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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0] 프랑스 일주 여행을 마치고

Onepark 2023. 5. 2. 22:00

이번 프랑스 일주 여행은 롯데관광에서 광고한 대로 반고흐만을 들려준 것은 아니었다.

10일간에 걸친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정리하면서 돌이켜보니 자칫 여러 주제를 짧은 기간에 섭렵하려다가 소화불량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인솔자 길벗(권수용)의 친절하고 빈틈없는 안내로 예정된 일정을 큰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나로서는 일 없는 게으른 황소처럼 시간 날 때마다 되새김질(반추/反芻)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 여행에서 돌아오니 참으로 눈에 익은 풍경이다. 밀밭이 아니라 유채밭이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작년에 칠순 기념으로 아이들이 사준 갤럭시 노트 카메라의 강력한 기능이었다.

차 안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줌 기능도 만족스러웠으며, 일단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야간에도 사진촬영이 가능했고 마음만 먹으면 단말기 하나로 동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다만, 엄청나게 많이 찍은 사진들 때문에 쓸만한 것을 선별하는 게 힘들었고 그만큼  눈이 혹사 당했다.

또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내에게 선물로 받은 스캐쳐스 운동화 덕을 톡톡히 보았다.

걸을 일이 많았음에 발(바닥)이 아프거나 무거운 줄 몰랐다.

 

귀국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에게 물어보았다.

나로서는 단체여행객의 일원으로 꽁무니 통로쪽 자리를 발권 즉시 선점했거니와 왜 이렇게 맨 뒷자리에 않게 됐냐고 물으니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자기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30일 동안 800km 이상 걷고 이제 귀국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숨가빴던 열흘간의 여행만으로는 30일 간의 묵언수행자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순례자의 길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 기간 중 그의 소설 <연금술사(Alchemist)>에 나오는 한 구절을 나 역시 계속 되뇌었기 때문이다.[1]

 

"사막에서 매의 비행을 보았느냐?" [2]

 

가이드를 좇아서 여행지를 무작정 돌아다니지 않고 지역마다 뭔가 주제를 정해서 자문(自問)을 하고자 했다.

사막에서 먹이를 찾는 매의 눈으로 살피고, 일단 발견했으면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마다 전에 보았던 책이나 영화, 학생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렇지, 연금술사의 산티아고는 꿈에서 본 보물을 찾기 위해 천신만고 피라밋에 당도하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보물이 바로 자기 마을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 결과 여행지마다 상식적인 수준의 탐구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관찰과 이해가 가능했던 것 같다.

어쩌면 동반자가 없었기에 다른 데 신경쓸 필요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면서 관심있는 것을 찾아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치 치열하게 싸웠던 바둑 대국을 마치고나서 복기(復碁)를 하듯이 여행기를 공들여 작성한 것은 산티아고처럼 집에 와서 프랑스의 보물을 발굴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3]

 

* 프랑스에 회전목마가 많은 건 어렸을 때 재밌게 탔던 추억을 자녀에게 대물림해주기 위함이다.

 

프랑스 일주 여행의 여정에 따라 17음절의 하이쿠로 그 때의 감흥을 되새겨본다.

 

[ 몽생미셸 ]

삼각의 뾰족 바위섬 예쁜 줄로만 알았는데
마침내 와서 보니 예리한 조형미의 대성당

An extraordinary landscape represents the passion of all pilgrims!
the Cathedral on a triangular shaped island off Normandie.

[ 아 를 ]

적의로 가득한 주민들 사이에 설 자리 없네
그래도 밝은 빛의 희망으로 감싸준 빈센트

Against van Gogh, Arles was filled with hostility in the neighborhood.
But Vincent embraced the people of town
with bright-colored touches of hope.

[ 액상프로방스 ]

꿈에 그리던 프로방스 벼르고 별러 왔건만
나를 맞아준 건 무심하게 물을 뿜는 분수 뿐

Provence has been the place of my dreams
that couldn’t be reached for years.
Sadly, all that greeted me was
only the indifferent fountains.

