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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문학기행 7] 동정호 악양루와 무한 황학루

오늘도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다. 체크아웃하는 데만 10분 이상 걸렸다. 룸서비스가 미니바를 썼는지 여부를 일일이 체크한 다음 결제를 마치고 호텔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행 중 한 분은 이 과정에서 잃어버릴 뻔 했던 선글래스를 찾기도 했다. 어젯밤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하던 호텔은 화장을 지운 여자처럼 수수해 보였다. 우리가 탄 리무진 버스는 고속도로를 거쳐 웨양(岳陽)으로 향했다. 수 많은 시인이 노래한 동정호와 악양루를 가보기 위함이다. 사통팔달로 뻗어 있는 중국의 고속도로가 주유소등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용방법은 서툰 듯 "카드를 넣고 종이를 뽑으시오. 뒷일은 자기책임"이라는 경고문구가 톨게이트에 서 있었다. 단조로운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아침 시간이라서 눈을 ..

Travel 2019.05.18

[중국 시문학기행 6] 악록서원, 마왕퇴 유물과 마오 기념관

간만에 짐 싸지 않아도 되는 2박을 완다 호텔에서 하였다. 마지막 행선지인 무한(武漢)으로 내일 떠나기 때문이다. 간밤에 잘 쉬었던 만큼 오늘은 아침부터 일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었다. 현지 가이드 말이 오늘 방문 예정인 마오쩌둥(毛泽东) 기념관에서 정부 행사가 있으므로 오전에 방문하기는 곤란하고, 먼저 악록서원부터 가는 게 좋은데 이곳도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원 7시 40분까지 호텔 로비에 집합하여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강을 건너 호남대학교 구내로 들어갔다. 악록서원(岳麓書院)은 현재 호남대학교가 관리하고 있다. 악록서원 주차장에는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하여 서원과 애만정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악록서원으로 가는 셔틀버스 주차장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포함해..

Travel 2019.05.17

[중국 시문학기행 5] 루산 풍경구와 백록동 서원

루산 하워드 존슨 호텔에서 VIP인 것처럼 일박을 하였다. 5월 16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의 비구름은 맑게 개었고 멀리 산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계속 비가 올 줄 알고 풍경구 가는 일정은 취소하기로 결정했으나 다들 마음이 바뀌어 미니 버스를 호텔로 불렀다. 소동파(蘇東坡)가 말한 "루산의 진면목(廬山眞面目)"을 보고 싶다는 기대애 부풀었다. 해가 뜨면 안개가 걷히리라는 기대는 풍경구에 당도하자 안개 속에 묻혀버렸다. 우리는 맑게 개인 날에는 아름다운 숲과 연봉(連峰)의 스카이라인이 보이고 저 멀리 폭포의 자태도 볼 수 있으리라 상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개가 더욱 짙어졌음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루산 풍경구를 벗어나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동..

Travel 2019.05.16

[중국 시문학기행 4] 남창 등왕각과 루산 동림사

4일째를 맞은 시문학 기행 여정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5월 15일 오늘은 등왕각 (滕王閣, Pavilion of Prince Teng) 방문이 하이라이트이다. 그리고 루산(廬山, Lushan)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샹그리라 호텔에서 잠깐 잠만 자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대신 잘 차려진 조식 메뉴를 보고 잘 먹고 나왔다. 남창시의 명물 등왕각을 찾아갔다. 멀리서도 웅장한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나라 초기 당태종의 스물두번째 아들 이원영(李元嬰)이 이 지역 홍주 도독에 봉해졌을 때 그의 도락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차례 전화(戰禍)와 지진으로 무너지고 새로 짓기를 반복했다. 지금 있는 것은 29번째로 1989년에 중건한 신축건물이다. 등왕각 내부에는 시대별로 과거의 등왕각 모형이 진열되어..

Travel 2019.05.15

[중국 시문학기행 3] 무이구곡에서의 대나무 뗏목 선유

셋째날 5월 14일 아침의 최대 관심사는 어제 오후 구곡(九曲)의 수위가 올라 중단되었던 대나무 뗏목(竹筏) 타기가 가능한가 였다. 어제 밤 장예모 쇼를 보는 데 큰 지장은 없었으나 계속 비가 내렸기 때문에 언제 무이산에 또 올 수 있을지,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지 안타까웠다.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주변을 돌아볼 때에도 가랑비는 그치지 않았다. 오후에 남창행 고속열차를 타야 하므로 일단 체크아웃부터 한 다음 일행의 짐은 호텔 로비에 맡겨놓고 버스에 올랐다. 배멀미를 하는 일행 두 분은 호텔에 남았다. 현지 가이드가 알아본 바로는 대나무 뗏목 운항이 개시되었으므로 우리는 우선 무이산 풍경구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6명씩 2개조로 나누어 뗏목에 올랐다. 주희 선생과는 달리 상류쪽 9..

