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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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주먹을 쥐면 힘! 손을 펴면 사랑!

9월 29일 저녁 한강 인도교를 건너 노들섬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비를 뿌리던 구름이 조금씩 걷히자 한강 위로 하늘이 환해졌다.인도교에는 적지 않은 퇴근길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거나, 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무심코 걸어가던 차에 인도교 난간에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자연히 따라가면서 읽게 되었다.  생 명 !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태양의 빛과 대지의 꽃,숨쉬는 모든 것과 함께 있다.살아있는 것만으로 가진 것이 많고혼자라도 외롭지 않는 것이내가 가진 생명이다. 걱정마라.주먹을 쥐면 힘이!손을 펴면 사랑이!세상은 내 손 안에 있다.  큰 울림이 있는 이어령 교수/문화부장관의 시였다.그래서 영어로도 한 번 새겨 보았다. Life! ..

Travel 2021.09.30

[평창] 외골수 집념이 맺은 풍성한 결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평창은 영동고속도로 평창 나들목(IC)이 아니라 대관령 IC로 나와야 한다. 평창군은 봉평면, 용평면, 진부면, 대관령면(종전의 도암면), 대화면 등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지명 덕분에 우리 귀에도 익숙한 편이다. 평창(읍/邑이 아닌 올림픽 개최지)에서 제일 가까운 KTX 정차역은 진부(오대산)역이다.  요즘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나라가 올림픽 개최를 원치 않는 등 그 양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은 세 번째 도전 끝에 개최에 성공하였다. 2010년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2014년은 러시아 소치에 밀렸었다.2018년 평창 올림픽 때는 역대 가장 많은 92개국이 참가했을 뿐더러 북한 선수단도 참가함으로써 모처럼 한반도에는 평화 무드..

Travel 2021.09.22

[번역] 제주 산방굴사 탐방기(漢詩)

부산 사는 시인・여행가 박하 박원호 선생이 제주도 여행 중에 발굴한 한시(漢詩)를 몇 편 보내주셨다. [1]박하 선생의 시는 전에도 세연정 등 몇 편을 영어로 옮긴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그가 한시를 번역해놓은 것을 나는 다시 영어로 옮겨보기로 했다. 나 역시 서귀포 부근의 산방굴사[2]를 오래 전에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1983년 신혼여행 때 그곳에 들렀다가 산방굴사 앞에 신부와 나란히 앉아서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10년 뒤에 또 오자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킨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나서였는데, 나는 그 사이에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해 살면서 이곳보다 경치 좋은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느냐는 핑계를 댔다.  山房窟寺 - 李漢雨      산방굴사 - 이한우Small Temple Samb..

Travel 2021.08.10

[자연] 하늘에 펼쳐진 다채로운 그림

올여름 특히 6~7월의 하늘은 실로 변화무쌍했다. 초여름이 되자 오후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히면서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내렸다. 장마가 7월 초가 되어서야 시작되는가 싶더니 보름도 못돼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내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미국 서부지방과 유럽에 열풍이 불어닥쳤으며 미국에선 산불, 유럽에선 기록적인 폭우가 엄청난 피해를 몰고 왔다. 모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탓이라고 했다. 우주 속의 푸른별 - 지구에서 일어난 지난 몇 달간의 두드러진 변화였다. 구름은 하늘을 화폭 삼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그림을 면밀히 관찰하여 아름답게 묘사한 화가로는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존 콘스터블(John Constable, 1776~1837)을 첫 손에 꼽을 수 있..

Travel 2021.07.23

[선교]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아웃리치

7월 9일 온누리교회 서초B 공동체 6다락방에서는 인도네시아 아웃리치(Outreach)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예년 같으면 해외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지역이나 시골교회에 가서 의료 봉사, 건물 개보수・농촌봉사 활동을 하러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선교 현장에 가지는 못하고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격려와 성원을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우리 교회는 대학청년부 지원자를 중심으로 4명씩 조를 짜서 비수도권 지역에 아웃리치 봉사를 가기로 계획한 바 있다. 그런데 젊은이들 사이에 델타 변이가 무섭게 번지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다락방에서는 인도네시아에 가 계시는 양성모 선교사 가정을 위해 교회의 구역식구들과 줌으로 아웃리치 행사를 가졌다. 90여 분간 진행..

