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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詩] 종심소욕 낭만 춘천 여행

Onepark 2023. 10. 6. 09:30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을 맞아 10월 5일 고등학교 동기들과 춘천으로 단체 여행을 떠났다.

우리 졸업기수(卒業期數)가 23회이기에 매년 11월 23일 송년회 겸 동창회를 가졌는데 이번엔 한 달 앞당겨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단체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1] 집행부가 부부동반을 적극 권유하면서 고전과 스토익 철학에 밝은 김동욱 동기가 종심소욕[2] 낭만여행(從心所欲 浪漫旅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말하자면 대광고와 '大光女高'의 합동 수학여행인 셈이었다.

 

 

이런 일은 누군가 희생적인 봉사를 해야 성사가 되는 법이다. 평소 치밀한 관리능력을 보여온 김동욱 행사총괄이 ITX 열차표의 예매부터 관광지와 음식점 사전탐방, 행사 후 행운권 추첨에 이르기까지 分 단위의 일정계획을 짜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행사의 큰 그림을 그리고 행운권 상품 후원, 여행비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주신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 평소 궂은 일을 마다 하지 않은 이한주 총무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이날 행사가 그처럼 아름답고 즐겁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마침 아내가 유럽 출장을 떠나게 되어 싱글로 참가하였다. 그런데 마지막 행운권 추첨에서 한주신 회장이 협찬한 고급 스위스 시계가 당첨되었기에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사후로나마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사진 여러 장은 카메라맨으로 봉사한 이정은 동기의 작품임을 밝혀둔다. 

밤새도록(?) 고심한 끝에 이 날 우리 동기동창들의 모습[3]을 요즘 유행하는 디카시(스마트폰 디카 사진에 그 정경을 묘사한 5행 이내의 짦은 詩)  형태로 소개하고자 한다. 단시(短詩)의 형식은 내가 좋아하는 17음절의 국ㆍ영문 하이쿠를 따랐다.

 

* 가을빛이 짙어가는 철로변 풍경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낭만여행이었다.

 

종심소욕 낭만여행

Exciting Excursion to Chuncheon

 

* 우리 일행은 남춘천역에 도착하여 두 대의 관광버스로 돌아다녔다.
*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스테이션 앞에서의 단체사진. 촬영: 이정은

 

졸업 반백 년

기억 더듬어 만난

반가운 얼굴

Old faces are summoned
from memory after 52 years
from High School.

 

왼쪽부터 호르라기를 불며 행사를 진행한 김동욱, 필자, 그리고 저명한 흉부외과의사 장병철 박사
* 우리의 눈길을 끈 스리랑카 스님들
* 삼악산 전망대 스카이워크 올라가는 길의 기암(奇巖)
* 춘천의 명가 막국수 집에서의 점심식사. 이하 회식장면 촬영: 이정은.

 

동심(童心)에 젖어

강 건너 산 너머

케이블카도 타고

Child-like dudes
took the ropeway across the river
and over the hill.

 

* 소양호 기념탑 앞에서의 합동 단체사진. 거의 눕다시피 사진을 촬영한 이정은은 빠져 있음
* 만수위에 달한 소양호를 보니 우리의 마음도 넉넉해졌다.
* 청평사 입구 계곡의 구송폭포
* 보우대사가 세운 청평사에는 중국 공주와 뱀의 전설이 서려 있다.

 

바다 같은

소양호 건너

청평사도 찾아갔네

Sailing the sea-like

Soyang Lake,
we visited Cheongpyeongsa temple.

 

 

화마(火魔)도 견뎌낸

극락전 앞 팔백 년

주목(朱木) 나무

There's a 800-year old tree,
that withstood wild fire,
beside Paradise Hall.

 

*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볶음밥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 80명의 인원이 떠들썩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Soul Roastery Coffee House 송림에서의 행운권 추첨 시간
* 젊어보일 수 있는 高價의 안검성형술 및 보톡스 시술권을 기증한 이기룡 성형외과 원장

 

우리도

큰빛(大光)을 받들어

멋진 우정 쌓아가세

Under the Dae Gwang’s great light,
let us build up
a wonderful friendship.

 

 

Note

1] 고등학교 동기회에서는 졸업 40주년 때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말 그대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45주년 되던 해에는  부부동반으로 항공편으로 여수로 가서 골프 라운딩을 하는 그룹과 남해로 관광을 가는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특별행사를 가진 바 있다. 52주년에는 희망자가 제일 많은 당일 코스로 춘천에 가서 편히 쉬고 즐기고 오기로 하였다.

 

2] '종심소욕' 이 말은 논어의 위정 편에 나온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는 우뚝 섰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됨이 없었고, 쉰 살에는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는 귀가 순해졌고, 일흔 살에는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 (도올 김용옥 번역).

원문은 爲政 第二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3] 종심소욕 낭만여행의 동영상은 평소 한국의 자연을 유튜브를 통해 영어로 해설해 온 전직 은행간부 박순택이 "의암호를 날다(We fly over Uiam Lake)"라는 타이틀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