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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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왜 일본 료칸을 찾아가는가

아내의 칠순(七旬) 기념으로 일본 료칸(旅館)에 가서 온천욕을 하고 왔다. 처음엔 항공사로부터 그동안 쌓였던 마일리지가 곧 실효된다는 통지를 받고 그에 맞춰 어디로 해외 여행이나 다녀올까 생각하였다. 아이들과 상의했더니 어머니 칠순기념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큐슈 여행을 제안했다. 목적지는 1월 20일 전후에 갈 수 있는 일본 큐슈에 있는 료칸으로 정하고 아내의 희망사항을 고려하여 범위를 좁혀나갔다. 여기서 누가 "한국에서도 가볼 곳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일본 온천료칸이냐?"고 묻는다면 다음 다섯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유후인에서는 관광지마다, 심지어는 료칸에서도 한국인 방문객이 70~80%는 되어 보였다. 우리 내외 모두 일본으로 온천 관광을 몇 차례 다녀온 터라 여행 일정을 짜는 며늘..

Travel 2024.01.24

[천체] 하현달 소감

며칠 전 시골에서 감(枾) 농사 짓는 친구가 새벽에 일 나가다가 하현달을 보았다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 티없이 맑은 새벽 하늘에 나뭇가지 사이에 걸린 반달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친구의 정원에도 서리가 잔뜩 내려 앉아 꽃나무들이 애처로워 보였다고 한다. 하현 (下弦) - 박훤일 Waning Moon - Whon-il Park 야심한 시간이나[1] 새벽일 하는 이 반기는 달 Workers in the small hours or early birds will be greeted by the Moon. 일주일 후면 사라질 운명, 다시 돌아올 거야 In a week or so, It’s destined to disappear. But it will be back. 초라하다 하대(下待) 마라 미구..

Travel 2024.01.11

[성과] 실기한 배추 농사의 허탈감

전북 진안에서 감(枾) 농사를 짓는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그 마을 주민의 안타까운 소식을 올렸다.[1] 온갖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힘 들여 돈 써가며 배추 농사를 지었는데 김장철이 지났음에도 수확하지 않은 배추가 밭에 그대로 널려 있다고 말했다. 작년 겨울에는 눈밭에 남아있는 배추가 진시황의 병마용(兵馬俑)을 보는 것 같다며 사진을 보내온 적도 있었다. 마을 어귀 문전옥답 배추 농사 볼 만하네 힘들여서 거름 주고 모종 사다 심은 후엔 가뭄 때는 밭에 나가 아침 저녁 물을 주고 장마 철엔 고랑 내고 서리 올까 짚을 덮고 행여나 병이 들까 약통 메고 약 뿌리고 외국 일손 데려다가 돈 써가며 키웠는데ᆢᆢ The cabbage farm at the entrance of village is noteworthy..

Travel 2023.12.09

[풍경] 가을 찾아 떠난 길 - Second Best is OK!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면서 가을을 피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실내 온도가 일정하고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정원수 낙엽을 쓸어모으는 아저씨의 비질 소리에 가을이 깊어감을 느낀다. 시골로 여행을 떠난 지인이 코스모스 꽃밭 사진을 보내왔다. 길가에 피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너른 밭이 온통 살사리꽃 천지였다. 일대 장관(壯觀)이 아닐 수 없었다. 10월 24일은 상강(霜降)이었다. 24절기상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는 금년 가을엔 비가 자주 오고 서리가 일찍 내려 과일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단풍도 그리 곱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과 배추 수확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방에는 우박까지 내렸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어느 시인..

Travel 2023.10.28

[계절]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

매달 한 차례 고등학교 동창들과 매우 지적인 성격의 모임을 갖고 있다.구성원들이 대부분 은퇴하였음에도 오랜 기간 전문직에 종사하였던 만큼 이야깃거리 또한 수준급이다. 단순히 먹고 노는 이야기보다 독서나 여행을 통해 얻은, 같이 나눌 만한 경험담을 PT로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식이다.⇒ 가을철 꽃향유 속에서 열심히 꿀을 모으고 있는 박각시나방을 보려면 맨아래 See Video clip at the bottom. 9월 중엔 내가 일상생활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에 관한 체험담(PPT 자료는 이곳을 클릭)을 곁들인 발표를 한 데 이어 10월에는 재료공학 박사인 박찬경 교수가 "현대인이 알아야 할 와인 상식"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고, 이 날 배운 것을 토대로 포도주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하였다.그 결과, 지금까..

