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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1] 일본 오사카 스카이빌딩의 공중정원

Onepark 2019. 10. 7. 10:00

10월 초 연휴기간에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다카마쓰-나오시마 여행을 떠나기로 연초에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예약했던 LCC 항공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빠 엄마가 싸운다고 아이들이 밥을 굶어야 하는가?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본 간사이 지방을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얼마 전 중국에 다녀왔기에 해외견문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나름 있었다.

2019년 5월에는 중국 양자강 이남 지역으로 唐宋 시인들의 발자취, 주자학의 성립, 중국의 개항과 공산혁명을 돌아보는 말 그대로 文史哲 기행을 하고 왔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하여 따로 패키지 여행을 신청했다. 하나투어 여행사에서는 10명 이상이 되어야 출발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행객이 7명에 불과했음에도 10월 2일 아침 우리 부부는 김포공항에서 간사이 공항 가는 여객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간만에 보는 프로펠러 여객기. 낮게 떠서 천천히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떠나기 전에 마음 속으로 다짐을 했다.

중국의 무이계곡과 동정호에서 여러 편의 단시(短詩, 17음절의 하이쿠)를 지었던 만큼 이번 간사이 여행에서는 적어도 다섯 가지는 배워오리라 마음 먹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일본을 배척하기보다는 배워서 이길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일본을 대표하는 간사이 국제공항은 오사카의 이타미 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오사카만에 인공섬을 만들어 1994년 개항했다. 바다 한 복판이므로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야 오갈 수 있으나 항공기 소음피해 우려가 없으므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고 태풍이 불어닥치면 침수되는 일이 잦아 영종도 인천공항에 비해 천문학적인 유지관리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사이 공항에서 가이드 윤준현 (友愛 관광버스, Yuai Kanko) 씨를 만났다. 일행이 모두 세 가족 7명이었으므로 버스도 중형 버스를 이용하면 되었다.

역시 같은 비행기로 온 한국 관광객들은 우리 포함 두 팀 밖에 없었다. 10월 초 황금연휴기간이고 인기 있는 관광코스임에도 전 일정에 걸쳐 만난 한국 관광객 역시 몇 팀에 불과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양쪽으로 방음벽이 쳐진 산업도로라서 주변 건물의 꼭대기 외에는 바깥 경치를 볼 수 없었다.

오사카 시내로 들어와 자칭 유서 깊다는 소바요시 메밀국수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가족끼리 앉은 테이블마다 한 사람 앞 쟁반 하나에 미리 주문한 메밀 소바와 연어덮밥, 장국이 차려져 나왔다.

 

* 일본 정토종 사찰에서 전래된 참깨가루를 넣은 메밀로 면을 만든다고 크게 써붙여 놓았다.

 

다음 코스는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오사카성 천수각(天守閣)을 찾아볼 차례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우리 민족에게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철천지 원수이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면에서 존경을 받고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고 한다. 도요토미는 오사카를 근거지로 일본 전국을 통일하였다. 그러나 그의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쓰(徳川家康)가 세력을 잡은 후에는 수도를 오사카에서 에도(江戸, 현재의 도쿄)로 옮기고 막부(幕府) 정부를 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 성을 건설할 때 방어용 해자를 넓고 깊게 파고 성곽은 지방의 다이묘들로 하여금 석재를 조달해 축조하도록 했다. 그래서 번주의 충성도와 재력에 따라 그가 맡은 성곽의 모양이나 보존 상태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도쿠가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후계자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대결할 때 강화의 조건으로 외측과 내측 해자를 차례로 메우게 하여 방어력을 현저히 약화시킨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러다가 트집을 잡아 유럽에서 들여온 신형 대포로 오사카 성을 총공격하여 항복을 받아냈다.

1614년의 이 전투는 당장의 평화를 지키려고 적의 선의(善意)에만 매달려 양보하다가는 그 사이 전력을 강화한 적의 손에 멸망 당하고 만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군비를 강화한 히틀러의 평화 약속만 믿고 영국의 챔벌레인 수상이 덜컥 서명했던 뮌헨 협정의 원조인 셈이다.

 

 

천수각 건물은 화려해 보이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도쿠가와 가문에서 축조했던 목조 건물은 여러 차례 전란과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다.

아래의 건물은 1931년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새로 지은 것인데 성 안에 군수공장이 있어서 여러 차례 미군기의 폭격을 당했다고 한다. 새 건물에도 도요토미 가문의 상징인 잉어 꼬리 모양이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어 매우 화려해 보였다.

 

 

천수각 7층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을 19장면으로 나누어 시청각을 이용해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아주 처참했던 임진왜란(일본에서는 '조선출병' Korea Campaign 이라 함) 사건이 중요하게 다뤄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1592년 16만 대군을 조선 파병하였고 그 자신이 나고야 성에 가서 전쟁을 직접 지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봄철이면 오사카 공원의 수천 그루의 매화나무와 벚꽃나무가 활짝 꽃을 피우는 장관이 펼쳐진다.
* 전설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안의 깊은 우물이지만 히데요시 사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천수각 안에서 많이 걸었으니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시간. 레스토랑이 들어선 시립박물관 옥상 카페에서 천수각을 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이렇게 전망 좋고 서비스가 친절함에도 붐비는 1층 카페와 가격차이가 없었다.

