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온천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쿠사츠(草津)였다. 수없이 많은 일본의 온천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곳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쿠사츠 온천을 간다고 해서 패키지 투어 신청을 했는데 쿠사츠는 온천 바깥구경만 하고 간다며 불평을 하는 일행도 있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만자를 떠날 때 여전히 안개구름에 덮여 있고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으나, 버스가 산길을 내려옴에 따라 구름과 눈도 사라지고 늦가을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어젯밤에 들렀던 만자 온천이나 쿠사츠 온천은 똑같은 유황온천이다.
그런데 만자에는 고산지대에 오래 전에 세워진, 바꿔 말해서 좀 낡아보이는, 료칸이 대부분인 반면 쿠사츠에는 뜨거운 온천수를 식히는 유바타케(湯畑, 온천밭)와 이를 극화한 유모미(湯もみ) 공연이 있고 그 주변에 상가가 발달하여 볼거리・먹거리가 많은 모던한 관광지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밤에 일본의 선술집(いざかや", 居酒屋)에 가고자 하는 술꾼(酒党)이라면 쿠사츠는 이상적인 온천 리조트인 것이다.
더군다나 만자에 가려면 꽤 비싼 유료도로(승용차 1,070엔, 대형버스 4,300엔)를 이용해야 하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족히 2시간은 추가로 소비해야 한다. 온천발견의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외국인의 등장, 여러 볼거리・먹거리가 많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쿠사츠 온천이 만자 온천에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일행은 유모미 10시 공연을 본 후 유바다케 주변의 상가를 돌아보았다. 이곳 분위기는 마치 로마 시내의 트레비 분수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 또 오고 싶더라도 사람 몸이 닿는 온천물이니 섭씨 95도에 달한다 해도 동전을 던져넣는 것은 비위생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것보다는 온누리 교회를 세계적인 교회로 만들고 GGNTV와 두란노서원을 통해 차원이 다른 세계선교와 기독교문화 창달에 큰 기여를 하신 고 하용조 목사님이 말년에 이곳에서 정양을 하신 일(이형기 사모 지음, 「쿠사츠의 봄」, 두란노, 2012)이 교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는 유바다케 광장 위로 높은 계단이 보였다. 그곳에는 약사여래(藥師如來)를 모신 광천사(光泉寺)가 있다고 하여 우리는 절까지 올라갔다.
웬걸~. 약사여래전 앞에는 일본 진언종(眞言宗) 스님의 동상이 서 있고 그 옆에는 1300년 전인 721년 교키(行基) 보살이 이곳에서 치병효과가 큰 유황온천을 발견하였다는 영어와 일본어로 된 안내판이 있었다. 불당 옆 공터에는 준공을 목전에 둔 화려한 5층 목조탑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1876년 도쿄제국대학 의학부 교수로 초빙되었던 독일인 벨츠(Erwin von Baelz, 1849~1913) 박사가 쿠사츠를 방문한 후 온천수의 탁월한 치유효과에 주목하고 조사와 연구를 거듭하였다. 그는 일정 시간을 입욕하면 그 효과가 큰 것을 발견하고 '시간탕(Time Bath)'을 권장하기도 했다.
벨츠 박사는 일본 국내와 해외의 학술지에 그의 연구결과를 다수 발표함으로써 해외에서도 쿠사츠 온천의 효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쿠사츠 온천이 지정문화재로 선정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을 기려 공원 길목에 기념흉상(아래 사진)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덴푸라와 모밀온면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당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끼(차츠보미고케) 공원을 갈 예정이었으나 결빙으로 폐쇄가 되었다기에 그 대신 니시노가와라(西の河原) 공원으로 향했다.
계곡 위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주말이라서 이곳 주민과 여행객들이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온천 샘이 솟아오르는 웅덩이에 발을 담그니 1분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오후 1시 정각 우리 일행이 탄 버스는 마지막 방문지인 도쿄를 향해 달렸다.
한참을 로칼길로 가다가 코마요세(駒寄) 부근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으나 주말에 교통량이 증가해서 그런지, 어느 지점에서 사고가 난 영향 때문인지 1시간 이상 지체되었다.
결국 중간에 시내 면세점 쇼핑도 건성으로 마치고 저녁식사가 예정되어 있는 가부키쵸의 샤브샤브 집에 가까스로 예약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가부키쵸 거리에 젊은 인파가 몰릴 때였으나, 알고보니 월드컵 2차전에서 일본이 코스타리카에 패한 까닭에 거리는 며칠 전 독일과의 1차전 경기 때와는 달리 조용한 편이었다.
이번 3박 4일의 여행 기간 중 한진관광의 박지안 가이드는 일본 여행이 처음이든 여러 번째이든 우리 일행에게 하나라도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열심이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퀴즈 문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Q : 일본에 없는 것은?
A : 관광버스/호텔의 서비스 생수, 거리의 쓰레기통, 음식점의 반찬
Q : 일본에서 꼭 붙는 것, 그래서 비싼 것은?
A : 물건/서비스에는 8~10%의 부가세가 붙고, 교통비・의료비가 비쌈
Q : 체크아웃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은?
A : 여권, 지갑, 핸드폰(충전기 포함)
Q : 일본 사람들이 육식에 적응하기 쉽게 개발된 음식은?
A : 고로케, 돈까스, 스키야키(샤브샤브)
Q : 일본에 아주 흔한 나무와 그 이유는?
A : 조속한 산림녹화를 위한 삼나무, 화산지대에서 잘 견디는 소나무, 산사태 방지를 위한 대나무
Q : 일본인들이 많이 먹는 건강식품은?
A : 낫토와 키나제 성분, 유산균이 풍부한 마시는 요구르트
Q : 일본인들이 원하는 다섯 가지 복은?
A : 건강, 배우자, 돈, 일거리, 좋은 인연
우리 일행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있는 신주쿠의 뉴오타니 호텔에서 마지막 밤 여장을 풀었다.
온천여행의 마지막 날은 호텔 체크아웃을 한 다음 나리타로 가서 공항에 가까운 대형 쇼핑몰 Aeon Mall에서 가족 친지에게 줄 선물을 쇼핑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모두 무사히 오후 2시 발(11.28 인천발 항공편이 연착하는 바람에 30분 연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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