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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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뒷걸음 치다 구경한 오대산 단풍

강원도 진부의 오일장은 매달 3, 8, 13, . . .일에 5일마다 열린다. 한글날 황금 연휴가 시작된 10월 8일 진부 오일장을 구경했다. 마찬가지로 그 전 날인 2, 7, . . .일에 열리는 봉평 오일장에 가면 혹시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시골 인심을 체험도 할 겸 오일장 구경도 하고 사과대추 등 제철 과일 몇 가지를 사고 요기삼아 순대를 사 먹었다. 주차장과 시장 주변의 큰길가엔 차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과 이 고장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려와는 달리 어제까지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하늘은 뭉게구름이 떠 있는 가운데 맑게 개었다. 9월 말 설악산 단풍이 시작되었다기에 오대산에도 단풍이 시작되었으려니 기대를 하고 월정사로 갔다. 곳곳에 10.7 ~ 10.9 '오..

Travel 2022.10.08

[추억] 9월을 소재로 한 노래

열대야와 호우주의보로 점철되었던 8월이 가고 9월이 왔다. 아직 가로수 잎은 푸르른데 길바닥에는 철 이른 낙엽이 떨어져 있다. 이와 같이 9월을 맞으면 여름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와 함께 결실의 계절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학교에 재직할 때에는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수강생들의 얼굴을 익히고 강의준비로 분주했던 기억이 난다. 9월이 되면 "새털구름 높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비상하는 꿈을 꾼다"는 시를 떠올리곤 한다. 9월의 기도 - 이해인, 시인/수녀 Prayer of September by Sister Lee Hae-in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Oh, that radiant Sun, Let me open the door of my min..

Travel 2022.09.04

[상상력]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정봉렬 시인으로부터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황과 함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의 시를 전달받았다.[1]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白러시아(벨라루스 비테프스크) 출신의 유태인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부와 장수를 누리면서 같은 마을에 살았던 벨라(Bella Rosenfeld, 1895~1944)와의 중력을 무시한 몽환적인 사랑을 다룬 수많은 그림과 판화를 남겼다. 전쟁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여름의 끝자락에 왜 샤갈의 마을이지? 샤갈은 추억 속의 러시아 마을을 즐겨 화폭에 담았지만, 언제 샤갈이 눈 내리는 마을 풍경을 그렸던가? 춘삼월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사나이 - 시인/화가 - 는 관자노리의 정맥이 솟을 정도로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던..

Travel 2022.08.30

[여정] 한여름의 온/오프 순례길

아파트 단지의 배롱나무 꽃들이 활짝 피었다. 木백일홍이라는 이름처럼 새로 작은 꽃이 피면 묵은 꽃이 지므로 한 무리의 꽃이 계속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똑같이 한여름에 피는 무궁화 꽃이 한 줄기에서 새 꽃이 피고 묵은 꽃이 지는 것을 여름내 반복(無窮)하는 것과 비슷하다. 거실 창 아래 만발해 있는 배롱나무 꽃을 내려다 보니 마치 화분에 심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 창 밖으로 새가 되어 두둥실 날아오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프랑스 고성(古城) 순례 패키지 투어를 신청했다가 여행사가 현지 사정으로 여행일정을 취소하는 바람에 실망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 코로나가 진정되어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곧장 가려고 마지막까지 예약금 환불 요청을 하지 않고 기다렸었다. 지금이라도 그곳으로..

Travel 2022.08.10

[가곡] 미뇽의 노래 "그 나라를 아시나요?"

'예술가곡' 하면 슈베르트의 650편이나 되는 리트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차이콥스키의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들을 때에는 '러시아 로망스'[1]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이 전해져 왔다.[2]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노래가 또 어디 있을까? 더욱이 차이콥스키 말고도 베토벤, 슈베르트, 볼프 같은 대가들이 다투어 곡을 붙였다면 그 노랫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독일어 'Sehnsucht' 나 포르투갈의 가요 파두에 나오는 'Saudade' 같은 말은 영어의 'Longing'만 가지고는 채워지지 않는 원망(怨望), 갈망(渴望)을 내포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이다. 그래서 원문은 독일어인데,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글로 옮겨 보았다. 괴테의..