Travel 2021.07.13

[팩션] What if ~? 매우 생산적인 상상의 세계

아파트 도서실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소설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엘리자베스 코스토바가 지은 《히스토리언(The Historian)》이란 책이었는데 미국에서 2005년 출간 당시 경매를 통해 저작권료로 2백만달러를 받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사에서 바로 번역 출간하여 한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대강 훑어보니 제목 그대로 역사학자인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에게는 '드라큘라'로 많이 알려진 블라드 체페슈의 행적을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화자가 이태리와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등지로 다니며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여행기를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뱀파이어나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소설을 멀리 했기에 내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

Travel 2021.06.24

[가곡] "시냇가에서"를 노래함

C'est la vie! (그것이 인생)[1] 인생을 달관한 것처럼 체념조로 내뱉는 말이 나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말로 들린다. 1986년 유럽 연수(암스테르담 대학교 대학원의 European Integration 과정)를 준비할 때 읽었던, 대구의 어느 의사가 펴낸 프랑스 여행기 책 제목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파리의 하늘 밑"(Sous le ciel de Paris)이라는 샹송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고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해외여행 체험담은 김찬삼 교수의 책이 거의 전부인 시절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프랑스의 낭만주의 음악가인 가브리엘 포레가 작곡한 "시실리안느"[2]가 떠오른다. 웬지 프랑스적이고 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고 느꼈던 까..

Travel 2021.05.26

[Travel] 나만 몰랐던 여행지의 비경(秘景)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다.기회만 있으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사람들의 욕구가 거의 폭발 일보직전이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공항 면세점에도 들를 수 있는 무착륙 해외여행이 인기이고, 제주도에서는 렌트카 빌리기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나 같이 나이많은 사람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해외여행 길이 열리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듯이 여행에 나설 자신이 없다. 그러니 누구처럼 가고 싶은 곳의 여행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1]하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 같다. 차라리 그 동안 다녔던 곳 중심으로 자칫 빠트리기 쉬운 비경을 다시 찾아보는 상상의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그래, 그런 곳도 있었지!" 또는 "아니~ 왜 그런 곳을 못 보고 왔지?" 여행지마다 숨어 있는 달의 뒷면 같은 비경(秘景)..

Travel 2021.05.14

[상춘] 새 봄 벚꽃나무 아래에서

옛사람들은 입춘이 지났어도 날이 쌀쌀하고 꽃도 필락말락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같지 않다)이라거나 "춘설이 난분분하니 [매화가] 필동말동하여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봄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2021년 새 봄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매화나무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웠다. 아직 나무들이 앙상한 채로 있는 뒷산에서도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십여년 전만 해도 매화 진달래 개나리 등 봄꽃이 피는 순서가 있어서 남녘의 화신이 며칠 간격으로 도착했었다. 요즘은 초특급시대 화신(花信)도 시차(時差) 없이 도착 Now it’s time of rocket speed Floral news arrives wi..

Travel 2021.03.30

[A/S] 제설작업과 애프터 서비스 정신

지난 1월 6일 오후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큰눈이 내렸다. 그 시간이 마침 퇴근시간과 겹쳐 많은 사람이 큰 고생을 했다. 자연히 주요 간선도로의 제설작업에 늑장대처한 시청과 구청에 비난이 쏟아졌다. 기상청 특보가 여러 차례 전달되었음에도 담당공무원들은 스마트폰에 나오는 우리 동네 강설예보에 더 신경을 썼다는 해명에 시민들이 어처구니 없어 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을 가지고 여기 저기 크고 작은 길을 만들고 성대한 개통식까지 연다. 하지만 파손된 노면을 복구하고 가을엔 가로수 낙엽, 겨울엔 눈 치우는 애프터 서비스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애프터 서비스란 말 그대로 물건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판매한 다음에 약속한 품질보증(warranty) 서비스를 하는 것(after sa..

Travel 2021.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