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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늦가을 일본 온천 여행 (2)

Onepark 2022. 11. 29. 10:15

일본 온천 여행 둘쨋날은 가루이자와(輕井澤)를 관광한 후 해발 1,800m에 위치한 일본에서 제일 높은 온천이 있는 만자(万座)로 가는 일정이었다.

가루이자와는 부자와 연예인들의 별장지로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곳이다. 철도를 이용하면 도쿄에서 10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일찌기 이곳을 방문한 캐나다인 선교사가 피서하기 좋은 곳임을 알린 뒤로 외국인은 물론 도쿄의 부자들이 이곳에 별장을 마련했다. 존레논-오노요코 부부도 이곳에서 여름을 지내곤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곳곳에 부동산임대, 별장 광고가 즐비했다.

 

가루이자와로 가는 길은 차창 밖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코로나 확산되기 전 2019년 봄 이태백의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으로 유명한 중국의 名山 피서지로 이름난 루산(廬山) 풍경구를 방문하던 때의 감흥이 되살아났다.

가루이자와 지역은 일본 열도 혼슈(本州)의 척추에 해당하는 지역이어서 높은 산들이 잇달아 있고 이미 낙엽이 진 산골에는 억새밭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마침내 가루이자와에 당도했다. 근교에는 잘 정비된 골프장 코스가 있었으나 주말임에도 라운딩 하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첫 방문지는 이곳의 이름난 호수인 쿠모바이케(雲場池), 일명 '백조의 호수'였다.

이름 그대로 백조가 노닐 법한 아름다운 호수 위에는 흰구름이 시시각각으로 모양을 바꾸면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이 고장 사람들이 자랑하는 것 처럼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를 비롯한 일행들 모두 입구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We Were There' Picture를 찍기에 바빴다.

나도 PC 배경화면으로 써도 좋겠다 싶어서 여러 장 셔터를 눌렀다.

호수 둘렛길을 걸을 때 주변풍경이 바뀌는 것도 흥미로웠다. 갈대와 수초가 우거진 곳에는 오작교 같은 나무다리가 있어서 데이트 온 젊은 남녀들이 서로 연출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 호수 건너편에 우리 일행이 처음에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었던 곳이 보였다.

일단 좋은 경치도 구경했겠다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여 점심식사 장소로 서둘러 이동했다.

주된 메뉴가 얇게 슬라이스한 소고기를 일본식으로 질그릇 위에 올려놓고 구워먹는 후쿠마스(福万壽) 식당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 식당에서는 함께 먹는 음식이 없다. 식판 위든 식탁 위든 개인용으로 서브되며 어지간한 음식은 손에 들고 젓가락만 써서 먹는다. 일면 위생적으로 보이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 개인적이고, 식구들도 음식이 모자란 사람, 남기는 사람 사이에 자동조절되는 것이 없다.

 

* 일본의 차량은 좌측통행이므로 이같은 회전교차로에서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 와규 슬라이스 구이를 맛있게 먹고 음식점 바깥 테이블에 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점심도 맛있게 먹었겠다 다음 순서는 가루이자와의 미술관 순례였다.

센쥬 히로시(千住博, 1958~ ) 미술관은 도쿄예술대학을 나온 화가가 전통적인 일본화 기법을 사용하여 주로 폭포와 사슴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유명하다. BTS 멤버인 RM이 이 미술관 방문기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센쥬 히로시는 천연 소재에서 추출한 안료를 사용하며 특별히 고안된 뽕나무 종이에 그린다고 한다. 그와 의기투합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지형의 자연 슬로우프를 이용하여 마치 아웃도어에 있는 것처럼 자연광 아래에서 센주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뮤지엄 건물을 지은 것이 이색적이었다.

센쥬는 일본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화가이며, 일본화를 보급하기 위한 창작 활동과 저술・강연에 힘쓰고 있다 한다. 일본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우환 화백과 여러 모로 비교가 되었다. 명상을 유도하는 화풍(畵風), 전통 기법 및 재료의 활용, 국내보다도 높은 해외 지명도 등등.

