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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실망] 반달과 보름달

Onepark 2023. 2. 6. 09:00

정월 대보름날 밤 미세먼지는 있었으나 전국적으로 쾌청하여 둥근 보름달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대폭 완화되었기에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같은 민속행사도 여기저기서 벌어졌다고 한다. 설날이 가족 친척끼리 집안에서 조용히 보내는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전통적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떠들썩한 축제라 할 수 있다.

마침 진안에 사는 친구가 정월 대보름 밤 마을의 달집 태우기 행사 소식을 전해 왔다.

 

* 대보름 달밤의 달집 태우기 마을축제. 사진제공: 유양수

 

마을 사람들이 금년 한해 소망을 적어 달집에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를 때쯤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달집에 불였다고 했다. 사월 초파일 연등에 소원성취를 빌며 불을 밝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나오는 대사가 아니던가? 곧 이지러질 달을 보고 사랑을 기원하는 것은 사랑도 그에 따라 변할 테니까 싫다고.

또 우리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처럼 만월(滿月)을 뽐내지 말라고 경고한 시인도 있었다.

그는 보름달이 될 것을 기대하며 반달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보름달일 때에도 반달인 경우를 염두에 두라고 말했다.

 

* 낮에 나온 상현달 아래로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Source: iStockphoto.com/JasonDoiy

 

반달  - 정호승

Half-Moon   by Jeong Ho-seung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If nobody loves a half-moon any more,
How can it become a full moon?

If a full moon won’t become a half-moon,
How arrogant the love will be!

 

또 다른 시인은 1920년대 3.1 독립운동도 실패로 끝나고 암담한 현실 속에서 낮에 나온 반달을 보고 우리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았다. 윤극영은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잃고 정처 없이 헤매는 동포들을 안타까워 하며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가르쳐줬던 것이다.

어렸을 적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윤극영의 "반달"[1]을 노래 불렀지만 여기에는 아주 지극한 메타퍼와 알레고리가 숨겨져 있음을 알았다. 사실 낮에 나온 상현의 반달 주변에서 심야(深夜)에나 볼 수 있는 은하수가  어디에 있으며 달 표면에서 토끼와 계수나무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시인은 나라를 잃은 동포들에게 지금은 돛대도 삿대도 없지만 우리 민족에겐 저력이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은하수(전쟁 같은 힘든 시기)를 건너가면 샛별(金星)을 등대 삼아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웅변으로 말하고 있었다.

 

반달   - 윤극영 작사/작곡

Half-Moon   by Yoon Geuk-yeong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A white small boat is sailing in the Milky Way at night.
A rabbit is working under the cassia bark tree.
The boat has no mast with sail nor barge pole.
It seems to sail smoothly to the land in the West.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Passing thru the Milky Way into the clouds,
Where is it going beyond the clouds?
Look. a star's twinkling far a way.
Find the way under the guidance of Lighthouse Venus.

 

* 신윤복, "월하정인". 간송미술관 소장.

 

이상 대보름을 맞아 반달과 보름달이 문학이나 철학적 의미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시와 동요를 가지고 살펴보았다. 신윤복의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를 놓고서는 정확히 심야 시간 (자정 무렵?) 월식으로 아랫부분이 가려진 보름달 아래서 두 젊은 연인이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아주 사실적인 장면이라고 소개한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서 보름달을 쳐다보면서 쥐불놀이도 해보았고 (중간에 소방관 아저씨들에게 압수 당했던 기억도?) 1969년엔 달 표면에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착륙하는 장면도 지켜보았다. 지금도 세계 주요 각국이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자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 역시 들은 바 있다.

 

매달 달은 찼다 기울었다를 반복하고, 그에 따라 조석간만의 차이도 생기고 사람들의 기분도 달라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달의 모습과 뜨고지는 시간이 바뀌더라도 달이 지구 주변을 도는 천체임은 변치 않는 사실이 아닌가?

오히려 달이 인간이 일쑤로 배신을 하고 변덕스러운 것을 탓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눈에 띄지 않는 낮달이래도 언젠가는 만월

Tho’ the half-moon is not seen during daytime,
it’ll become full in a week.

둥근 보름달이지만 조만간 이지러질 모습

Now it’s a full moon but
its beautiful shape will wane in a few days.

분명코 하늘에 떠 있는 소망과 낭만의 달님

Surely, it's a nice symbol of
wish and romanticism in the sky.

 

Note

1] 중국에서도 1979년 소백선(小白船)이란 제목으로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어 널리 불려지고 있다. 다만, 중국의 월계수(月桂樹)는 살인을 한 오강(吳剛)이 그 벌로써 도끼로 내려치지만, 아무리 베어도 베어지지 않는 나무를 가리킨다. 한국의 전통적인 7-5음절 가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