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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하늘에 펼쳐진 다채로운 그림

Onepark 2021. 7. 23. 17:30

올여름 특히 6~7월의 하늘은 실로 변화무쌍했다.

초여름이 되자 오후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히면서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내렸다.

장마가 7월 초가 되어서야 시작되는가 싶더니 보름도 못돼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내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미국 서부지방과 유럽에 열풍이 불어닥쳤으며 미국에선 산불, 유럽에선 기록적인 폭우가 엄청난 피해를 몰고 왔다.

모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탓이라고 했다. 우주 속의 푸른별 - 지구에서 일어난 지난 몇 달간의 두드러진 변화였다.

 

* 네덜란드의 화가 호베마의 가로수길은 그 배경이 된 하늘의 구름이 더 멋있다.
* 뭉게구름. 출처: https://pxhere.com/
* 7.17 서울 강남 코엑스 센터 외벽에 비친 도심의 하늘. 사진제공: 박시호.

 

구름은 하늘을 화폭 삼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그림을 면밀히 관찰하여 아름답게 묘사한 화가로는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존 콘스터블(John Constable, 1776~1837)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같은 계열의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에 비하면 뒤늦게 세상의 인정을 받았는데 콘스터블의 구름을 보면 마치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는 것 같다.

 

* 서섹스 고향 풍경을 즐겨 그린 존 콘스터블의 건초를 싣는 마차 (1821) National Gallerry, UK
* John Constable, Salisbury Cathedral from the Bishop's Grounds (1823)
* 7.17 비온 뒤 양재천 위로 펼쳐진 무지개. 사진제공: 고환상.
* 7.17 서초구 하늘 위로 높이 치솟은 적란운

 

지평선에서부터 하늘 높이 치솟은 적란운을 보면 멋있다기보다는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들 것같다. 머지않아 곧 폭풍우가 닥치리라는 것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퍼시 셸리는 그 장면을 "서풍부(Ode to the West Wind)"에서 이렇게 그려놓았다.

 

Of some fierce Maenad, even from the dim verge
Of the horizon to the zenith's height,
The locks of the approaching storm. Thou dirge

격하게 흥분한 미내드(바커스 신의 시녀)의 머리카락이
지평선의 아득한 가장자리로부터 하늘 끝까지,
다가오는 폭풍의 자물쇠. 그대의 장송곡

 

* 미국 중서부 평원에 토네이도가 발생한 가운데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떴다. Source: Google Image.

 

돌이켜 보니 우리의 삶은 달밤에 보름달을 스쳐가는 구름 (Mutability)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의 3040대에는 보름달 가까이서 탄탄대로처럼 일이 잘 풀려 우쭐대다가도 다음 순간 달에서 멀어지면서 의기소침한 적도 많았다. 1980년대와 90년대, IMF 위기 당시의 시대상이 그러했다.

어느 시인이 우리 삶이 구름 같다고 노래한 것에 크게 공감이 갔다.

 

 

구름같이 -  노천명

Like Clouds  by Noh Cheon-myeong

 

큰 바다의 한 방울 물만도 못한

내 영혼의 지극히 작음을 깨닫고

모래 언덕(砂丘)에서 하염없이

갈매기처럼 오래오래 울어보았소.

Realizing that my spirit is so tiny as
One drop of waters in a great ocean,
I was crying like a seagull for a long while
Ceaselessly on a sand dune.

어느 날 아침이슬에 젖은

푸른 밤을 거니는 내 존재가

하도 귀한 것 같아 들국화 꺾어 들고

아름다운 아침을 종다리처럼 노래하였소.

Guessing my soul is so precious one day when
It passes through the blue night soaked with morning dews,
I was singing a beautiful morning like a sky lark
With camomile flowers at hand.

허나 쓴웃음 치는 마음

삶과 죽음 이 세상 모든 것이

길이 못 풀 수수께끼이니

내 인생의 비밀인들 어이 아오.

However, having a mind filled with bitter smiles,
I think everything in this world living or dead
Is a puzzle hard to solve for long.
How can I find the secret of my life?

바닷가에서 눈물짓고,

이슬언덕에서 노래불렀소.

그러나 뜻 모를 인생

구름같이 왔다 가나보오.

Crying on a sand beach, and
Singing on a dewdrops hill,
I couldn’t fathom the meaning of life.
It seems to flow like clouds.

 

* 먹구름도 가장자리는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났다.

 

종일 변화무쌍하던 하늘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저녁놀이 빛나기 시작하고 온 천지가 고요해졌다.

해를 가렸던 짙은 구름 가장자리가 밝게 빛나 보였다. 저것을 '실버라이닝'이라 한다지…?

영어 속담에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란 "괴로움이 있으면 즐거움도 있다."는 뜻이다. 나 역시 괴롭고 힘든 시절에도 잠깐씩이나마 좋은 일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쪽 하늘이 전체적으로 붉어지면서 이윽고 지상에는 평온과 안식이 찾아왔다. 3년 전 이장우 초대전에서 보았던 풍경화처럼.

 

* 이장우, "저녁놀이 빛나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