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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라마르틴의 "호수"에서 헤매다

Onepark 2021. 11. 21. 18:06

오래 전의 노트에서 다음 시 구절을 발견했다.

 

Start

   ․․․

   내가 몇 순간의 유예를 청했으나 부질없는 일

   시간은 나를 피하여 달아난다

   나는 이 밤에게 말한다

   좀 더디게 가라고

   그러나 새벽은 이미 밤을 거두려 한다

   사랑하자 그러므로 사랑하자

   인간은 머물 항구가 없고

   시간은 쉴 기슭이 없어라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지나간다

   ․․․

"연인과 함께 보내는 이 밤, 부디 끝나지 말아다오" 호소하는 듯한 아주 낭만적인 시였다.

 

 

시 전문(詩全文)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프랑스의 낭만주의(romanticism) 시인 알퐁스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 1790-1869)의 "호수(Le Lac)"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불어로 된 원시와 영역된 시 전문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1]

그러나 한글로 번역된 "호수"는 제각각이었다. 아주 사변적인 것에서 썸타는 내용까지 다양했는데 원시의 압운(rhyme)은 살릴 수 없다 쳐도 우선 원문이 4행시(quatrain)임을 도외시한 것은 무지(無知)하다고 생각했다.

 

Speed-up

나로서도 불어는 정확한 발음을 배우려고 직장생활 초년 시절에 Alliance Française 학원에 몇 달 다닌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영어로 번역된 것[2] 몇 편과 대조해가며 1차 번역을 시도해 본 서두의 시 구절은 다음과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

 

8
몇 시간이라도 머물기를 바라지만 헛된 기원일 뿐
시간은 나를 피해 달아나버리니
내가 이 밤도 "천천히 흘러가라" 하지만 이내 새벽이 와서
밤을 쫓아 버리는구나

9
사랑하라! 사랑하라!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우자
사람에겐 도착할 항구가 없고 시간에겐 당도할 기슭이 없다
시간은 그저 흘러만가고 우리는 나이들어 간다

 

내친 김에 라마르틴의 시 전문을 번역하기로 했다.

불어 원문을 직접 번역할 실력은 못 되므로 눈치껏 몇 개의 영문 번역시를 참고해 가면서 우리말로 옮겼다.

시험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이 시는 무슨 연유에서 쓰여진 것인지 인터넷에서 조사를 하여 다음과 같이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1816년 26세의 시인은 알프스 산록의 휴양지 엑스-레-방으로 갔다. 당시 유럽은 1815년 초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대폭발로 대기권을 뒤덮은 화산재 때문에 일기가 고르지 못했다.[3] 더욱이 프랑스 국민들은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후 국민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공기 좋은 그곳에는 유명한 물리학자 쟈크 샤를르의 부인 줄리도 신병치료차 와 있었다. 폐결핵으로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허약해 보였지만 감수성 많은 청년은 그것도 매력적이어서 그만 첫 눈에 반해버렸던 모양이다.

 

9월 어느날 오후 부르제 호수에서 뱃놀이 하던 그녀는 그만 힘이 부쳐 호수 한 복판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눈길을 주고 있던 청년은 용감하게 그녀의 보트로 서둘러 노를 저어 갔다. 그리고 저녁 해가 질 무렵 그녀를 안전하게 구조해 냈다.

그 청년의 가슴은 두 방망이질 쳤다. 하늘의 계시를 들은 것 같았다. 그날 밤 그녀 곁을 지키면서 새벽이 오는 것을 아쉬워 했다.

 

* 라마르틴이 세상을 떠난 연인과의 추억에 잠겼던 부르제 호숫가의 돌

 

Wandering in a Maze

이러한 상념에 내 자신도 빠져드니 나머지 연을 해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원시의 압운 때문에 시 구절이 늘어나면서 번역 이전에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각 연의 의미전달이 독립적인,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로 정착된 4행시(quatrain)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 애당초 원문의 압운을 살리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4] 우리말 번역시에는 편의상 연번과 [주제]를 붙였다.[5]

 

Le Lac [6] - Alphonse de Lamartine

      The Lake

호 수- 알퐁스 드 라마르틴

 

Ainsi, toujours poussés vers de nouveaux rivages,

Dans la nuit éternelle emportés sans retour,

Ne pourrons-nous jamais sur l'océan des âges

Jeter l'ancre un seul jour?

 

So driven onward to new shores forever,

Into the night eternal swept away,

Upon the sea of time can we not ever

Drop anchor for one day?

1  [세월 무상] 

이렇게 늘 새로운 기슭으로 밀려

영원의 밤 속으로 휩쓸려 가는

우리는 시간의 바다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닺을 내릴 수 없단 말인가?