[ 니 스 ]

잿빛 하늘 아래 쪽빛이 아니어도 아름답네
내일 구름 걷히면 쪽빛 바다를 보여주겠지

Even tho' the waves are gray
under the cloudy sky, You're beautiful.

When the sun shines tomorrow morning,
You look much better with twinkling waves.

[ 지베르니 ]

지베르니에서 난 보았네
붓 한 자루로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음을

We saw at Giverny
how a man could make the world better and rich.

 

* 파리 에펠탑 Trocadero 광장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여인의 황금동상

 

⇒ 필자의 다른 여행기(Travelogue)를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Note

1] 전에 학교에 있을 때 매 학기말이면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에게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인용하여 당부하곤 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임에도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학생이 의외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점은 내가 학기 중에 강의한 것이 그 동안 학생들이 공부했던 것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납덩이가 금덩이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이 소설을 읽을 때의 마음속 질문과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학생들에게 간략하게 요약해주었다. ( ) 안은 최정수 역 문학동네 2001년 간 책의 쪽수임.

 

이 짤막한 책을 읽고 누구나 나름대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시한 책이라고 덮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계의 많은 독자들은 이러한 교훈을 얻었다. 고상한 동기와 열정을 품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노라면 "그것이 하찮게 보이는 것(납덩이)일지라도 우주의 정기(energy)가 작용하여 커다란 성공(금덩이)으로 바뀔 것이다"는 바로 연금술의 메시지였다.

 

2] 산티아고가 대상(caravan)을 따라 사하라 사막을 건너갈 때 그보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연금술을 배우러 가는 영국청년이었다.
그러나 사막의 연금술사가 제자로 맞이한 사람은 그 영국청년이 아니라 산티아고였다. 왜냐하면 그 영국인에게는 연금술을 배워 돈과 명성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동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산티아고는 사막에서 군대가 오아시스를 습격하는 환상을 본 뒤로 자기만 도망치지 않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오아시스 거주민들을 구해야겠다는 희생적인 마음이 앞섰다. 사막의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의 희생정신과 용기가 가상하다고 보고 스스로 산티아고의 스승 겸 가이드가 되고자 하였던 것이다.

[산티아고에게 칼을 겨누었던 연금술사의 훈계] "누가 감히 매들의 비행을 읽어냈는가. . . 알라 신께서 정한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 . .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 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 . 아무리 먼 길을 걸어왔다 해도, 절대로 쉬어서는 안 되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사막은 모든 인간을 시험하기 때문이야. 내딛는 걸음마다 시험에 빠뜨리고,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182-183쪽)

[산티아고에게 포도주를 권하는 연금술사]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마시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 . .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190쪽)

 

3] 산티아고는 피라밋 아래 감춰진 보물을 찾기 위해 탕헤르로 떠나기 전에 신비스러운 노인 멜기세덱(성경에서 아브라함이 처음 십일조를 바쳤던 살렘왕)에게 양을 판 돈의 십분의 1을 바치고 여러 가지 가르침을 구한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란다. 때로는 불행과 시기와 질투를 통해서 자라기도 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의무이다." (47쪽)

 

"사람들이 중대한 순간에 처해 있을 때 그저 그 일들이 조금 수월해지도록 돕기만 한다네. 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지 못하지." (49쪽)

 

현자에게 행복의 비밀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현자는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주고 이렇게 말했다.

"이 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차 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닥에 깔린 페르시아 양탄자도, 꽃들이 만발한 정원도, 서재의 책들도 그의 안중에 없었다. 현자는 다시 집안의 아름다운 것들을 살펴보고 오도록 했다. 이제 젊은이는 편한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저택을 구경했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그 사이에 기름 두 방울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다네." (60쪽)

 

[점쟁이의 고백] "사람들이 내게 점을 치러 올 때, 그건 내가 미래를 읽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야. 미래는 신께 속한 것이니,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 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신이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특별한 사정이란 신께서 미래를 보여주실 때라네. 신께서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미래를 잘 보여주시지 않아. 한 가지 예외란 바로, 미래가 바뀌도록 기록되어 있을 때를 말하지." (171-172쪽)

 

9. 지베르니의 모네 정원, 파리

프랑스 여행기에 올리지 못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