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단풍] 낙엽이 꽃이 되는 제2의 봄이련가!

Onepark 2021. 11. 11. 21:20

예로부터 가을 단풍은 시인묵객들의 감상의 대상이었거니와 해외 문인들의 어록도 만만치 않았다.[1]

무엇보다도 알베르 까뮈가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을 꽃이라 하고 '제2의 봄'이 왔다[2]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꽃이라면 벌나비가 찾아오고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맺지 않은가! 아름다운 낙엽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오고 겨울이 지나면 낙엽이 진 자리에 새 움이 돋을 테니 틀린 말은 아니라 싶었다. 아니 낙엽은 땅을 기름지게 하고 뭍짐승들의 겨우살이를 도우므로 더 많이 좋은 일을 하는 셈이다. 

 

11월 첫 주말 위드코로나로 너나 할 것 없이 단풍 구경 나설 때 행락객이 적을 듯한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3]로 단풍 구경을 다녀왔다.

본래 월정사는 암반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금강연(金剛淵)과 속세의 먼지를 씻겨주는 금강교 아래의 물소리, 그리고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

단풍철에는 절 입구에서 상원사 쪽 선재길로 가는 산책로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빠알간 단풍잎에 에워싸여 있었다.

 

 

단풍잎 아래
나도 저처럼
타오른 적 있었나?

Under a red maple tree,
I wonder when
I was set ablaze like them.

 

* 오대산 월정사 적광전과 팔각구층석탑(국보 48호)
* 평창군 도암호반의 단풍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 Albert Camu

가을은 모든 나뭇잎이 꽃이 되는 제2의 봄이다.

 

“Anyone who thinks fallen leaves are dead
has never watched them dancing on a windy day.” – Shira Tamir

낙엽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람 부는 날 낙엽이 춤추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I see the turning of a leaf dancing in the autumn sun,
and brilliant shades of crimson glowing
when the day is done.” – Hazelmarie “Mattie” Elliott

가을 햇빛을 받아 춤추는 낙엽이 구를 때
해질녘 진홍색 빛이 찬란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Fall has always been my favorite season.
The time when everything bursts with its last beauty,
as if nature had been saving up all year
for the grand finale.” – Lauren DeStefano, Wither

내가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 것은 그랜드 피날레를 위해
일 년 내내 아껴왔다는 듯 모든 것이 자신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 월정사 전통찻집의 테라스에서

 

나 역시 은퇴 이후의 삶은 조락(凋落)의 계절을 지나는 것과 같다.

나뭇잎이 오랫동안 고운 빛깔을 유지하다가 소슬바람에 낙엽이 되어 춤추듯 떨어지는 것이 소망이다.

 

낙엽은 슬프지 않아
새싹의 희망과 힘써 노력(光合成)한
열정이 있었으니

Falling leaves don't look sad 
For they had passions
Kicking sprouts and photosynthate.

 

이쯤 해서 제인 트로얀의 '가을 자장가(Autumn Lullaby)'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바로 단풍도 아름답지만 팬케이크에 없어선 안될 메이플 시럽을 제공하여 그 나뭇잎을 국기에 올린 캐나다의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Note

1] 윤희영 에디터, "카뮈가 가을을 제2의 봄이라고 일컬은 까닭은…", 조선일보, 2021.9.30.

2] Terri Huggins Hart, "Beautiful Fall Quotes to Celebrate the Season", woman’s day, August 23. 2021.

 

3] 선재(善財) 동자는 불교 화엄경에 나오는 젊은 구도자의 이름이다. 선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53명의 선지식(善知識: 지혜롭고 믿음이 깊은 스님)을 차례로 찾아갔는데,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을 만나 진리의 세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재길은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버리고 이웃들에게도 선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배움의 길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