 

Ô lac ! l'année à peine a fini sa carrière,

Et près des flots chéris qu'elle devait revoir,

Regarde! je viens seul m'asseoir sur cette pierre

Où tu la vis s'asseoir!

 

O Lake! Scarce has a single year coursed past.

To waves that she was meant to see again,

I come alone to sit upon this stone

You saw her sit on then.

2  [님의 추억]

아 호수여! 한해가 후딱 지나가니

그녀가 다시 보기로 했던 파도에

나 홀로 찾아와 앉아 있는 돌은

전에 그녀가 앉았던 곳이로구나

 

Tu mugissais ainsi sous ces roches profondes;

Ainsi tu te brisais sur leurs flancs déchirés;

Ainsi le vent jetait l'écume de tes ondes

Sur ses pieds adorés.

 

You lowed just so below those plunging cliffs.

Just so you broke about their riven flanks.

Just so the wind flung your spray forth to wash

Her feet which graced your banks.

3  [호수의 포말]

그대는 깊게 침식된 절벽 아래서 그렇게 울부짖고

갈라진 바위 옆으로 바로 그렇게 부딪혀 흩어졌다

그대의 제방을 밟았던 그녀의 발을 씻으려고

바람도 바로 그렇게 그대의 포말을 앞으로 던졌지

 

Un soir, t'en souvient-il? nous voguions en silence;

On n'entendait au loin, sur l'onde et sous les cieux,

Que le bruit des rameurs qui frappaient en cadence

Tes flots harmonieux.

 

Recall the evening we sailed out in silence?

On waves beneath the skies, afar and wide,

Naught but the rowers' rhythmic oars we heard

Stroking your tuneful tide.

4  [노 젓는 소리]

우리가 말없이 노를 저었던 그날 저녁을 기억하는가

멀리 널찍이 하늘 아래 파도를 타고

아무도 없이 철썩이는 물결을 치며

박자에 맞춰 노 젓는 소리를 들었지

 

Tout à coup des accents inconnus à la terre

Du rivage charmé frappèrent les échos,

Le flot fut attentif, et la voix qui m'est chère

Laissa tomber ces mots :

 

Then of a sudden tones untold on earth,

Resounded round the sounding spellbound sea.

The tide attended; and I heard these words

From the voice dear to me:

5  [천상의 소리]

그때 갑자기 지상에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넋을 잃은 듯 소리치는 바다 둘레로 울려퍼졌다

물결이 잠자코 있을 때 내게 다정한 목소리로

이런 말이 들려왔다

 

« Ô temps, suspends ton vol ! et vous, heures propices,

Suspendez votre cours !

Laissez-nous savourer les rapides délices

Des plus beaux de nos jours !

 

Pause in your trek O Time! Pause in your flight,

Favorable hours, and stay!

Let us enjoy the transient delight

That fills our fairest day.

6  [순간의 기쁨]

“오 시간이여, 여행을 멈추시오! 그대의 흐름을 멈추고

좋아했던 시간 그대로 남으시오!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날을 채울

찰나의 기쁨일 망정 만끽하게 해주시오

 

« Assez de malheureux ici-bas vous implorent ;

Coulez, coulez pour eux ;

Prenez avec leurs jours les soins qui les dévorent ;

Oubliez les heureux.

 

Unhappy crowds cry out to you in prayers.

Flow, Time, and set them free.

Run through their days and through their ravening cares!

But leave the happy be.

7  [불행의 소멸]

"여기 수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그대에게 간구하노니

흘러가라, 시간이여, 그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불행한 나날과 함께 근심걱정도 가져가라

그러나 행복한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 Mais je demande en vain quelques moments encore,

Le temps m'échappe et fuit;

Je dis à cette nuit : " Sois plus lente "; et l'aurore

Va dissiper la nuit.

 

In vain I pray the hours to linger on

And Time slips into flight.

I tell this night: "Be slower!" and the dawn

Undoes the raveled night.

8  [그날 밤의 추억]

"몇 시간이라도 머물기를 바라지만 헛된 기원일 뿐

시간은 나를 피해 달아나버리니

내가 이 밤도 "천천히 흘러가라" 하지만 이내 새벽이 와서

밤을 쫓아 버리는구나

 

« Aimons donc, aimons donc ! de l'heure fugitive,

Hâtons-nous, jouissons!

L'homme n'a point de port, le temps n'a point de rive;

Il coule, et nous passons! »

 

Let's love, then! Love, and feel while feel we can

The moment on its run.

There is no shore of Time, no port of Man.

It flows, and we go on.

