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점심 먹을 때 켜 놓는 TV에서 의외로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를 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루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거대한 바위로 된 산봉우리가 화면을 압도하였다.
바로 중국의 저장성(浙江省) 단샤(丹霞)에 있는 장랑산(江郎山)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수직으로 쪼개진 듯 밑에 있는 사람이 개미처럼 보였다.
바위 절벽 아래 잔도를 만들어 사람들이 바위에 붙어서 지나가야 한다.
그 아래는 역시 깎아지른 절벽이므로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의 길을 내고 철제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멀리서 보면 세 봉우리 삼편석(三片石)이 내 천(川)자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인 지형은 평범해 보이는 산과 들이지만 이와 같이 평지돌출 바위 산 덕분에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된 것이다.
2010년에는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中國丹霞 (China Danxia).
또 하루는 재일교포 피아니스트 뉴에이지 작곡가 양방언(梁邦彦, Yang Bang Ean 일본에서는 Ryo Kunihiko)이 한 독서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그는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간 아버지가 북한 국적을 얻고 조총련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음악을 좋아한 나머지 생업을 작곡과 연주활동으로 바꾼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가 의사를 하였으면 특이한 점이 없었겠지만 음악가가 되었기에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KBS 다큐 "차마고도", 영화 "천년학"의 음악과,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음악감독을 맡아 우리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V에서는 그가 OST를 담당한 애니메이션 "12국기(十二國記)"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 밖에 TV만화영화 "새벽의 연화(暁のヨナ)" OST도 맡았다.
양방언의 수 많은 작품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Power Blossom"이다.
그가 몽골의 평원을 여행할 때 영감을 얻고 작곡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음악에서는 드넓은 대평원과 공활한 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인트로덕션의 몽골 영감님이 혼을 쥐어짜듯 부르는 노래가 나에게 위로와 힘을 안겨준다.
그 다음으로 피아노로 연주하는 주제가 조용히 진행되다가 기타와 현악기와 타악기의 앙상블이 다채롭게 주제를 발전시킨다. 악기 편성이 다양하고 규모가 큰 만큼 듣는이로 하여금 음악의 파워가 적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9월 하순에는 유명 가수, 뮤지션의 해외 버스킹 프로 "비긴 어게인3"를 볼 수 있었다.
베를린의 티어 가르텐에서 소녀시대의 태연이 블론드 염색을 하고 선글래스를 쓰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절절한 목소리로 "사계"와 "화장을 고치고"를 불렀다.
마지막에는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할 즈음 베를린 Urban Art Space로 자리를 옮겨 버스킹 공연을 하였다.
우리 가족이 베를린에서 여러 달 살았던 적이 있고 작년에도 다녀왔기에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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