7km의 산길에는 130개가 넘는 급커브가 있어 스릴 만점이었다.
다음 행선지인 온천이 많은 아리마 지역으로 내려갔다. 그중에서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즐겨 찾아 태합(太閤 = 関白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관직 이름)의 온천탕 즉 타이코노유(太閤の湯)를 찾아갔다.
대중탕에서 대충 몸을 비누칠 해서 씻은 다음 윗층의 노천탕으로 올라갔다.
이곳에는 라듐 성분의 황금천(金湯 킨노유, 철분함유 알칼리성 온천)과 은천(銀湯 긴노유), 탄산천(인공 게르마늄 함유)이 있어서 세 곳을 번갈아가며 드나들었다. 족탕도 앉아서 하는 것과 실내에 누워서 하는 두 가지였다.
이색적인 것은 히데요시 시대의 대도적 고오에몽(西山五右衛)이 애용했다는 커다란 솥단지였다.
목욕물을 쉽게 끓일 수 있는 간이 욕탕(五右衛釜風呂)에도 2번이나 들어가 온천욕을 즐겼다.
황금천 탄산천
푸른 하늘 아래
멈춰버린 시간
고베에서 숙박한 호텔은 인공섬인 로코 아일란드의 센트럴 역 앞의 플라자 호텔이었다.
12층의 객실에 들어가 보니 일대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주 널찍한 것은 맘에 들었지만 구식 호텔이어서 전기 콘센트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WiFi가 잘 터지지 않는 것이 흠이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휴대폰 충전용 콘센트가 usb 허브처럼 탁자 위에 고정 설치되어 있었다.
저녁식사는 호텔에 특별 주문한 햄벅 스테이크를 18층 레스토랑의 전망 좋은 별실에서 우리끼리 앉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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