9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우자

사람에겐 도착할 항구가 없고 시간에겐 당도할 기슭이 없다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가고 우리는 나이들어 간다

 

Temps jaloux, se peut-il que ces moments d'ivresse,

Où l'amour à longs flots nous verse le bonheur,

S'envolent loin de nous de la même vitesse

Que les jours de malheur?

 

Covetous Time! Our mighty drunken moments

When love pours forth huge floods of happiness;

Can it be true that they depart no faster

Than days of wretchedness?

10  [행복했던 순간]

시샘 많은 시간이여, 어찌하여 사랑에 도취된 이 순간

우리가 행복의 홍수 속에 몸을 맡겼을 때

불행했던 날보다 빠르게

떠나 보내야만 하는가?

 

Hé quoi ! n'en pourrons-nous fixer au moins la trace ?

Quoi ! passés pour jamais ? quoi ! tout entiers perdus ?

Ce temps qui les donna, ce temps qui les efface,

Ne nous les rendra plus ?

 

Why can we not keep some trace at the least?

Gone wholly? Lost forever in the black?

Will Time that gave them, Time that now elides them

Never once bring them back?

11  [돌아올 수 없는 시간]

뭐라고! 도취되었던 흔적을 조금도 간직할 수 없다고?

뭐! 전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도취를 안겨주었던 이 시간, 앗아가버린 시간이

다시는 되돌려주지 않을 거라고?

 

Éternité, néant, passé, sombres abîmes,

Que faites-vous des jours que vous engloutissez ?

Parlez : nous rendrez-vous ces extases sublimes

Que vous nous ravissez ?

 

Eternity, naught, past, dark gulfs: what do

You do with days of ours which you devour?

Speak! Shall you not bring back those things sublime?

Return the raptured hour?

12  [지나간 세월]

영원, 없어짐, 희미한 과거, 어두운 심연이여

너희가 삼켜버린 나날을 어찌 하려느냐?

말하라! 너희가 앗아가 버린 빛나는 날들을

되돌려 줄 것이냐?

 

Ô lac ! rochers muets ! grottes ! forêt obscure !

Vous que le temps épargne ou qu'il peut rajeunir,

Gardez de cette nuit, gardez, belle nature,

Au moins le souvenir !

 

O Lake, caves, silent cliffs and darkling wood,

Whom Time has spared or can restore to light,

Beautiful Nature, let there live at least

The memory of that night:

13  [영원한 추억]

오 호수여, 말없는 바위와 동굴, 검은 숲이여!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다시 새로워질 수 있는 그대들이여

아름다운 자연이여, 그날 밤의 추억만이라도

길이 간직해주오

 

Qu'il soit dans ton repos, qu'il soit dans tes orages,

Beau lac, et dans l'aspect de tes riants coteaux,

Et dans ces noirs sapins, et dans ces rocs sauvages

Qui pendent sur tes eaux!

 

Let it be in your stills and in your storms,

Fair Lake, in your cavorting sloping sides,

In the black pine trees, in the savage rocks

That hang above your tides;

14  [호수에 대한 호소]

그대의 잔잔함 속에서든 거센 풍랑 속에서든

아름다운 호수여, 그대가 미소 짓는 언덕 위에서든

검은 전나무 숲 속에서든

그대의 물결 위로 솟은 거친 바위에서든

 

Qu'il soit dans le zéphyr qui frémit et qui passe,

Dans les bruits de tes bords par tes bords répétés,

Dans l'astre au front d'argent qui blanchit ta surface

De ses molles clartés!

 

Let it be in the breeze that stirs and passes,

In sounds resounding shore to shore each night,

In the star's silver countenance that glances

Your surface with soft light.

15  [미풍과 별빛]

살랑거리는 미풍 속에서든

이쪽 저쪽 호숫가에 메아리치는 노래 속에서든

그대의 수면을 부드러운 빛으로

하얗게 물들이는 은빛 별 속에서든

 

Que le vent qui gémit, le roseau qui soupire,

Que les parfums légers de ton air embaumé,

Que tout ce qu'on entend, l'on voit et l'on respire,

Tout dise : " Ils ont aimé! »

 

Let the deep keening winds, the sighing reeds,

Let the light balm you blow through cliff and grove,

Let all that is beheld or heard or breathed

Say only "they did love."

16  [사랑의 추억]

흐느끼는 바람, 한숨짓는 갈대

그대가 불어넣는 대기의 그윽한 향기

듣고 보고 숨쉬는 모든 것들이 말하노니

"그들은 서로 사랑했노라"고

 

Finish

시 전문을 한글로 옮기고 전체의 의미와 맥락을 살펴보니 전에 번역을 했던 시들과 자연히 비교가 되었다.