Travel 2022.07.30

[반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6월의 마지막 날, 금년도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사람들은 흐르는 세월이 "손에 넣자마자 눈깜짝할 새 사라져버린 솜사탕" 같다며 탄식한다. 그래도 짧지 않았던 금년 상반기엔 벼라별 일이 다 일어나지 않았던가! 국내에선 정권이 바뀌고, 구중궁궐 같던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먼 나라 전쟁 통에 공급망이 망가졌다며 모든 물가가 다 오르고 주가는 폭락했다. 자연도 정신을 잃었는지 가뭄과 홍수 피해가 잇달았다. '한 달 제주살이' 하러 떠난 일가족은 완도 앞 바닷속에서 한참 후에 발견됐다. 아빠가 빚을 많이 져서 딸까지 데리고 일부러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그래도[1]라는 섬에는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

Travel 2022.06.30

[광주] 높은산 주상절리, 무등산 서석대

광주(光州) 하면 '무등산'이다. 지리산과 함께 전라남도의 진산(鎭山)으로 광주광역시와 담양군, 화순군에 걸쳐 있는 해발 1,187m의 큰산이다. 영암의 명산인 월출산[1]과는 달리 산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지 않고 큰 산세가 팔을 아우르듯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웅장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얼마 전 전시회를 보러 광주에 갔을 때 광주 시내 곳곳에서 무등산을 볼 수 있었다. 세잔의 풍경화에 으레 등장하는 생트 빅투아르 산[2] 마냥 임직순 화백의 여러 풍경화에서도 묵직한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 인근 고창 출신인 서정주 시인이 무등산을 노래한 시가 있어서 영어로 번역해 볼 생각을 했다.[3]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셨던 안선재 명예교수(Brother Anthony of..

Travel 2022.06.22

[Book's Day] 대하소설 「토지」와 하동 최참판댁

G : 매달 13일 책의 날('Book's Day)'이 금방 돌아오면서도 이 날 들려주시는 얘기가 기대가 됩니다. P : 저 역시 그렇습니다만, 무슨 책이든 소재가 될 수 있기에 '마르지 않는 샘'이라 할 수 있어요. 오늘은 5월 초에 다녀온 하동군 평사리의 최참판댁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곳이죠. G :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이라면 비슷한 소재를 다룬 펄벅의 「대지(The Good Earth)」가 생각납니다. P : 역량이 있는 작가라면 그처럼 스케일이 큰 소설에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이 있지요. 홍명희의 「임꺽정」도 시대정신과 역사, 민초를 다룬 일제 강점기 당시의 주목할 만한 대하소설이었습니다. G :..

Travel 2022.05.13

[하동] 스릴 만점의 짚라인-케이블카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한 줄 한 줄 지우는 재미로 여행을 떠난다. 이것도 영화나 TV 예능프로의 영향이긴 하지만 번지 점프, 행글라이딩, 짚라인 타기는 버킷리스트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짚라인의 경우 전에 남이섬 갈 적에 단숨에 강을 건너가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아들 내외가 기억했다가 이번 칠순 기념여행에 포함시킨 것 같았다. 이번 가족여행은 부산 해운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첫 행선지는 경남 사천에서 멀지 않은 하동이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사천 휴게소에는 곳곳에 이 지역이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임을 알려주는 표지가 많았다. 마지막 행선지는 자부가 나의 블로그 소재로 안성맞춤이라며 포함시킨 하동군 평사리의 최참판댁이었다. 마..

Travel 2022.05.04

[부산] 크게 익사이팅해진 해운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했던 칠순기념 가족여행을 부산 해운대로 다녀왔다. 부산 특히 해운대는 오래 전 신혼여행 때 들른 곳이었고 학회 세미나, 회의 등의 용무로 여러 차례 다녀온 터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우리집의 MZ세대인 작은아들 내외가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한다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알아서 하라고 일임했다. 우선 숙소는 LCT레지던스 고층으로 예약했다고 했다. 우리 부부와 두 아들 내외, 손자까지 며칠 묵기에 충분한 공간이라고 해서 처음엔 호텔 스위트룸이 아닌가 생각했다. 또 모든 일정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나이 많은 사람도 부담이 가지 않도록 동(動)과 정(靜)을 적절히 배분[1]했다고 해서 잘했다고만 말했다. 처음엔 KTX로 갈 예정이었으나 여로 중간에 여기저기 들를 곳이 있다고 해서 자동..

Travel 202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