 

* 센쥬 히로시 미술관 입구
* 센쥬 히로시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 내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광주 비엔날레 전시작품을 소개한다.
* 미술관을 나올 때 하늘에 펼쳐진 구름떼

푸른 하늘엔
어떤 재주 많은 화공(畫工)이 있길래

Who is the talented guy
with a free spirit in the azure sky?

저렇게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구름 그림을 그릴까?

The painter can draw and erase
endlessly changing pictures of clouds.

Two 17-syllable verses of haiku

 

* 일본의 전형적인 Z세대로 보이는 남녀가 센쥬 미술관을 찾다니 놀라움을 안겨줬다.

다음 방문지는 가루이자와를 방문한 사람이 으레 찾는다는 구 긴자거리를 걷고 성바오로 교회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곳은 부자들과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에 그들을 상대로 한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음식과 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오노 요코가 들러 바게뜨 빵을 사던 파티세리 제과점, 다양한 잼, 애플파이 등을 만들어 파는 가게, 팬시 선물 가게들이 즐비했다.

  

성 바오로 교회는 목조 건물인 점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예배용이라기보다 기독교식 예식장, 관광지의 이국적인 볼거리로 전락한 느낌이 들었다.

교회 안에는 헌금함도 놓여 있었는데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라 문화재 유지 보존을 위한 기부금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일행은 제단 위의 십자가 예수상을 바라보며 각자 묵상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 경건한 시간을 가졌다.

 

* 목조건물에서도 저렇게 높이 지붕을 올릴 수 있구나 하고 경탄을 자아냈다.

가루이자와 구 긴자거리를 거닐면서 얼마 전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를 생각했다.

외국의 문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Koreanize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이 문제는 장차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지역의 도시, 주민들이 당면하게 될 혼란과 충격의 예고편이 아닐까?

아무쪼록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해결책을 미리 준비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 가극을 공연하는 카페, 다양한 종류의 애플파이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눈길을 끌었다.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으므로 우리 일행은 오늘의 최종 목적지 만자온천까지 가야 한다.

만자로 가는 길은 유료도로여서 버스 기사는 일금 4,300엔을 톨비로 냈다.

얼마 안 가서 길가에 쌓인 눈을 보았다. 이미 적잖은 눈이 내렸고 통행료에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초기 건설비는 물론 제설작업비도 포함되어 있을 터이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닛신칸(日進館)이라는 온천 료칸에 도착했다. 공기 중에도 유황 성분이 자욱한 듯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단체로 체크인을 하고 들어갈 때 호텔 로비에는 이 곳 온천이 세계 3대 장수지대의 하나로 온천욕을 하면 온갖 질병에 탁효가 있다는 설명이 큰 활자로 게시되어 있었다.

 

우리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천욕을 하고 내일 아침에는 노천탕을 하기로 했는데 어떤 탕을 이용할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좀 오래 되었지만 물이 좋은 본관 1층의 온천인지, 새로 생긴 별관 5층의 온천인지, 아니면 아주 오래된 자연상태의 노천탕인지 택일하여야 했다. 우리 부부는 각자 취향대로 찾아가되 나는 노천탕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본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전에 오늘은 일정표대로 가이세키(會食)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봉건시대에 사무라이가 상관이나 영주를 자기 집에 초대하였을 때 정성을 다해 온갖 귀한 음식을 차려놓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런 자리에는 사케가 빠질 수 없다 하여 일행 중 제일 나이가 많으신 병원장님이 다이하이(大盃)라는 일본 술을 가족끼리 모여 있는 테이블에 한 병씩 돌리셨다.

감사를 표하는 자리에서 알고보니 학교 선배님이어서 더욱 뜻깊은 만찬 행사가 되었다.

 

* 가이세키 만찬의 차림표와 진설해 놓은 음식들
* 아침에 닛신칸 본관 숙소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이튿날 아침 료칸 종업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가에 눈이 쌓여 있는 만자 온천을 떠났다.

쿠사츠를 향해 내려오는 동안 하늘에 낮게 드리워 있던 안개구름도 걷히고 길가의 눈도 사라지고 말았다.

산 아래 지역은 쾌청한 날씨에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