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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크게 익사이팅해진 해운대

Onepark 2022. 5. 3. 09:30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했던 칠순기념 가족여행을 부산 해운대로 다녀왔다.

부산 특히 해운대는 오래 전 신혼여행 때 들른 곳이었고 학회 세미나, 회의 등의 용무로 여러 차례 다녀온 터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우리집의 MZ세대인 작은아들 내외가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한다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알아서 하라고 일임했다.

우선 숙소는 LCT레지던스 고층으로 예약했다고 했다. 우리 부부와 두 아들 내외, 손자까지 며칠 묵기에 충분한 공간이라고 해서 처음엔 호텔 스위트룸이 아닌가 생각했다.

또 모든 일정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나이 많은 사람도 부담이 가지 않도록 동(動)과 정(靜)을 적절히 배분[1]했다고 해서 잘했다고만 말했다.

 

처음엔 KTX로 갈 예정이었으나 여로 중간에 여기저기 들를 곳이 있다고 해서 자동차로 이동했다. 물론 운전은 작은아들이 맡았다. 서울-부산이 아니라 서울-대전-통영-부산 코스를 택하였고 창원과 부산 부근의 교통체증이 심해 해운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가 넘어 있었다.

LCT레지던스는 입주민과 투숙객의 주차장과 출입문이 구분되어 있다. 투숙객 카운터에서 방 키를 받아 들어가보니 예상한 것보다 화려하게 해운대와 멀리 광안대교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 LCT레지던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운대 야경. 웨스틴 조선호텔 위로 조명을 받은 광안대교가 보인다.

해운(바다구름) 머물던 곳
금맥이 솟자
우후죽순 빌딩군

Where sea clouds stay around,
A hidden gold mine has
Greatly changed the landscape.

 

짐을 풀고 정리하다 보니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이 없었다. 가까운 곳에 24시간 영업하는 금수복국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집은 해운대 올 때마다 들르곤 했었다. 식구들 중에 복국을 좋아하는 것은 나 혼자뿐이었지만 어린이를 위한 복튀김 메뉴도 있다고 말하고 모두 걸어서 음식점으로 갔다. 

 

이튿날 아침 일찍 해운대 순례코스의 하나인 온천센터에 다녀왔다.

온탕(41℃), 열탕(43℃), 냉탕(32℃)이 여러 개 갖춰져 있고, 한증탕도 황토, 소금 등 기호와 효능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냉탕에서는 폭포수와 수중안마를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일반, 경로 구분 없이 8천원이었고,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어 마스크 없이 입욕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때밀이 코너도 성업중이었다. 10분 이상 폭포수를 머리와 등에 맞고 있는 중년 남자도 여럿이었다.

 

*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기장으로 가는 아름다운 가로숫길
* 기장군에 소재한 부산루지 리프트 승강장
* 롯데테마파크 옆의 언덕 위로 올라가는 리프트는 동시에 루지도 운반할 수 있다.

아침식사 후 숙소에서 가까운 기장군에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옆 부산루지 파크로 갔다.

몇 년 전 뉴질랜드 남섬에 갔을 때 퀸즈타운에서 성인들이 루지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부러웠는데 지금이 똑같은 상황이었다. 데이트하는 젊은이들과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들 사이에 섞여 젊은 아들 손자 따라온 나이 든 부모가 되어 장난감 자동차 같은 루지를 타게 된 것이다. 

지난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스켈레톤, 루지 선수들의 0.01초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비록 썰매가 아닌 바퀴 달린 차에 앉아서 경사로를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었지만 진행요원들이 안전교육과 운전연습을 철저하게 시켰다.

올라갈 때는 리프트를 타고, 도합 3회 루지를 탔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속도를 내며 신나게 달렸다. 

 

* 바로 옆 롯데 놀이공원에서 플룸라이드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려오고 있다.
* 부산루지의 마린 코스에서는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

오후에는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었다.

마침 5월 중에 모래축제가 열릴 예정이어서 피라밋과 타지마할 등 모래성 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른 한켠에서는 벡스코에서 열리는 MCI 행사용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약간 구름낀 날씨에 주말을 앞두고 사람들이 해운데 산책로를 거닐었다.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양켠에 전엔 못보던 해상조형물이 서 있었다. 높은 파도에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가 휩쓸려 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 수중 방파제를 설치한 것이라 했다. 큰배가 접근하다 좌초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해상표지물이었다. 