영국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의 "서풍부(Ode to the West Wind)", 미국의 근대시를 개척한 윌리엄 브라이언트의 "죽음에 관하여(Thanatopsis)"와 비슷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 사람 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의 문학사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 시 문체의 장중함과 내용의 철학적 깊이에서, 또 후세에 미친 영향력 면에서 서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시를 발표할 때의 연령이 셸리 26세, 브라이언트 19세, 라마르틴 29세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들에 필적할 만한 시인의 근대자유시가 있었으니 약관 19세에 평양의 연등제 행사를 보고 지었다는 주요한의 "불놀이"가 그것이다. 세계 문학사상 천재시인들의 위업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에도 그로부터 100년 후 그에 견줄만한 시가 출현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나라에는 빌보드 챠트 1위를 여러 차례 차지한 방탄소년단 BTS의 노래 말고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7]

 

* 부르제 호반에 서 있는 알퐁스 라마르틴 동상

Note

1] From Wikipedia "Le Lac (poem)"

 

2] Wikipedia에 올린 번역시는 원시에 가깝게 무게가 있어 보인다. 우리말로 옮길 때에는 2020년 가장 최근에 현대적으로 해석한 Peter Shor의 영역본도 함께 참조하였다.

 

3] 1815년 4월 분화를 시작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Mount Tambora)은 성층권까지 올라간 화산재로 인하여 지구 곳곳에 기상이변과 감염병의 창궐, 대흉작, 식량값의 폭등을 몰고 왔다. 그 이듬해 1816년 유럽에서는 냉해가 심해 "여름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해 여름 스위스 제네바 호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바이런과 퍼시 셸리 부부 등은 독서와 토론, 《데카메론》같은 '기괴한 이야기'하기를 즐기며 지냈다고 한다. 그 때 메리 셸리가 꺼낸 이야기가 나중에 《프랑켄슈타인》으로 출판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우리 역사에서 그 무렵 순조 연간은 김씨일문의 세도정치와 삼정(田政·軍政·還政 등 三政)의 문란, 홍경래의 난(1811-12), 1818년에 다산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난 것으로 기억될 뿐이다.

 

4] 1820년 Le Lac과 함께 <명상시집(Les Méditations Poétiques (暝想詩集)>에 수록되어 있는 L'Isolement (고독/孤獨)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rhyme을 맞춘 영역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서 소개된 오마르 하이얌의 4행시의 경우 영국의 피츠제럴드가 압운을 맞춘 영시로 재창조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5] 위의 시를 부르제 호수에서 겪은 사연을 읊은 라마르틴의 자전적 시라고 본다면 다음과 같이 분석해볼 수 있다.

- [1-3연] 1년 만에 호수를 찾아가 그때 일을 회상함

- [4-8연] 휴양차 부르제 호수에 온 그녀가 뱃놀이 중에 조난을 당해 구하러 갔다가 사랑에 빠짐

- [9-11연] 그날 저녁 그녀를 구한 시인은 그녀와의 사랑에 도취되었던 순간을 되새김

- [12-16연] 1년 후 호숫가에 앉아서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와의 사랑을 되살릴 수 없음을 슬퍼함

 

6] 불어로 낭송하는 원시는 YouTube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7] 일례로 2020년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 주목할 만한 시 한편이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 배를 탔던 경험을 산문시 "바이킹"으로 읊은 것이었다. 평범한 일상사를 시로 쓴 것이었음에도 한 젊은이(06학번 고명재)의 고뇌와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어 영어로도 옮겨보았다.

국민가요인 "가고파"에도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미 박태준과 "동무생각"을 콜라보한 바 있는 노산 이은상이 4연으로 된 신년 축시(時調詩)를 동아일보 1932년 신년호에 실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일본에서 바이올린 공부를 하고 있던 약관 20세의 김동진에게 이 시조시가 눈에 띄었다. 그리하여 도쿄에서 외롭게 유학생활을 하고 있던 젊은 음악도의 감동이 고스란히 국민가곡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Annex

1. 필자가 번역에 고심한 것을 알고 부산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있는 외우 벽산아 선생이 귀중한 자료를 보내주었다. 우리나라 프랑스 유학 1세대인 민희식 교수가 50년 전에 펴낸 <목신의 오후(半獸神의 午後)>(1970)에 수록된 "湖水" 전문이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원로 불문학자의 고전적 번역을 참고할 수 있게 해 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湖 水 - 閔憙植 번역 [8]

1

이렇게 항상 새로운 기슭으로 밀리며,
永遠한 밤 속으로 되돌아옴이 없이 실려가며,
우리 단 하루만이라도 이 歲月의 大洋에
  닻을 던질 수는 없을까?

