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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동해 일출과 오색약수, 한계령

Onepark 2022. 1. 1. 09:20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평창에 머물다가 날씨를 보아가며 산이나 바다에 가 볼 생각이었다.

12월 31일 강원도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TV 뉴스에서는 모처럼 맑은 날씨에 동해 일출 광경을 보러 35만대의 차량이 동해안으로 몰릴 것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주요 일출 포인트는 통제된다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이 해변가로 몰래 나가거나 바다가 보이는 도로변의 차 안에서 동해 일출을 보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새해 첫날 아침 7시 30분부터 거실 TV를 통해 장엄한 일출 광경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 2022 원단 강원도 하조대의 일출 장면. 출처: MBC TV YouTube.

 

한 해 달력의 마지막 날 해야 할 일은 딱 세 가지다.

대청소 말고 마지막 정리해야 될 물건이나 기억을 치우는 것과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 목욕을 하는 일, 그리고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에 새겨 둘 새해 소망을 준비하는 일이다.

요즘 제때 치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사진 파일을 정리하는 일이다. 워낙 사용하기가 쉬워 스냅사진이나 동영상을 마구잡이로 찍어놓는 바람에 스마트폰 저장용량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중요한 파일은 백업을 해두고 불필요한 것은 삭제해야 한다. 마지막 날의 중요한 일과였다.

 

* 오색에서 탄산수 알칼리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오색 그린야드 호텔

 

묵은 때 벗기는 목욕을 하는 것은 양양에 새로 거처를 마련하신 같은 교회 권사님이 소개해준 오색 약수 그린야드 호텔의 온천장에서 실행하기로 했다. 이곳은 탄산수 알칼리천이어서 온천물이 뜨겁지 않고 자연상태인 22℃의 찬 물에 입욕하는 것이 요령이었다. 우선 대강 씻고 나서 뜨거운 탕에서 몸을 충분히 덥힌 후 약간 쇳내가 나는 거무스레한 탄산수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니 처음엔 추위가 느껴지다가 점차 시원함이 전신에 퍼졌다. 10여 분 지났을 때 피부가 약간 따끔거리는 것은 피부를 수선하는 작업인 것처럼 여겨졌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배가 출출하였다. 온천장 옆 동네가 바로 산채음식마을이었다.

설악산에서 채취한 온갖 산나물과 더덕, 동해에서 잡은 황태에 적당한 양념을 하여 버무린 황태구이와 함께 오색약수로 밥을 지어 누르스름한 빛깔을 띤 돌솥밥을 먹으니 몸과 마음을 힐링해주는 밥상을 대하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식당에 서둘러 들어갈 때는 몰랐던 설악산 주전골 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영하의 추위가 계속된 터라 얼어붙은 계곡을 산책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계곡 위의 산세를 둘러보았다. 저 위가 바로 한계령(寒溪嶺, 1004m)이었다.

 

* 양양에서 44번 도로로 한계령 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으로 오색약수터 가는 길이 나온다.
* 오색약수에서 바라다 보이는 겨울철 내설악 풍경. 출처: 경향신문

 

양희은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한계령".

이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를 때 웬지 청승 맞아 보이지만 같은 노랫말이 반복되는 2절과 3절에서는 상심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고 크게 치유를 받은 느낌이 든다.

저 산이 내게 우지 마라, 잊어버리라 위로를 해 준 후 이제 마음이 진정되었으면 산에서 내려가라고 등을 떼미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계령 – 하덕규 작사 작곡, 노래 양희은

Hangyeryeong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That mountain says to me
Don’t cry, don’t cry.
The wet valley downhill is deep in the mountains.
That mountain says to me
Forget it, forget it.
I feel relieved at last.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Ah, I want to live
like a gust of wind, tho’.
It’s like the wind
flowing thru mountains here and there
with clouds filled with tears.
That mountain says to me
Go down, go down.
I feel like it pushes my fatigued shoulder.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Ah, I want to live
like a gust of wind, tho’.
It’s like the wind
flowing thru mountains here and there
with clouds filled with tears.
That mountain says to me
Go down, go down.
I feel like it pushes my fatigued shoulder.

* 내설악 계곡. 출처: 네이버 블로그 양지부동산

 

싱어송 라이터인 하덕규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에는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 고장 출신인 하덕규가 더 이상 곡이 써지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계령에 올랐다고 한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심정에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마음을 추슬리던 그 때 같은 고향 출신인 시인 정덕수의 연작시 “한계령에서”의 몇 구절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 치유되어 가는 그의 마음이 불러주는 대로 음표를 붙여 이 곡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부르기보다는 "아침이슬"로 유명한 선배가수 양희은에게 불러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곧바로 인기를 끌 수 있는 가사와 곡조가 아님에도 이 노래는 그 진가를 아는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사랑을 받아 줄곧 많은 사람의 '인생곡'이 되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내설악에서 한계령을 바라보며 "한계령" 노래 가사를 되뇌어 보니 직진(直進)할 줄만 알았던 인생에서도 필요하면 U-턴 (U-turn)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에는 그 다음 출구(Exit)로 빠져나와 U-턴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드디어 2021년 마지막 날 자정이 가까와 왔다.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제야(除夜)의 종 타종식은 생략되었지만, 시계바늘이 12자 위에 겹쳐지는 것을 보며 앞으로의 인생 계획이나 목표 중에서 진로수정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Annex

1. 2021년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각오를 다짐하는 가족신문 《쁘띠늬우스》 제3호를 발행하였다. 

지난 1년간 손자가 많이 컸고 신문 제호의 주인공이 이제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론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 가족은 별탈 없이 한 해 동안 잘 지내온 것을 정말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 나머지 부분은 가족과 친지에 한하여 열람할 수 있음

 

2. 위의 "한계령"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곡뿐만 아니라 가요, 민요, 동요까지도 30편 이상 영역해 놓았다. 이것을 필자가 운영하는 KoreanLII에 "Poems by subject" 라는 항목으로 따로 정리해 두었으므로 위의 KoreanLII 사이트 아래쪽 소제목 "Lyric" 또는 KoreanLII에 들어가서 해당 기사(KoreanLII Article)를 검색하면 된다. 영어 제목에 * 표시가 있는 것은 따로 번역자가 있는 경우로 해당 페이지에서 출처를 밝혔다.

 

 

3. 2021년 이후 새로 번역해서 KoreanLII에 추가하였거나 따로 Tistory 블로그에 올린 노래 (발표자/가수 가나다 순).

나머지는 Tistory 블로그의 일람표 참조.

 

   •  김동규 편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미라클라스, 집으로 가는 길

   •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  송길자 작시, 임긍수 작곡, 강 건너 봄이 오듯

   •  이선희 노래, 인연

   •  임선혜 노래, 꼭 돌아오리

   •  존 노, 바람이 불어올 때면

   •  포르테 디 콰트로, 좋은 날

   •  해바라기 노래, 내 마음의 보석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