 

* 해운대 해변에는 백사장 모래가 쓸려가지 않도록 하는 수중 방파제의 존재를 알리는 해상조형물이 양쪽에 서 있다.
* 해운대 백사장의 Bexco 행사를 광고하는 피규어들
* 해운대 모래축제를 1주일 앞두고 상징물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저녁 식사 후에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요트 크루즈에 나섰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8번 선착장에 9시 반 시간에 맞춰 갔다.

나로서는 서울 여의도 앞 한강 마리나에서 돛 달린 요트를 타본 게 고작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돛이 아닌 엔진으로 가는 제법 큰 요트였다. 서른 명 정도 되는 선남선녀가 줄을 지어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원 구명대를 지급받고 승선하자마자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우리도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한 모포를 들고 캐빈 밖으로 나갔다.

 

* 해운대 동백섬 부근의 고층건물과 야경
* 해운대 수영만 마리나에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요트들
* 밤바다 요트 크루즈는 볼거리가 많은 광안대교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흥겨운 선상음악과 함께 요트는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광안대교 밑으로 나아갔다. 주변 고층건물의 야경과 더불어 조명이 환하게 켜진 광안대교는 정말 볼만했다. 한밤중에 고층건물의 야경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무대 위의 주연배우처럼 광안대교가 시시각각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요트에 탄 우리의 시야를 압도했다.

 

선원이 곧 불꽃놀이를 시작하겠다고 안내방송을 한 후 옆의 관광 요트와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fireworks) 행사를 벌였다.[2] 중국에서 구정 때 폭죽 쏘는 것을 본 적은 보았지만 이렇게 간편한 방법으로 불꽃놀이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저멀리 광안리 해수욕장 상공에서는 수백 대의 드론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축하 쇼를 벌이고 있었다. 선물 상자에서 꽃과 인형 같은 선물이 나오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바로 이때 우리 손주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언제 가르쳐준 적도 없다는데 제 스스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마음이 젊어진 듯 절로 유쾌해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야간 요트 크루즈는 먼바다로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재미는 그보다 훨씬 더 했다.

화려한 고층건물의 야경에 광안대교의 웅장한 자태와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진 화려한 불꽃놀이가 더해져 춤추는 어린이마냥 부산 해운대 하면 두고두고 생각 날 것 같다.

 

* 광인리 해수욕장에서 수백대의 드론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100TH) 기념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해운대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우리는 숙소 바로 옆 미포역에서 출발하는 블루라인 해변관광열차를 탔다.

운행이 중단된 동해남부선 철로를 이용하여 30분 간격으로 관광열차를 인기리에 운행하고 있었다. 철로 주변은 나무데크를 깔아 해운대와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산책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우리는 블루라인의 종점에서 내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송정리 바닷가로 갔다.

해변에서 또 물속에서 서핑 훈련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서양식 브런치를 주문했다.

이처럼 워라벨을 만끽하며 체험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있으니 마음도 젊어지고 순간 장소이동을 하여 마치 외국의 어느 리조트에 와 있는 것 같았다.

 

* 송정해변에서 서퍼 강습소를 겸하고 있는 서퍼홀릭 카페
* 송정리 해수욕장. 한켠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서퍼 강습이 진행되고 있다.

 

Note

1] 이번 3대가 함께 간 가족여행에서 동적(動的)인 프로그램은 "우리 보고 젊어지시라"며 태워준 짚라인과 케이블카, 루지 타기(here), 야간 요트 쿠르즈(here)가 있었고, 정적(靜的)인 행사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평사리 최참판댁 방문이 있었다. 나로서는 앞으로 블로그 쓸거리도 풍부해지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2] 마침 석탄일이 다가왔거니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인 주요한의 "불놀이"(1919)가 생각났다. 약관의 시인이 연인을 잃고  상심한 나머지 사월초파일 대동강변에 나와서 연등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대목이 나온다.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버릴까, 이 설움 살라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만, 사랑의 봄은 또 다시 안 돌아오는가, 차라리 속 시원히 오늘 밤 이 물속에, 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 줄 이나 있을까 ………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는 매화포, 퍼뜩 정신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 더 강렬한 열정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키는 연기, 숨 막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