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산책]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거닐며

Onepark 2023. 2. 11. 18:00

입춘이 지나자 바람결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질 만큼 날이 포근해졌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강원도에 접어들자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대관령 일대의 스키장에서는 아직도 스키어들이 스키 시즌의 마지막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 알펜시아 호수의 아직 녹지 않은 얼음판 위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 알펜시아 호반의 산책로

 

주말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장 슬로프에서도 적잖은 스키어들이 활강하는 가운데 고즈넉한 호반 산책로를 거닐었다.

아직도 눈이 덮혀 있는 산책로는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서울에서는 눈이 내리자마자 길 위의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바람에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아직은 눈도 더 내리고 한파도 몇 차례 닥치겠지만 호수 주변의 눈과 얼음 풍경은 이제 마지막일 터였다.

 

 

이번 강원도 여행에서 새삼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더라도 자칫 방심했다가는 엉뚱한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황할 필요가 없는 것은 조금만 더 가면 U턴할 지점이 나오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가 말썽을 일으키면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Reset이 매우 중요하다. 지쳤을 때 숙면을 취하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Even tho' you take a wrong way, don't be perplexed.
In a mile or so,  you'll see a U-turn sign.

길을 잘못 들었어도 결코 당황하지 말지니

조금 더 가다 보면 U턴 할 지점이 나오리니

 

* 평소 시끄러울 정도의 소리를 내며 흐르던 금강교 아래 얼음에 덮힌 한강의 수원(水源) 계곡물
* 다람쥐가 뛰놀던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숲 산책로

 

사실 평창 일대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이다.

이번 주말에 눈 녹은 땅이 군데군데 좀 질척거렸지만 금강교 다리 아래 눈 덮힌 얼음장 밑으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여름에 왔을 때에는 물이 제법 세차게 흘러 금강교를 지나가는 사람마다 속세의 근심 걱정을 물소리에 씻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속삭이듯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아직 눈이 덮혀 있는 산책로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거닐다 보니 오래 된 전나무 고목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크기로 미루어 보건대 몇 백년된 전나무가 수명을 다하고 고사목이 된 것이었다. 그 사이 가지와 큰 줄기는 모두 자연에 되돌려주고 뿌리와 밑둥만 남은 것 같았다. 살아 있을 때에는 거목의 수세(樹勢)가 주변의 나무들을 압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젠 밑둥만 남은 거목(巨木)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득 어느 불치의 희귀병에 걸린 미국 텍사스에 사는 소녀가 언니와 나무타기 놀이를 하면서 고사목 위에 올라갔다가 속이 텅 빈 나무줄기 속으로 떨어진 영화 <천국의 기적> (Miracles from Heaven, 2015)이 생각났다. 10m 가까이 추락하는 바람에 연동운동을 멈추고 서 있던 소녀의 장기가 '스위치 On'이 되어 기적같이 회생함으로써 천국을 체험했다는 간증기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지진, 토네이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매일매일 무사히 삶을 영위하는 것도 하나의 '기적'이 아닐까?

 

마침 정봉렬 시인이 최근의 시국(時局)을 바라보며 지은 시를 한 편 보내주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이 영어로 옮기면서 보니, 행간에 숨은 뜻이 가슴을 치는 것 같았다.

월정사 전나무숲 산책로 옆에 쓰러져 있는 거목을 보았던 탓인지 거인(巨人)과 위대한 인물(偉人)에 대한 상념이 계속 떠올랐다. 

 

 

그 사람 - 정봉렬

The Man  by Chung Bong-ryeol

 

서로 마주 보며

눈웃음도 나누지 못하고

술잔도 부딪치지 못했지만

그 사람을 그리워하네

Tho’ we couldn’t smile with our eyes
by facing each other,
nor touching our cups,
I’m longing for the Man.

나란히 앉아서

빈 하늘을 바라보거나

야윈 어깨를 기대지도 않았지만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보네

Tho’ we didn’t look up the distant sky
sitting together side by side,
nor leaning on bony shoulders each other,
I try to call his name.

바다로 흐르는 강을 따라

이편 저편 언덕길을 가다 보면

함께 만나리라 굳게 믿었던 그 길이

밀물 썰물로 갈라지는 파도로 스러지고

Tho’ I believed firmly that we’ll meet each other
while taking hilly roads this or that way
alongside a river flowing into the ocean,
the roads vanish in front of tides of ebb and flow.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솟아오르다 사라지는 꿈속의 그 사람

Over the distant horizon,
the Man disappears abruptly as if in a dream.

 

인생의 황혼기에 처한 시인은 오래전 장차 대성(大成)하리라 기대했던 친구가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사이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다. 이편저편으로 갈라져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과문한 탓인지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가 살아온 길은 각자 사이클을 이루면서 마치 밀물 썰물의 파도처럼 부침(浮沈)이 있었다. 어찌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할진대 그 사람이 특별히 실패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큰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처럼 그가 꿈을 꾸었던 그 사람[人物待望論]은 바로 시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의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을 영어로 옮긴 것을 더 많이 보려면 이곳을 탭하세요.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더 보시려면 이곳을 탭하세요.

