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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강릉 안목 해변의 카페 거리

Onepark 2022. 2. 3. 11:55

예전엔 강릉에 가면 경포대와 오죽헌, 선교장을 찾아가고, 식사를 하려면 해변가 횟집이나 초당두부 마을로 갔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변가의 커피하우스나 유명 맛집으로 간다. 모처럼 바다를 보러 와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걷다가 두세 시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고, 또 SNS에 인증사진을 올릴 수 있는 곳부터 찾아간다. 아무래도 MZ세대가 회를 시켜 먹기에는 부담이 크고 SNS에 올렸을 때 '좋아요'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릉] 안목 해변의 카페에 앉아
동해 바다를 보네.
밀려오는 흰 파도는
카푸치노의 거품[1]인가.

 

오래 전부터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왔고 커피 전문점 창업은 망하기 십상이라고들 했다. 커피값이 원가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부 문 닫는 점포도 없진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커피 전문점의 수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는 커피를 파는 전문점과 편의점이 수두룩해도 새로 카페가 문을 여는 곳도 많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가까운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또는 혼자서 노트북 작업을 할 때 주로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커피 소비자들이 커피 전문점을 찾는 이유가 커피 맛이나 메뉴 구성보다는 접근성, 적당한 소음이 있는 분위기 등 사회적 관계(social networking)의 장소로서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계절에 관계없이 점심 시간에 제일 많이 팔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테이크아웃 커피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시장이 커피 제품 이상으로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와 환경, 사회적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강릉 안목항 카페거리의 커피 로스팅 기념비
* 강릉 안목항 카페거리

모처럼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강릉 해변으로 갔다. 백사장을 따라 소나무 솔밭길을 걷는 운치도 아주 좋았다.

특히 빨간 등대가 있는 강릉항 마리나 부근에서는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게 멋있었다.

그런데 안목항 해안도로변에는 몇 군데 조개구이 음식점 빼놓고서는 대부분 커피 전문점이었다. 포화(saturation) 상태도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점포가 커피, 케이크를 주문하는 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사진이 잘 나오는 이른바 프레임이 잘 나오는 소문난 곳에서는 빈자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MZ세대가 따지기 좋아하는 가성비(cost to benefit ratio)의 관점에서 커피 전문점이 횟집이나 일반음식점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건물들처럼 흰색과 청색으로 외관과 실내를 장식한 산토리니 카페

At the Anmok beach of Gangneung,
I enjoy the flavor of coffee.
When I see coming waves with white foams,
Cappuccino flows into my mouth.[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같은 시니어 세대한테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커피 전문점보다는 일반음식점이 편하고 요기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안목 해변에는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한 가운데 그 뒤쪽에 수줍게 자리잡은 음식점을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다. 해변을 오래 걸어서 시장하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사먹은 해물 순두부의 맛이 그만이었다. 초당 순두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새우, 낙지 같은 해물이 듬뿍 들어간 얼큰한 국물 맛과 잘 어우러졌다.    

 

* 강릉 송정 솔밭공원
* 안목항 카페거리 뒤쪽의 해물칼국수집

Note

1]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는 종종 카푸치노의 흰 우유거품으로 'Latte art'를 만들어준다. 라테 아트란 카푸치노를 만들 때 에스프레소 위에 뜨는 크레마에 우유 거품이 닿는 순간 바리스타의 손놀림에 따라 생기는 하트 모양 같은 그림(위 사진)을 말한다.

 

2] It’s my hobby to describe everything by condensing it into 17-syllable verses. You’re cordially invited to visit My haiku for further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