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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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을 들녘 - 고창 상하농원

9월도 중순에 접어들었으니 소슬 바람 부는 가을 들녘으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었다. 아내와 상의하여 요즘 SNS의 핫플레이스로 등장한 상하농원에 가보기로 하고 그곳 파머스 빌리지 호텔로 갔다. 다행히 아내가 오래 전에 이런 용도로 예약을 해 놓은 터라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좋았다. 주말이라서 고속도로는 벌초와 이른 성묘하러 가는 사람들과 우리 같은 행락객들의 차량들로 메워졌다. 그런데 호남지방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소통이 원활해졌다. 비로소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추수를 앞둔 들판은 파아란 하늘 아래 벼가 노랗게 무르익고 있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유기농 축산을 위해 건설한 농원 겸 목장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호텔의 예약한 객실에 들어가니 가을빛으로 물들어..

Travel 2023.09.11

[여행] 패키지 해외여행의 장ㆍ단점

포스트 팬데믹 현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해외여행 붐이 아닌가 싶다. 언론에서는 '보복 소비' 이야기를 하는데 팬데믹 기간 중 못한 것 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말하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을 첫 손에 꼽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얼마 전 괌에 태풍이 불어 발이 묶인 여행자 중에 한국 관광객이 3천명이나 된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K-팝, 한류에 편승하여 외국 관광객들을 더 많이 한국에 유치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아웃바운드 해외관광에 눈을 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거니와, 누가 나를 보고 해외여행을 할 때 자유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장ㆍ단점과 사례를 이야기하라면 한 시간 가지고도 부족할 것 같다. 우선 장점이..

Travel 2023.09.07

[강원도] 가리왕산의 생산적인 변신

2018 동계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렸던 가리왕산에 다녀왔다. 마침 7월 2일은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두 곳을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가리왕산은 1380m가 넘는 높은 산임에도 장마철 무더위에 케이블카[1]를 타고 아주 편하게 올라갔다가 1시간 만에 내려올 수 있었다. 엊그제 갑자기 닥친 더위에 많은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약 20여 분간 적잖은 고통을 겪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케이블카 천정에 선풍기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연히 케이블카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에 시선이 갔다.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운영주체가 금년 들어 상업적 운행을 개시한 데 따른 애로사항을 설명하고 정선 군민과 타지 관광객들의 성원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비롯해 유..

Travel 2023.07.03

[경영] 고선생 음식점 운영의 혁신

전에 대학 강단에서 상법을 가르쳤기에 나는 기업경영에 관심이 많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업, 훌륭한 기업경영인을 소개한 적도 있었다. 집밥을 좋아하다 보니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아주 이색적인 경험을 한 음식점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SNS에서 많이들 소개하는 맛집이 아니라 첨단 경영기법을 도입한 강릉의 한 생선구이집 고선생이 주인공이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처음 찾아간 우리는 그동안 많이 가보았던 여느 생선구이집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대기자 명단에 인원과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했다. 바로 테이블링이라는 디지털 기기였다.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설치하면 더 많은 혜택이 있다고 했다. 방문예정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에 미리 입력을 해놓으면 긴 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는 누군..

Travel 2023.07.02

[Book's Day] 스테디 셀러《총, 균, 쇠》

G : 오늘은 무슨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P : 나온지 20년도 넘었습니다만, 지금도 꾸준히 독자들의 수요가 있는 재레드 다이아몬드[1] 교수의 책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입니다. G : 저도 오래 전에 읽어보았습니다만, 요즘 시국에 무엇이 관심을 끌기에 이 책을 들고 나오신 건가요? P : 최근 G7 정상회의 등 일련의 외교활동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 State: GPS)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통령 당선되었을 때부터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중추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외교분야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지요. 제가 주목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여러 신생국이 미국의 원조를 받았음에도 70년이 지..