2

오 湖水여! 세월이 겨우 끝나거늘,
그녀가 다시 한번 보아야 할 정다운 물결가에
보라! 그녀가 전에 앉았었던 이 돌위에
  나홀로 앉아 있음을!

3

그대는 이렇게 속삭였었다. 이 가파른 바위 밑에서;
이렇게 그대는 찢겨진 바위의 허리에 부서졌다;
이렇게 바람은 물거품을 물결로부터 내던졌었다
  사랑스런 그대의 발에.

4

어느날 저녁, 그대는 기억하는가? 우린 말없이 배를 저었었다
멀리 물결 위와 하늘 밑에, 오직 들리는 것이라곤
율동적으로 선율적인 물결을 치는
  노소리 뿐이었다.

5

벼란간 이 세상 소리 같지 않은 목소리가
魔術에 걸린 湖岸의 메아리를 쳤다.
물결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내게 그리운 그 목소리는 
  이런 말을 떨어뜨렸다;

6

<오 時間이여, 날음을 멈춰라. 그리고 너 행복한 時間이여,
 흐름을 멈춰라!
 맛보게 하여다오 우리들의 一生중 가장 아름다운 날들의
 쏜살같은 행복을!

7

<너무나 많은 이 세상의 不幸한 사람들을 네게 祈禱하나니;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그들을 위해서;
앗아가거라, 時間과 함께 그들을 파먹는 근심 걱정도;
  잊어버렸다오, 幸福한 사람을랑,

8

<허나 헛되이 내가 몇分을 더 요구하는 것 뿐,
 時間은 나를 비켜 도망쳐 날아간다;
나는 이 밤에게 말한다: <천천히 가거라>; 그런데 새벽이 곧
밤을 흩으려 버리리라.

9

<사랑해요, 그러니, 사랑해요! 사라져가는 時間을
 얼른 즐겨요!
人間에겐 港口가 없고, 時間엔 기슭이 없어요:
  時間은 흐르고, 우리는 지나가버려요!>

10

시기하는 時間이여, 사랑이 우리들에게 幸福을
담뿍 부어주는 이 陶醉의 순간들이
不幸의 날들만치 빨리 우리로부터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는가?

11

뭐라고, 우리가 도취의 흔적을 적어도 保存할 수 없을까?
뭐라고, 永遠히 지나가버렸다고? 뭐라고! 모두가 사라져버렸다고?
陶醉를 주었던 이 時間, 陶醉를 지워버리는 이 時間이
  우리들에게 그것을 다시는 돌려주지 않을 것인가?

12

永遠, 無, 過去, 어두운 深淵이여,
너릐가 삼킨 날들을 어찌 하느냐?
말하라; 우리에게 되돌려 줄테냐, 너희들이 우리로부터 앗아간
  崇高한 황홀을?

13

오 湖水여! 벙어리 바위여! 洞窟이여! 검은 숲이여!
세월이 목숨을 앗지않고 또 時間이 다시 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대들
이밤을 간직해다오, 간직해다오, 아름다운 自然이여,
  적으나마 이 追憶만이라도!

14

그대의 休息속에서든, 暴風속에서든,
아름다운 湖水여, 그리고 그대 미소짖는 언덕의 모습속에서든
그리고, 이 검은 전나무 속에서든, 그리고 湖水 위로 突出한
  이 거치른 바위 속에서든!

15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微風속에서든,
메아리쳐 오는 湖水가의 湖岸의 노래 속에서든,
그대의 水面을 부드러운 빛으로 하얗게 물들이는
  銀빛 이마의 별 속에서든!

16

흐느끼는 바람, 한숨짖는 갈대, 
그대 향긋한 空氣의 가벼운 香氣,
듣고 보고, 호흡하는 모든 것,
  모두가 속삭이리라; <그들은 사랑하였느니라!>

 

2. 위에서 소개한 라마르틴의 시 “호수”를 번역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라마르틴의 <명상시집>은 프랑스에서 낭만주의 서정시의 횃불을 올리고 크게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국 시인 셸리도 미국 시인 브라이언트도 모두 약관의 연배였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우리나라 주요한의 “불놀이”가 이에 필적할 만하다고 주장했는데 전에 봉직했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술지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에 아래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은퇴한 교수가 법전원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 형식을 취했다.

 

* [講義餘錄] "주요한의 불놀이와 사형제 폐지 논의", KHU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 제14권 2호, 2021.12.30.

주요한불놀이_사형제폐지논의.pdf
0.3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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