Travel 2019.05.14

[중국 시문학기행 2] 무이산 대홍포차와 무이정사

둘째 날 5월 13일 일정은 아침 일찍 샤먼 역으로 가서 무이산(武夷山, Wuyishan) 행 고속열차를 탑승하는 일이었다. 이를테면 19세기 영국의 차 무역상이 샤먼 항을 거쳐 무이산으로 고급 차(high quality tea)를 사러 가는 길을 재연하는 셈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며칠씩 걸리던 험로였는데 지금은 고속철도로 2시간이면 당도할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인 여행일정을 앞두고 버스 안에서 상미회 인솔자인 이기승 이사가 오늘의 탐방 주제인 주희와 성리학, 차(백주는 부록)에 대하여 유인물과 함께 개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주희(朱熹, 1130~1200)는 남송의 유학자로 19세에 진사에 합격하여 지방관 현직은 10년에 그쳤고, 임지에 부임할 필요가 없는 사록관(司祿官)으로서 교육 및 저술에 힘썼다..

Travel 2019.05.13

[중국 시문학기행 1] 여정의 출발 - 샤먼

5월 중순 상미회(clubsangmi.com)에서 주관하는 중국 강남의 시문학 유람에 참가했다. 우기가 시작되기 전 중국에서 공기가 제일 맑다는 우이샨(武夷山)과 루산廬山)에 오르고 유학의 본산인 백록동 서원과 악록 서원을 방문하는가 하면 또 당송(唐宋) 시문학의 경연장이었던 등왕각, 악양루, 황학루를 모두 찾아보는 문사철(文史哲) 탐방 여행이었다. 5월 12일 아침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모인 문사철 유람단은 대부분 은퇴한 공무원과 의사, 교수 부부들이었다. 인솔자인 상미회 이기승 이사가 자기 빼고는 다 박사님들이라 제대로 안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조크를 할 정도였다. 이륙 후 2시간 반만에 우리가 탄 비행기는 샤먼(厦门, Xiamen)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식 점심식사를 하고 최신 기내영화 ..

Travel 2019.05.12

[일상] 서울 서초구에서 산다는 것

서초의 메리트 떠들썩하지 않은 평온한 일상 What’s good at Seocho is a tranquil daily life in surrounding green places. 서초구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우면산과 서리풀 공원이 있어서 숲도 많은 편이다. 옛부터 왕실인 효녕대군의 사당인 청권사 와 그 부속토지가 널찍하게 자리잡아 상업지구 개발이 더딘 것이 주요 요인이 아닌가 싶다. 정부기관도 대법원과 법원, 검찰청이 있고, 교육기관으로는 서울교육대학이 소재하여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지 않은 것이 서초구의 성격을 크게 결정지은 것 같다. 물론 반포에는 일찍부터 주공 아파트 단지와 고속버스 터미널, 시외버스 터미널이 자리 잡아 교통이 매우 발달하였다. 그래서..

Travel 2019.04.21

[은퇴] 정든 경희대 캠퍼스를 떠나면서

캠퍼스 떠날 때 눈이 내리네 20년 가까이 학문을 한 자취도 눈 위의 발자국처럼 곧 사라지겠지 Leaving KHU, I saw snow falling. Two decades elapsed, teaching and research. Scholarly trace will disappear like footprints on snow. 2월 15일 마지막 짐을 싸러 연구실을 찾았다. 2018년 8월 정년 후에도 한 학기 더 강의를 하였으므로 연구실을 임시로 이용할 수 있었으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방을 비워줘야 했다. 연구실을 정리함에 있어 제일 큰 문제는 수많은 책과 자료를 어떻게 처분하느냐였다. 그래서 고심 끝에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첫째, 꼭 필요한 책은 집으로 옮긴다. ⇒ 그 기준은 이제 ..

Travel 2019.02.15

[아오모리 2] 눈 내리는 오이라세 계류 온천욕

이튿날 오전 9시 50분 우리 내외는 눈 때문에 도착이 다소 지연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아오모리 현의 같은 호시노 리조트 계열인 오이라세 계류(奥入瀬渓流) 호텔로 출발하였다. 눈발은 그쳤으나 밤새 내린 저 많은 눈을 누가 치웠을까 걱정이 될 만큼 길가에 많이 쌓여 있었다. 도와다-하치만타이 (十和田八幡平) 국립공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호텔은 2018년부터 겨울철에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도와다(十和田) 시를 벗어나자 본격적으로 도로 옆에 산골 계곡물(溪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은 거의 그쳤지만 하늘에는 낮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둥근 모습만 보여줬다. 금년 겨울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이 별세계처럼 사방의 숲과 들을 뒤덮고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1시간 반 만에 화산으로 생긴 호수를 에워싼..

Travel 201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