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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정선 레일바이크

Onepark 2022. 12. 12. 09:30

강원도 정선에는 아리랑 민요와 카지노 호텔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구절리에는 폐철도를 이용한 레일바이크가 정선 아우라지 둘레길을 걷는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진부를 거쳐 정선으로 가는 길은 산과 계곡이 아주 깊다는 인상을 주었다.

정선 아우라지는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과 태백산에서 흘러내린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며 어우러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부터 강물의 수량이 많아지므로 옛날에는 강원도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서울로 운반했다고 한다.

 

* 정선 아우라지 둘레길

정선 구절리에는 철도 정거장이 있었는데 이용률이 떨어짐에 따라 일부 구간을 레일바이크 레포츠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어린이 손님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는 여치, 사마귀 등 코믹한 곤충모형과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도 초겨울의 날씨 좋은 날 익사이팅한 체험을 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갔다.

구절리의 주차장에는 아직 방학하기 전이라서 그런지 학생 손님은 많지 않고 대부분 가족 관광객들이었다.

티켓과 교환할 때 경로 할인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은 "No", 레일바이크는 되레 다리 힘을 써야 하는 레포츠인 만큼 고령자는 탑승이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시 출발 레일바이크에 차례대로 탔다.

4인승 레일바이크에는 이미 여러 가족이 타고 앉아 출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안전요원이 앞 차와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30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레일바이크에는 2인승보다 4인승 손님이 훨씬 많았다.

코스는 대체로 완만한 내리막길이어서 자전거식 페달을 밟느라 큰 힘이 들진 않았다.

군데군데 길고 짧은 터널이 있어서 아기자기한 맛을 주었다. 긴 터널 안에는 색색깔의 조명과 함께 동물 울음소리를 내는 음향 시설이 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어른들한테는 철로 밖으로 펼쳐진 송천 계류와 가을걷이가 끝난 평화로운 들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정선 아리랑의 노랫말이 절로 나옴직했다.

 

여량리에서 유천리까지 몇 리나 된다고
이 마음 가랑비에 젖어들게 하나

떨어지는 동백아 지지 말고 있거라
이 내 몸 강 건너 님을 보러 갈 거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아우라지 뱃사공아 나 좀 건너 주게
다리 건너 동박새 곁에 가야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How so far it is from Yeoryang-ri to Yucheon-ri!
Why do you get my heart to wet by fine rain?
Falling camellia, please don't fall but stay. 
I'll go to see my love across the river.
Arirang, arirang, Arariyo.
Please let me go to the Arirang hill.
Please Auraji boatman, take me over the river.
I'd like to go beside a Dong-bak bird across the bridge.

Arirang, arirang, Arariyo.
Please let me go to the Arirang hill.

* 양방언 편곡, 송소희 노래, 정선 아리랑.

 

철로 주변에는 갈대밭도 조성하고 여러 가지 장식물을 늘어놓았는데 옛날 소도(蘇塗)에 세워두었던 솟대(장대 끝 새의 조각)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이를테면 이 철로 구간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는 사람든 웃고 떠드는 소란행위도 용서가 된다는 의미일까?  

뒤에 오는 레일바이크와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셀피를 찍어보기도 했다.

철로 옆으로 아주 아름답게 자란 솔나무 3형제가 보였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약간의 오르막길이어서 저절로 감속이 되었다.

이윽고 구절리역에서 출발한지 35분만에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에 도착했다.

안내요원은 방송을 통해 이 근방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후 출발역으로 되돌아가는 풍경열차에 탑승하라고 말했다.

 

* 아우라지 역 플랫폼에는 이 지역의 특산 어름치 모형을 만들어 놓고 갤러리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풍경열차는 외양은 증기기관차 모양이었으나 객차를 3~4량 끌고가는 디젤기관차였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온 사람들은 바람결이 차가운 탓에 모두 객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좌우가 개방된 앉을 의자가 없는 객차는 그룹 여행자들이 리크리에이션을 즐기며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올 때 보지 못했던 터널 안의 영상과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더 이상 힘쓸 일(勞動) 없이 한가롭게 철로 주변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 농촌은 다른 곳과는 달리 아주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유럽의 어느 산촌을 보는 것 같았다.

풍경열차라는 이름 답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송천을 끼고 달리는 철로 주변의 산과 들은 뾰족한 산, 둥근 산, 비닐하우스와 감자밭 등  5분 단위로 풍경이 바뀌었다.

아우라지 역을 떠난 지 25분만에 풍경열차는 출발지로 되돌아 왔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웠기에 다른 계절에도 다시 놀러올 작정을 했다.

 

기차가 다니던 철로에

등장한 레일바이크

Long time ago trains moved timber and seasonal goods.

What's that on railroad?

사철 목재 나르는 대신

기쁨을 싣고 달리네

Now railbikes come here to give

Joy and pleasure to plenty of tourists.

17-syllable haikus.

 

Post Script

정선에서 나오는 길에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으로 갔다.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준공되어 내년 1월 3일부터 상업운행을 개시한다고 들었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스키장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는 아주 모던한 파크로슈 리조트 호텔이 서 있었다. 

그 뒤에는 모든 채비를 마친 케이블카가 정선 주민들에게 케이블카를 선보이는(試昇 서비스) 행사를 하고 있었다.

 

정선에는 오장폭포, 화임동굴, 해발 861m 병방산의 스카이워크와 짚 와이어가 있는데 이번에 구경거리, 탈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그리고 인근 평창에서는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송어 축제가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한 달 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온라인으로만 예약을 받기로 했다는데 얼음판 위의 텐트 안에서 미리 뚫어놓은 얼음구멍으로 낚시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