Travel 2023.06.13

[AI] 플라타너스에서 비롯된 시간 여행

3년여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던 코비드19가 WTO에 이어 우리 정부도 6월 1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로 낮춤에 따라 독감 같은 엔데믹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곳곳에 설치되었던 코로나 선별검사소도 모두 문을 닫았다. 개인적으로 그 기간 중에 굳어진 모닝 루틴이 있다면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의 점검과 Tistory 블로그의 포스팅이라 하겠다. 전자는 조간신문을 읽다가 발견되는 수정 또는 업데이트를 요하는 항목을 서둘러 고치는 일이고, 후자는 새로운 글감을 찾아 나름대로 백과사전식으로 정리(세상지식의 큐레이션)하거나 좋은 시구(詩句)가 있으면 영어로 옮기는 작업이다. 며칠 전에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친구가 소개한 김현승의 "플라타너스"를 ..

Travel 2023.06.03

[프랑스 11] 여행기에 올리지 못한 사연

프랑스 일주 여행을 다녀온 뒤 여정을 되짚어가며 블로그에 여행기를 써서 올렸다. 그때는 바둑의 복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새로 여행을 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명이나 사진 찍은 대상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노년의 (短期)기억의 휘발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곳을 다녀온 경우에는 기록으로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다. 불과 1~2주일 전에 다녀온 것이지만 찍은 순서대로 사진을 늘어놓고 기억을 더듬어 쓰는 일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건물 이름이, 특히 이번 여행 중에 유독 많았던 그림이나 조각상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스마트폰 앱인 구글렌즈의 도움을 받아 확인하곤 했다. 그래도 좋았다. 여행을 새로 하는 기분이었으니까. 여행기에 올리지 못한 ..

Travel 2023.05.18

[프랑스 10] 프랑스 일주 여행을 마치고

이번 프랑스 일주 여행은 롯데관광에서 광고한 대로 반고흐만을 들려준 것은 아니었다. 10일간에 걸친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정리하면서 돌이켜보니 자칫 여러 주제를 짧은 기간에 섭렵하려다가 소화불량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인솔자 길벗(권수용)의 친절하고 빈틈없는 안내로 예정된 일정을 큰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나로서는 일 없는 게으른 황소처럼 시간 날 때마다 되새김질(반추/反芻)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작년에 칠순 기념으로 아이들이 사준 갤럭시 노트 카메라의 강력한 기능이었다. 차 안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줌 기능도 만족스러웠으며, 일단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야간에도 사진촬영이 가능했고 마음만 먹으면 단말기 하나로 동영상까지 촬영..

Travel 2023.05.02

[프랑스 9] 지베르니의 모네 정원, 파리

5월 1일 메이데이를 앞두고 파리는 긴장에 휩싸였다. 해마다 메이데이에는 노동자들이 축제를 벌이곤 한다지만 금년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여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하였기 때문이다. 길벗 인솔자는 파리의 현지 가이드가 경험 많고 노련한 분이므로 그와 상의하여 일정을 일부 조정하였으므로 우리는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노동자단체의 시위가 예고된 지역을 하루 전에 미리 다니는 등 대비를 했다는 말이었다. 사실 프랑스 여행을 몇 번 했든지간에 파리는 참으로 볼 것, 할 것(쇼핑도 그중의 하나이다), 먹을 것이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주제에 걸맞게 파리에서 맨처음 할 일은 지베르니의 모네 집과 정원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나로서는 전에 파리에 출장을 왔다가 일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

Travel 2023.05.02

[프랑스 8] 니스와 코트다쥐르

코트다쥐르(Côte d'Azur, '쪽빛 해변'이란 뜻)는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라고도 부른다.[1] 어제밤 우리 일행이 투숙한 라디슨 블루 호텔(Radisson Blu Hôtel Nice)은 영국인 산책로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아침에 해변에 나가보니 주말을 맞아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2] 초행길의 여행자임에도 프렌치 리비에라 해안의 칸과 모나코, 니스가 서로 비교가 되었다. 칸이 각종 축제와 이벤트 행사로 1년을 보내는 도시라면 모나코는 세금 내기 싫은 부유층이 돈을 싸들고 찾아와 즐기는 도시라 할 수 있다. 반면 니스는 지내볼 수록 서민들이 사는 푸근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Nice to see Nice! ("니스를 보니 좋아요!") 그래서 ..

Travel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