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던 코비드19가 WTO에 이어 우리 정부도 6월 1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로 낮춤에 따라 독감 같은 엔데믹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곳곳에 설치되었던 코로나 선별검사소도 모두 문을 닫았다.
개인적으로 그 기간 중에 굳어진 모닝 루틴이 있다면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의 점검과 Tistory 블로그의 포스팅이라 하겠다. 전자는 조간신문을 읽다가 발견되는 수정 또는 업데이트를 요하는 항목을 서둘러 고치는 일이고, 후자는 새로운 글감을 찾아 나름대로 백과사전식으로 정리(세상지식의 큐레이션)하거나 좋은 시구(詩句)가 있으면 영어로 옮기는 작업이다.
며칠 전에도 <한사람 시와 마음> 블로그를 운영하는 친구가 소개한 김현승의 "플라타너스"를 영어로 옮길 작정을 했다. 김현승의 다른 시에서도 '역설'(逆說, paradox)이란 모티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역을 하는 것은 지난 3월부터 Papago와 DeepL 같은 인공지능(AI) 번역기를 쓰기로 하고 초벌(draft) 번역을 맡기고 있다.
그런데 AI 번역기가 눈깜짝할 사이에 내놓은 결과물을 보니 일부 시구를 잘못 번역한 곳도 있었지만 플라타너스 나무를 platanus가 아니라 sycamore로 번역한 것을 보았다. 북미에서는 유럽 단풍나무라 한다는데 모양은 똑같았다.
궁금한 게 또 있었다. 플라타너스라고 하면 4월 하순의 프랑스 여행 때 인상적인 가로수 풍경을 여러번 목격했기에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라가 또 있는지 이번에는 카카오톡의 AskUp에게 물어보았다. 플라타너스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많아서 프랑스가 19세기 말 20세기 초 도시 재생사업을 벌일 때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역설'이라는 모티브로 한데 묶은 김현승의 다른 시 "5월의 그늘"과 "감사" 시를 번역하여 Tistory 블로그에 올렸다.
⇒ 김현승의 시 "플라타너스" 와 영문 번역 차례로 읽어보기
며칠 후에는 재미(fun)와 흥미, 위트를 더하기 위해 New Bing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I’m going to write an essay on a sycamore tree, gratitude, thankful mind, and so on.
Would you write a draft for me? I’d like to see the draft filled with fun, humor and wit within one thousand words at the level of high school students.
플라타너스와 감사하는 마음을 주제로 재미와 유머, 위트를 담은 에세이를 한 편 쓰려고 한다. 고등학생 수준으로 1천 단어 이내로 초고를 써달라.
그랬더니 챗GPT가 놀라운 에세이를 써 보였다.[1]
여기서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는 오래 전부터 시카모어 나무가 많았었고 조지 워싱턴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의 공격을 받고 퇴각을 할 때(Battle of Brandywine, 1777) 울창한 시카모어 나무가 영국군의 총포로부터 독립군 병사의 생명을 지켜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미국에서는 시카모어가 겨울철 '유령나무'라는 별명과 함께 '희망'과 '보호'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들었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1년 전 인사동 그림/사진 전시회에서 시카모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 연작을 본 적이 있다. 만학으로 그림 공부 하러 미국 필라델피아로 유학을 떠났던 김소연 화백은 집앞의 시카모어 나무가 자기를 보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용기를 얻었노라고 말했다.
"너의 자아(自我)를 멋지게 펼쳐보렴.
해마다 가지를 잘라내서 미처 아름답게 뻗어나가지 못하는
한국의 플라타너스가 아닌 시카모어로."
그래서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를 영역할 때 Question 마크를 붙여 놓았던 마지막 구절을 다음과 같이 영어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窓)이 열린 길이다.[2]
It is the path where the beautiful stars and my dear window are open to each other.
Note
1] 마이크로소프트의 New Bing은 OpenAI의 챗GPT와 제휴하여 이용자의 질문에 대한 검색 결과물을 다음과 같이 내놓고 참고한 자료를 각주에 밝히고 있다.
A Sycamore Tree of Gratitude
Have you ever seen a sycamore tree? If you live in the eastern or central United States, chances are you have encountered one of these majestic trees. They can grow up to 100 feet tall and have a trunk diameter of up to 10 feet. Their bark is mottled with patches of white, brown and green, and their leaves are broad and lobed, resembling maple leaves. They are also known as ghost trees because of their white branches that stand out in the winter landscape1.
Sycamore trees are not only impressive in size and appearance, but also in history and symbolism. They have been around for more than 100 million years, and some of them can live up to 600 years1. They have witnessed many events and changes in the world, and have provided shelter, food and protection for many creatures and people. For example, during the Battle of Brandywine in the 18th century, a sycamore tree in Pennsylvania protected the soldiers of General Washington from enemy fire. Since then, the sycamore tree has become a symbol of hope and protection in the USA1.
Sycamore trees are also remarkable for their ability to regenerate. They can grow new branches, roots and leaves from damaged or broken parts. They can also adapt to different environments and conditions, such as pollution, drought and flooding2. They are resilient and persistent, and they never give up on life.
I think we can learn a lot from sycamore trees. They teach us to be grateful for what we have, and to appreciate the beauty and diversity of nature. They also teach us to be strong and flexible, and to overcome challenges and difficulties with grace and courage. They remind us that we are part of a larger story, and that we have a role to play in making the world a better place.
That is why I chose to write about a sycamore tree for my essay. I want to express my gratitude for this amazing gift of nature, and to share its wonders with others. I hope that by reading this essay, you will also feel inspired by the sycamore tree, and that you will look at it with new eyes and a thankful heart.
자세한 정보
1. smartclass4kids.com 2. en.wikipedia.org 3. gardeningknowhow.com 4. britannica.com
2] 詩에서 장소를 나타내는 길에는 way, road, route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path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그곳에서 별과 창이 어떻게 열릴 수 있을까? 감나무에 감 열리듯 밤하늘에 별이 열린다(hung)고 할 수 있으나, 그냥 창이 열린다고 하면 open 밖에는 마땅한 어휘가 없다. '사랑하는 창'을 의역하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창=눈(眼)이 될 수 있으므로 밤하늘의 별빛과 시선(視線)이 만남을 약속하고 어우러지는 arranged to encounter로 옮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원문에 충실하게 open to each other로 낙착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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