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에 진입하는 버스 안에서 길벗 가이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프랑스 제2의 대도시로서 아프리카에 가까운 항구도시인 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거리의 야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거리의 야수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면 금방 다른 사냥감을 찾아 떠날 테니 그룹을 지어다니면 별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그 중에서도 여론조사한다며 "Can you speak English?"하고 접근하는 사람을 경계하라고도 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한국 관광객을 찾겠느냐며 그들과 말을 섞지 말고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 가면 된다고 했다. 나로선 35년 전 문제가 생겼던 생샤를르 역으로 가지 않는 게 다행스러웠다.
길벗 가이드는 오늘 아침 마르세유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의 성당에 올라 가보자고 제안했다. 우리 관광버스는 차체가 커서 굴곡이 많은 언덕길을 올라갈 수 없으므로 편도 2유로의 시내버스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마르세유에서의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하고 일행은 전원 찬성했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단 체크아웃을 한 다음 짐은 호텔 보관소에 맡겼다.
우리 일행은 언덕 위 종점에서 버스를 내려 수호자의 성모 성당(Basilique Notre-Dame-de-la-Garde)을 둘러보았다.
우선 마르세유 시가지와 지중해 앞바다를 조망한 다음 성당 내부를 구경하였다.
날씨도 좋은데 충분한 시간을 가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서둘러 마르세유 시내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호텔에 맡겨놓은 짐을 버스에 싣고 다음 목적지인 칸으로 향했다.
버스의 가이드 뒷자리는 여전히 내 차지여서 버스 전방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요즘 YouTuber들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좋은 방송으로 보답하겠습니다"하는 식으로 나도 버스 앞자리에 앉아서 좋은 사진을 찍어서 여행기에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버스는 일로 니스 방향으로 달렸다. 지도상으로 보면 오른쪽으로 지중해의 프렌치 리비에라 해안이 펼쳐질 것이다.
첫 번째 행선지는 말로만 듣던,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칸(Cannes)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칸(최우수 작품상은 황금종려상), 베니스(황금사자상), 베를린(황금곰상)이다. 연륜을 더하는 부산 국제영화제도 국제영화제로서 한층 더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영화와 배우들의 국제적인 명성이 높아질수록 그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칸에서는 여러 한국의 관광 팀을 만났다. 다들 가이드의 인솔 하에 상기된 표정으로 그룹을 지어 다니고 있었다.
칸에는 여러 가지 볼 것, 놀 것이 많았음에도 우리가 짧은 시간에 관광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떠났다. 그 이유는 그 다음 행선지가 '예술가 탐방'이라는 이번 여행의 컨셉에도 맞고 진정 가볼 만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남프랑스의 풍광에 이끌려 이곳에 온 화가들에게 어느 여관 주인이 숙박비 대신 머무는 동안 그린 그림 몇 점만 받았기에 무명 화가들의 별천지 같은 활동무대가 되었다. 그들이 유명해지고 그림 값이 오르면 '황금비둘기' 여관 주인도 수지타산이 맞았으며 자연히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갤러리가 산 위의 성 안에 속속 입점하였다.
생폴드방스(Saint-Paul de Vence)가 예술인촌으로서 유명세를 탄 것은 白러시아 출신의 샤갈의 묘가 이곳 공동묘지에 있는 것도 한몫을 했다. 그리하여 이곳이 '눈 내릴 때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불을 피운' 샤갈의 마을(김춘수의 시 한 구절)이 되었던 것이다.
생폴드방스를 본 우리 일행은 내일 니스에서 샤갈 뮤지엄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기로 하고 오늘 저녁 모나코까지 구경하고 왕궁 앞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몬테카를로라고도 부르는 모나코는 사실상 프랑스에 폭 안겨 있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도시국가이다. F1 도심 카레이스를 보거나 카지노 호텔에서 사교를 즐길 게 아니라면 몇 시간만 보고 나와도 좋은 곳이다.
왕년의 미녀 스타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 1929~1989, 부군 레니에 3세는 2023년 100세를 일기로 서거)를 좋아했던 사람이나 자크 쿠스토(Jacques-Yves Cousteau, 1910~1997) 선장의 심해 탐험 다큐를 즐겨 보았던 사람에게는 뜻깊은 방문지가 될 것이다.
모나코의 전망대에서 FI 대회의 관중석과 호화 요트가 즐비한 마리너 항구를 내려다 볼 때 영화 <Rebecca>(히치콕 감독의 1940년 영화를 Netflix가 2020년 리메이크)가 떠올랐다.
"부잣집 마나님의 말동무 겸 수행비서를 하던 '나'는 몬테카를로의 호텔에서 우연히 영국 신사 맥심을 만났어요. 그의 초대로 뜬금없이 굴요리 같은 고급음식에도 맛을 들이고 그의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해변으로 데이트를 하고 다녔지요. 결국 그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리고 영국의 맨덜리 저택으로 따라갔어요. 레베카라는 의문 투성이의 前부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빼곤 내가 마치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가 막상 모나코와 붙어 있는 니스로 돌아왔을 때에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파리에서부터 여러날 멋진 운전솜씨를 보여준 프랑크 기사가 호텔 앞에 우리 일행과 짐을 내려주고 떠났다. 우리는 내일 니스 투어를 마친 다음 오후에 항공편으로 파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정의 마지막에 투숙한 라디슨 호텔은 오션뷰는 아니어도 리비에라 해변가의 고급 호텔이었다.
객실에는 우리가 거의 매일 사먹어야 했던 생수와 스파클링 워터가 한 병씩 Gratis로 놓여 있었고 각종 호텔 비품도 고급스러웠다.
밤에 샤워를 하고 나서 잠깐 해변가 영국인 산책로(Promenade des Anglais)를 거닐다가 들어왔다. 뮌헨 슈바빙 지구에도 영국인 정원이 있다.
마침 호텔 입구에는 슈퍼카 람보르기니가 세워져 있었다. 레베카와의 관계가 미묘(?)했던 맥심이 이곳에 다니러 온 것이 아닐까? 내일은 파리로 떠날 예정이지만 아침이 몹시 기다려졌다.
⇒ 6. 아비뇽과 액상프로방스
⇒ 8. 니스와 코트다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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