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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문학기행 8] 하이쿠로 쓴 文史哲 여행기

Onepark 2019. 5. 20. 21:00

중국 강남 지방의 시문학 기행은 문학과 역사, 철학(文史哲)을 아우르는 매우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 나름대로 감흥을 글로 표현한다면?

몇 년 전 EBS에서 방영한 "세계 테마기행 - 중국 한시(漢詩)" 다큐 필름에서 김성곤 교수(방송통신대)가 명승지를 찾아가 낭랑한 목소리로 유명 시인들의 시를 낭송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에 자극 받은 한 친구는 정년 후에 중국 문학을 새로 공부하기도 했는데, 나도 직접 그 현장을 방문하고 그와 같은 감동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 소동파의 한시로 더욱 유명해진 西湖 호숫가에 세워진 시인의 동상

 

7박 8일의 여행을 하면서 나도 시적 감흥(感興)을 나름대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것도 내가 요즘 몰입해 있는 17음절의 하이쿠(徘句)로 연작시를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하이쿠와 같은 5-7-5 17음절의 정형시이지만 계절을 나타내는 키코(季語)가 들어있지 않은 센류(川柳)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하여간 시의 소재를 찾아 적당한 어휘를 나열하고 이것을 기승전결(起承轉結)에 따라 운율을 부여하고 17음절로 맞추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줄을 놓고 하루 종일 씨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장소를 옮겨가며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주의를 집중했더니 그때 그때 좋은 시상이 떠올라 인천공항에 내릴 즈음해서는 12연(聯)의 하이쿠 연작시를 완성할 수 있었다.

 

 

[1] 신선의 구곡계류 주희(朱熹) 선생이 노니시던 곳

대나무 뗏목 타고 물결 흐름에 몸을 맡기네
공맹(孔孟)의 고담준론 넘치게 듣고 찾아 왔건만
성리학 말씀보다 옥녀봉(玉女峯) 자태 눈길이 가네

In the Mu-i valley where
Zhu Xi taught and studied Confucianism,
tourists are joyful with bamboo cruise
in the creek along the Nine Curves.
Rather than hearing the thoughts and
morals of Confucius and Mencius,
they like to see the gorgeous landscape
and old legend in the valley.

 

* 퇴계 선생도 똑같이 도산구곡(九曲)이란 지명을 붙이고 시를 지었던 주희의 무이구곡과 옥녀봉

 

[2] 무이산과 여산(廬山), 악록서원, 동정호수 악양루

수많은 시인묵객이 예찬했던 강남의 명승(名勝)
산천과 누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데
이곳에 드나들던 인걸(人傑)은 모두 어디로 갔나

So many mountains, valleys, lakes,
old pavilions and time-honored schools -
so-called South-of-the-River hot places
have been praised by poets and painters.
Those mountains and valleys seem to
remain as before until this time.
But where are the artists and commoners
who visited these hot places?

 

 

[3] 이백(李白) 두보(杜甫)의 발자취 따라 강남 땅을 거닐 때

천 년 전 고선지(高仙芝)가 드날렸던 한국인의 기상(氣像)
천하무적(天下無敵) 용맹도 나라가 망하니 추풍낙엽
대국(大國) 앞에서는 역사도 냉엄(冷嚴)함을 일깨우네

When I followed the footsteps of
Lee Bai, Du Fu and other artists,
I noticed the enterprise of
General Koh Seon-ji overwhelmed this land.
As his homeland perished thousand years ago,
the Hero couldn’t survive.
The history proved decisive
in relation to Superpower.

 

* 황학루를 앞서 다녀간 최호의 시를 보고 이백이 그보다 잘 쓸 수 없다며 붓을 꺾었다고 한다.

 

[4] Paradise Lost

Oneday I met with Lee Bai and Du Fu.
The other day I visited Wang Bo and Bai Juyi.
I felt poetic sentiment in real life.

며칠간 이백과 두보가 오락가락
왕발과 백거이도 찾았네
덩달아 시적 감흥이 느껴졌네.

High pavilions and big river
Disappear soon
Just like Youkali.

높이 솟은 누각도 유유히 흐르는 장강도
유칼리* 같은 환상의 섬을
끝없이 찾아 헤매건만
한 번 보고나면 그뿐
이렇게 돌이켜보는 것으로 족하리.

 

이제 중국 강남 시문학기행을 무사히 마친 소감을 말할 차례이다.

이쯤에서 지난 여행의 회상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작곡자 쿠르트 바일도 꿈속에 보았던 'Youkali'라는 섬을 예찬하고 동경하지만 그런 섬을 없다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고상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태리 오페라와 달리 런던에서는 거지와 도둑, 사기꾼이 등장하는 거지 오페라가 인기를 끌었는데, 1928년 독일에서도 브레히트와 쿠르트 바일이 이것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들었다. 유태인인 쿠르트 바일이 독일을 떠나 이와 비슷한 계열의 탱고 음악으로 작곡한 곡이 유칼리(Youkalil, 1934)였다. 오페라나 영화 속 같은 꿈에서 속히 깨어나라는 충고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잠재의식의 심연에 그 비슷한 또 다른 섬을 만들어 놓고 찾아가 볼 궁리를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닐까?

 

Ann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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