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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2] 교토의 전통, 죽림과 금각사의 절제미

Onepark 2019. 10. 7. 12:00

10월 3일 둘째날 아침 일찍 교토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객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훨씬 활기차 보이고 어젯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옛날부터 오사카의 상인은 영민하기가 유대인 상인 못지 않았다고 한다.

도큐레이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로 특화되어 있어 이른 시간임에도 호텔 레스토랑은 출장온 회사원들로 북적였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아라시야마(嵐山) 죽림이었다. 대나무 숲을 보러 간다니? 별거 있으랴 싶었다.

푸른 하늘에는 칙칙한 구름대신 새털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고속도로 연변의 산과 들이 우리나라 충청도 지방을 여행하는 것 같았다.

아라시야마는 본래 교토에 사는 귀족들의 별장지대였다고 한다. 거리에는 가을 축제(祭, 마쓰리)를 알리는 포스터들이 나붙어 있었다. 골목길마다 관광객들과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마치 물결처럼 흘러다녔다.

 

* 일왕 즉위기념 레이 연호 개시일인 10.26 '시대 마쓰리'가 열린다는 포스터
* 위 사진의 등은 정확히 절반이고 나머지 반은 거울에 비친 것이다.

 

텐류지(天龍寺)는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찰이다. 사찰 정원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입장료를 내야 하기에 건너뛰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그 옆 길로 들어섰다.

지쿠린(竹林)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했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맹종죽 수천 그루가 숲을 이루고 하늘도 안 보이는 길을 계속 걷는다면? 그 자체가 힐링이요 수도하는 것이 될 것 같았다.

 

* 대나무 숲에는 호랑이가 산다고 했던가? 호랑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나무숲 산책로의 끝에는 노미야(野宮) 신사가 있었다. 일본의 중세소설인 겐지 이야기(源氏物語)에도 등장하며, 대나무 숲과 함께 일본의 관광명소라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이곳에서 빌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연분을 만나 결혼한다는 소문이 난 곳이라 했다.

이런 식으로 소원을 빌어 이룰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 싶었다. 너무나 쉬운 복 비는 방법에 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목발을 세워두고 진학의 신 앞에서 소원을 비는 고등학생의 진지한 모습을 보았다. 열심히 공부한 뒤 이렇게 기도하면 마음의 안정, 확신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좋은 사람 만나게 해달라고 써 붙인 글. 물론 돈 내고 사는 인스턴트 부적인 셈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도 그 곳과 관련된 시인의 시비(詩碑)가 서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곳에도 무슨 스토리텔링이 있는 듯 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교토의 유명한 시인(古鄉)이 다음과 같은 하이쿠를 읊었다고 한다. 일본어로 5-7-5 17음절의 하이쿠였다.

 

野宮の竹美しや 春しぐれ

노미야 신사(神社)
죽림(竹林)의 아름다움
봄비에 젖네

 

 

관광토산품 상가의 2층에 매달린 수십 마리의 종이학이 조금전 신사에서 보았던 나무판보다 더 진지해 보였다. 예쁘게 학을 접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으니까.

아라시야마의 전설인 도게츠 다리를 보러 갔다. 강변에서 수행을 하던 스님이 나무 다리를 만든 게 시초였고 이곳을 찾은 천황이 한 말이 전설이 된 곳이다. 한 밤 중에 이곳을 지나던 가메야마 천황이 교각 위에 뜬 달을 보고 한 마디 했다. "달님이 다리를 건너는 것 같다"라고 하여 달이 건너는 다리(渡月橋)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이드가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이라고 한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으므로 다리 주변을 여기저기 한가롭게 거닐었다.

 

* 홍수 때 떠내려오는 통나무와 급류로부터 교각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 1층은 기념품 상가가 있고, 2층은 식당이다.

 

관광상가의 2층은 단체 손님을 받는 식당이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줄을 지어 지나간 다음에야 우리를 위해 예약해 놓은 자리에 앉았다.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음식도 따뜻하고 정갈했다.

 

* 벼이삭이 패인 논밭에 일본식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다.
* 일본 중산층의 단독주택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 다음은 금각사(金閣寺, 킨가쿠지)에 가 볼 차례였다.

일본의 관광사진첩에서 늘 첫 페이지에 등장하기에 우리에게도 친숙하지만 일본의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동명(同名) 소설로도 유명한 곳이다.