Travel 2023.10.20

[디카詩] 종심소욕 낭만 춘천 여행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을 맞아 10월 5일 고등학교 동기들과 춘천으로 단체 여행을 떠났다. 우리 졸업기수(卒業期數)가 23회이기에 매년 11월 23일 송년회 겸 동창회를 가졌는데 이번엔 한 달 앞당겨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단체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1] 집행부가 부부동반을 적극 권유하면서 고전과 스토익 철학에 밝은 김동욱 동기가 종심소욕[2] 낭만여행(從心所欲 浪漫旅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말하자면 대광고와 '大光女高'의 합동 수학여행인 셈이었다. 이런 일은 누군가 희생적인 봉사를 해야 성사가 되는 법이다. 평소 치밀한 관리능력을 보여온 김동욱 행사총괄이 ITX 열차표의 예매부터 관광지와 음식점 사전탐방, 행사 후 행운권 추첨에 이르기까지 分 단위의 일정계획을 짜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Travel 2023.10.06

[여행] 가을 들녘 - 고창 상하농원

9월도 중순에 접어들었으니 소슬 바람 부는 가을 들녘으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었다. 아내와 상의하여 요즘 SNS의 핫플레이스로 등장한 상하농원에 가보기로 하고 그곳 파머스 빌리지 호텔로 갔다. 다행히 아내가 오래 전에 이런 용도로 예약을 해 놓은 터라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좋았다. 주말이라서 고속도로는 벌초와 이른 성묘하러 가는 사람들과 우리 같은 행락객들의 차량들로 메워졌다. 그런데 호남지방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소통이 원활해졌다. 비로소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추수를 앞둔 들판은 파아란 하늘 아래 벼가 노랗게 무르익고 있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유기농 축산을 위해 건설한 농원 겸 목장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호텔의 예약한 객실에 들어가니 가을빛으로 물들어..

Travel 2023.09.11

[여행] 패키지 해외여행의 장ㆍ단점

포스트 팬데믹 현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해외여행 붐이 아닌가 싶다.언론에서는 '보복 소비' 이야기를 하는데 팬데믹 기간 중 못한 것 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말하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을 첫 손에 꼽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얼마 전 괌에 태풍이 불어 발이 묶인 여행자 중에 한국 관광객이 3천명이나 된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K-팝, 한류에 편승하여 외국 관광객들을 더 많이 한국에 유치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아웃바운드 해외관광에 눈을 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거니와, 누가 나를 보고 해외여행을 할 때 자유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장ㆍ단점과 사례를 이야기하라면 한 시간 가지고도 부족할 것 같다.우선 장점이라면..

Travel 2023.09.07

[강원도] 가리왕산의 생산적인 변신

2018 동계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렸던 가리왕산에 다녀왔다. 마침 7월 2일은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두 곳을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가리왕산은 1380m가 넘는 높은 산임에도 장마철 무더위에 케이블카[1]를 타고 아주 편하게 올라갔다가 1시간 만에 내려올 수 있었다. 엊그제 갑자기 닥친 더위에 많은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약 20여 분간 적잖은 고통을 겪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케이블카 천정에 선풍기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연히 케이블카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에 시선이 갔다.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운영주체가 금년 들어 상업적 운행을 개시한 데 따른 애로사항을 설명하고 정선 군민과 타지 관광객들의 성원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비롯해 유..

Travel 2023.07.03

[경영] 고선생 음식점 운영의 혁신

전에 대학 강단에서 상법을 가르쳤기에 나는 기업경영에 관심이 많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업, 훌륭한 기업경영인을 소개한 적도 있었다. 집밥을 좋아하다 보니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아주 이색적인 경험을 한 음식점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SNS에서 많이들 소개하는 맛집이 아니라 첨단 경영기법을 도입한 강릉의 한 생선구이집 고선생이 주인공이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처음 찾아간 우리는 그동안 많이 가보았던 여느 생선구이집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대기자 명단에 인원과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했다. 바로 테이블링이라는 디지털 기기였다.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설치하면 더 많은 혜택이 있다고 했다. 방문예정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에 미리 입력을 해놓으면 긴 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는 누군..

Travel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