 

* 볼썽 사납긴 해도 돈 안 들이고 쉬는 방법도 있다.
* 오사카 성을 떠날 때 가이드가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 저녁에는 오사카성 공원에 휘황한 조명이 밝혀지므로 돈 내고 들어와서 산책하라는 안내판

 

공원에는 개나 고양이를 내다버리는 것은 범죄행위로 1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판이 서 있었다.

오사카성 공원에서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 이 부근 컨벤션 홀에서 열리는 록 밴드 공연을 보러 청소년 팬들이 모여들고 있다.
* 일본 관광지에는 어딜 가나 이렇게 인스턴트로 복을 비는 코너가 자리잡고 있다.

 

오사카 성 앞 운하에서 수상버스 아쿠아 라이너를 탔다. 나카노시마의 요도야바시 선착장까지 가는 편도 20분의 크루즈였다. 봄철 벚꽃이 만개할 때에는 투명한 천정 유리창으로 벚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단체로 승선하여 뒷자리가 시끌쩍했다.

 

 

그런데 배의 구조가 특이했다. 가이드가 설명하기를 일본에서는 자연재해가 많으므로 운하의 선박도 주민들이 피난할 때 동원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오사카는 교량이 낮으므로 밀물 때에는 운하의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배의 지붕을 낮추기 위해 네 귀퉁이에 키를 낮추는 장치가 있다고 했다. 위의 두 사진에서도 주름져 있는 원통형 기둥을 확인할 수 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재난대피(Escape) 상황이 연상되어 운하 양안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코스는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공중정원 산책이었다. 높이 173m의 우메다(梅田) 스카이 빌딩 옥상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공중정원 전망대가 있다.

40층 높이의 2개의 쌍둥이 빌딩을 세운 후 밑에서 원형 철구조물을 만들어 옥상까지 끌어 올렸다고 한다. 그 앞에는 녹색의 정원이 있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라고 하였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이 개성을 갖는 것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콜래보레이션으로 만든 녹색 희망의 벽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게 이곳에 꽃과 풀이 자라지 싶을 정도로 조화가 아닌 살아있는 식물로 꾸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담벽과 미니 수로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 스카이빌딩 앞에는 주차장이 아니라 논이 있고 벼가 자라서 허수아비도 서 있었다.
* 전망대 내부는 천장에 유리를 붙여놓아 천정이 높아보이고 사람이 거꾸로 걸어다니는 것 같았다.

 

드디어 바깥 전망대로 올라갔다. 이곳 보안요원이 관광객들의 모자나 스카프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어서 오사카의 야경은 볼 수 없었으나 360도 돌아볼 수 있는 툭 트인 전망대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젊은 연인들은 루미데크의 난간에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고 러브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 이렇게 좌우대칭의 기하학적인 광경을 찾아보는 것도 공중정원의 묘미였다.

 

* 연인들이 사랑의 서약을 하는 루미 데크. 이곳에 채울 자물쇠는 아래 선물가게에서 팔고 있었다.
* 단조로와 보이는 고층건물에 개성을 부여하는 특색있는 건축 조형물들에 눈길이 갔다.
* 스카이빌딩 앞 논에는 벼 말고 토란과 다른 작물도 있었다.

 

점심도 메밀 소바였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가이드는 우리를 일본식 스테이크 하우스로 안내했다. 고베의 명물 와규(和牛)만은 못하지만 맛있는 스테이크로 소문난 집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레스토랑 화장실에는 요즘 볼 수 없는 옛날식 (아니면 복고풍?) 수도꼭지가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메뉴는 일본식 비프 스테이크였는데 밥, 장국과 함께 먹으니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소고기도 고베 와규는 아닐지라도 적당히 익혀진 것이 장국과 잘 어울렸다.

식사를 마치고 오사카 에사카에 있는 도큐레이 호텔에 투숙하였다. 아내가 8시 폐점하기 전에 호텔 앞 유니클로에 한 번 가보자고 재촉했다.

 

* 포스터 속의 오사카 엑스포 기념 태양의 탑도 며칠 후면 볼 수 있을 것이다.
* 상가 빌딩 2층에 위치한 도큐레이 호텔 로비
* 객실 창밖으로 맞은편 건물의 불밝힌 헬스장과 유니클로 매장이 보였다.

 

오늘 몇 군데밖에 보지 않았지만 일본 간사이 지방의 관문 오사카에 급호감이 갔다.

오사카에는 영화에 나오는 피규어가 총출동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있으니 3代의 가족여행을 이곳으로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손주네 식구만 테마파크에 내려주고 성인들은 고베나 온천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린이 포함 7명이므로 오늘 타고 다녔던 중형 버스를 이용하면 이동하는 데도 전혀 불편이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