본래 녹원사(鹿苑寺)라 하여 사슴도 키우던 귀족의 별장에 지은 사찰이었다. 부처님이 설법하시던 곳도 녹야원이었다. 그러다가 정원의 연못 위에 금박을 입힌 사찰을 지은 것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

 

 

1400년에 지은 본래의 사찰은 1950년 화재로 전소되었고, 지금의 누각은 일본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 1955년에 옛모습대로 복원한 것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이 화재로 무너지자 프랑스 국민들이 성금을 모은 것 같은 사건이 일본에서도 벌어졌던 것이다.

이것을 모티브로 삼아 미시마 유키오는 장애를 가진 남자가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 유명한 건물에 불을 지른다는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처럼 극우 정치 사상을 가졌던 미시마는 일본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면서 옛날 사무라이처럼 할복 자살하였다. 스스로를 불 태운 것이다.

 

* 절제미의 극치인 건축물에 군더더기 같은 화재방지용 스프링쿨러는 매우 아이로니칼했다.
* 이 다실이 인기있는 것은 킨가쿠지의 뒷모습을 숲 사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길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극히 일본적인 캠핑카와 연립주택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청수사(淸水寺, 키요미즈데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차량들로 혼잡하고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은 인파로 더욱 붐볐다.

마침 본사찰 건물은 수리중이어서 더욱 혼잡했다. 그러니 불승이 수도를 하거나  불법을 설파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소설의 무대, 영화촬영을 위한 세트장처럼 보였다.

그래도 교토 시내를 멀리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산 속에 있어서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 청수사 앞에는 전통 관광지답게 기모노를 빌려주는 가게들이 있다.
* 청수사에는 중국말을 쓰는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다.
* 복 비는 사람의 출세를 돕는다는 우스꽝스러운 검은 보살상. 이게 우상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 청수사의 복채는 수리비까지 보태 다른 곳보다 비싸지만 초등학생들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 여행 안내책자를 보니 이 근방에 20m를 걸어가면 사랑을 이루게 해주는 연애占 돌이 있다고 한다.
* 폭포수를 받아 마시면 병이 낫고 소원이 이뤄진다며 많은 사람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청수사에서 나와 수제 찻잔, 도자기를 파는 상점 2층의 고급스러운 카페에 들어갔다.

마침 창가의 자리가 비어 있어 아이스라테, 진저에일을 시켜놓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혼잡한 길을 따라 인파에 섞여 키요미즈테라에 가본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이곳에 오고 싶어할까?

비가 내리다 그쳤다 하는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오사카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모이기로 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오른쪽 골목길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메이지 유신의 주역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사카모토는 시코쿠 출신의 하급 무사였지만 큰 뜻을 품고 이곳 음식점 등지에서 에도 바쿠후(江戶幕府)에 대항하여 동지를 규합하고 거사를 모의했다고 한다. 아마도 사찰에 드나드는 신도들을 가장했기에 바쿠후의 감시를 피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그의 주선으로 삿초동맹이 체결되던 날 역시 쿄토에 있는 그가 묵었던 테라다 여관(寺田屋)에서는 바쿠후 경찰의 습격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어둑어둑해져서 오사카 도심에 들어섰다. 퇴근시간의 혼잡한 거리에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세계럭비 대회에 참가한 영국 선수들이 탄 버스가 옆으로 지나갔다.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전적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저녁식사를 위해 샤브샤브 집으로 갔다. 샤브샤브는 오사카 상인이 몽골에 갔다가 요리법을 배워와서 세계에 널리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쇠고기, 하얀 돼지고기는 무한 리필이라고 했다. 태극 문양으로 반분이 된 큰 냄비의 한 쪽은 고기 육수 다른 한 쪽은 다시마 육수이므로 기호에 따라 고기를 익혀 먹으라고 했다. 이 음식점에서는 한국식 김치가 나와 우리 한국 여행객들에게 대인기였다.

 

 

포만감 속에 어제 묵었던 숙소로 돌아와 샤워만 하고 쓰러져 잤다.

오늘 걸었던 걸음 수가 휴대폰 앱을 열어보니 1만 6천보가 넘었다. 잠이 들기 전에 오늘의 소감을 단시(短詩)로 정리해 보았다.

 

충청(忠淸道) 같은 산천에 / 임진란 끝나자 / 역전된 국력

Tho' Kyoto's landscape looks similar to that of Chungcheong-do Baekje.
[Imjin War changed the order of national power of two countries.]

 

금빛 찬란한 금각사 / 눈에 담으러 / 녹야원 찾은 나

A glittering elegant building stands there.
That's why tourists are here.

 

상쟁(相爭)발전하는 이웃 / 대할 때마다 / 엇갈리는 마음

Being competitive each other,
two countries went up and down.
Everytime I visit Japan, I feel mix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