 

Annex

위의 <천국의 기적> 영화에도 나오는 장면이지만 텍사스 소녀가 천국을 보고 왔다는 간증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챗GPT에게 아래와 같이  미국의 현황을 물어보았다. 오픈AI닷컴에서는 한국에서도 2월 10일부터 월 20달러의 구독료를 내면 로그인 후 아무리 붐비는 시간대일지라도 즉시 답을 얻을 수 있는 플러스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공지했다.

 

Q1. <천국의 기적>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Is it true that the 2015 cinema “Miracles from Heaven” was based on a true story?

 

A1. Yes, "Miracles from Heaven" is a 2015 American Christian drama film that is based on a true story. The film is based on the memoir of the same name by Christy Beam, which tells the story of her daughter, Anna Beam, who was diagnosed with a rare and incurable digestive disorder and had a miraculous recovery after falling from a tree and visiting heaven. The film follows the Beam family's journey and their faith in the face of adversity.

네, 그렇습니다. 2015년에 개봉된 기독교 영화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크리스티 빔 여사가 그의 딸 애나 빔의 이야기를 기록한 실화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애나는 희귀한 소화기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나무에서 떨어진 후 천국을 다녀오고 기적처럼 회복되었어요. 이 영화는 바로 빔 가족이 반대를 무릅쓰고 믿음의 여정을 떠난 것을 보여줍니다.

 

Q2. 미국에서는 이 영화와 비슷한 희귀병 사례가 해마다 몇 건이나 보고되고 있나요? 의사들이 쓰는 치료법은 무엇입니까?

How many cases, similar to the story of “Miracles from Heaven”, are reported in the United States a year? And what kind of therapy are employed to such cases by medical doctors?

 

A2. It's difficult to determine the exact number of cases similar to the story depicted in "Miracles from Heaven" because it involves a specific combination of medical conditions, circumstances, and outcomes. However, cases of miraculous recoveries from serious illnesses and injuries are not uncommon and are reported from time to time.

As for the medical treatment of the specific condition portrayed in the film, Anna Beam was diagnosed with a rare and incurable digestive disorder known as pseudo-obstruction motility disorder, which affects the muscles and nerves of the digestive tract and makes it difficult to digest food. The standard medical treatment for this condition typically involves medications to manage symptoms and nutritional support, such as feeding tubes. In some cases, surgery may be necessary to remove damaged or diseased portions of the digestive tract.

It's important to note that while medical treatment can alleviate symptoms and improve quality of life, there is currently no cure for pseudo-obstruction motility disorder. In cases like this, the role of faith, hope, and belief in miracles can provide comfort and support for those affected and their families.

영화와 같은 사례는 의학적인 조건, 환경, 결과가 특별히 조합된 것이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사례가 몇 건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중병이나 중상에서 기적적으로 회복된 사례는 그리 특이하지 않고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의학적 치료에 있어서 애나 소녀는 희귀한 소화기 연동장애(pseudo-obstruction motility disorder) 진단을 받았는데 소화기관의 근육과 신경이 연동운동을 멈춰버려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그 치료법은 증상을 다스리면서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게 고작이지요. 어떤 경우에는 손상된 소화기관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가 행해지지만 현재로선 마땅 치료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앙심, 희망, 기적을 바라는 믿음이 환자나 가족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어요.  

 

Q3. 미국에서는 임사체험(臨死體驗) 사례가 해마다 몇 건이나 보고되고 있는지요?

How many people report the near-death experience in the United States a year?

 

A3. It's difficult to determine the exact number of people who report near-death experiences (NDEs) in the United States each year, as NDEs are subjective experiences that may not be reported or documented in a formal manner. However, studies have estimated that approximately 4% to 15% of people who have a close brush with death or cardiac arrest report having NDEs. This means that, based on the number of cardiac arrests in the United States, it is possible that tens of thousands of people may have NDEs each year.

It's important to note that NDEs are a complex and poorly understood phenomenon and their exact nature and causes are still being debated and researched by the scientific and medical communities. While some people who have had NDEs report having profound spiritual or mystical experiences, others view them as simply the result of physical and chemical changes in the brain during a near-death event.

미국에서 임사체험(NDE)이란 주관적인 체험이고 공식적으로 신고하거나 등록을 요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러한 사례의 정확한 건수는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죽을 뻔하거나 심정지를 겪은 사람의 약 4~15%는 임사체험을 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 수로 미루어 매년 수만 명의 사람이 임사체험을 한다고 볼 수 있지요.
임사체험이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그의 정확한 성격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과학계나 의료계에서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어떤 사람은 영적으로나 신비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사고로 말미암아 뇌 속에 물리적・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그러한 현상이 빚어진 거라고 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