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여행] 오사카의 미술관 투어

Onepark 2024. 12. 6. 23:50

교토 디자인 투어의 마지막 날은 오사카에서 미술관 힌 곳을 더 보고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 가는 일정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어제는 여탕으로 쓰였던 5층 노천탕으로 갔다.
날이 그다지 쌀쌀하지도 않았지만 곧바로 노천탕에 들어가니 추운 줄 몰랐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료칸 본관 건물 뒤로 언덕이 있어서 구조상으로 울타리는 쳐있지만 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솔개 같은 새가 선회를 하면서 활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사이에 단풍나무 낙엽이 물 위로 떨어졌다. 탕 바닥에는 치우고 또 치워도 단풍잎이 수북히 가라앉아 있었다. 

 

솔개 떠 있는 온천 위로

팔랑이며 낙엽이 지네

While bird‘s gliding above,

I lie in hot spring

To see maple leaves drift away.

 

* 햇살 아래로 일본에서 제일 크다는 비와 호가 살짝 보인다.

 

료칸의 조식은 뷔페식이었다.

양식, 일식 섞어서 먹었는데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오믈렛이 썩 맛있었다.

오사카 오야마자키 산장(大山崎山莊)에 10시까지 가야 했으므로 조금 일찍 유모토칸 료칸에서 출발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종업원들이  큰 길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며 우리 일행을 배웅하였다. 이것을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정신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와비사비(わびさび/侘び寂び)라 하는데 간소함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밖에 일본인의 이중적 심리를 나타내는 말로는 혼네(ほんね/本音/본심)와 다테마에(たてまえ/建前/겉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 산장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셔틀이 역과 미술관 사이를 오고갔다.

 

JR의 오야마자키(大山崎) 역에서 산장까지는 미술관 측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일행 중 일부는 셔틀을 타고 나머지는 철길 건널목을 건너 완만한 언덕길을 걸어서 올라갔다.

우리가 여행하는 4일 내내 날씨는 쾌청했고 초겨울 치고는 포근한 편이었다. 

아사히 그룹의 오야마자키 산장 미술관(Asahi Group Oyamajaki Villa Museum) 입구에서는 여러 관람객이 문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예전 부호의 산장으로 쓰였던 건물이 미술관 매표소 및 본관이 되었다.

 

산장 미술관 기획전시의 중심 인물은 뉴욕 MOMA의 대표적 소장 작품인 '크리스티나의 셰계'를 그린 Andrew Wyeth (1917-2009)였다. 이 그림은 창밖으로 하반신 장애의 여성이 기를 써가며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사람의 생존 능력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고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Oblivion (2013)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했다.

이런 대표작이 전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앤드류 와이어쓰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회화와 스케치 그림을 여러 점 전시해 놓고 있었다. 마루누마 예술의 숲(丸沼藝術の森)에서는 와이어쓰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올슨 하우스(아래 그림에서 언덕 위의 집)에 관해 집중적으로 수집 한 모양이었다. 일본식 오다쿠 정신이라고 할까. . .

 

사실 아사히 빌라 뮤지엄에 관심이 갔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일본의 부호들은 얼마나 호화로운 주거생활을 하였는가? 미국의 뉴포트 맨션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는가?

- 주로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보고 즐겼는가?  한국의 컬렉터들과는 무슨 차이점이 있는가?

- 이 산장도 빌라 촌으로 재개발될 예정이었는데 어떻게 커뮤니티 주민들이 미술관으로 지켜낼 수 있었는가?

 

*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New York Museum of Modern Art

 

 

산장 미술관에서는 소장품이 늘어나자 기획 전시할 공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안도 다다오에게 의뢰하여 지상과 지하에 전시공간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건축가는 모네의 수련 전시실을 지하에 설치하되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아틀리에 비슷한 분위가 나도록 전시공간 옆에 수로와 미니 폭포를 조성하기로 했다. 

'땅속의 보석상자'라고 하는 지하 전시실로 가는 계단 통로는 안도 다다오의 특색인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폭이 매우 좁아서 모네의 아틀리에로 가는 복도가 수많은 방문객들로 비좁았던 게 생각나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일행은 아사히 산장 미술관을 뒤로 하고 서둘러 오사카 시내로 나왔다. 12시 점심식사 예약시간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오사카의 나카노시마(中之島)는 서울의 여의도처럼 요도강 하류에 퇴적된 모래톱 위에 건설되었다. 오사카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오피스 빌딩, 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일행이 마지막 오찬을 하기로 한 미슐랭 스타 Varier 레스토랑이 이곳 다이비루 빌딩 2층에 있어서 시내 번화가를 구경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이라서 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나카노시마에 있는 오사카 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므로 비록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었음에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전체 코스를 1시간에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서 말이다. 

분위기도 서비스도 음식도 대체로 좋았으나 메인 요리인 돼지 어깨살(roasted pork shoulder loin)이 딱딱하고 충분히 익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역시 서 회장님이 우리의 심정을 한 마디로 대변했다. "고것 참, 오십견 걸린 돼지라서 그래요. . ."

 

 

오사카 근대미술관은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밖에서는 미술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이스 캣'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말하자면 도쿄 롯본기힐 모리 타워 앞의 거미 같은 것이었다.

미술관 내부는 천정이나 벽이나 에스컬레이터나 모든 것이 거인국(Brobdingnag)의 사이즈였다.

기획전의 주제도 아주 특이했다. 자체 소장 작품만이 아니고 비슷한 성격의 다른 미술관과 콜라보로 Trio Modern Art Collection을 비교 전시한다는 것이었다. 

 

* 신문지를 거꾸로 붙여놓고 이미지를 추상화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미술관 개관 3주년 기념으로 파리와 도쿄, 오사카의 근대미술관 소장 모던 아트 작품을 나란히 걸어놓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큐레이터의 스토리텔링을 들어보도록 만들어 놓았다.

파리와 도쿄, 오사카에 소재하는 세 곳 근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작품 비교하여 비슷한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점을 찾아보게 해 놓은 것이다.

 

 

루마니아 출신 조각가 브랑쿠지는 큰 기대를 품고 로댕의 문하에 들어갔다.

그러나 로댕이 스케치를 해서 던져주면 문하생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조각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그래서 로댕을 떠나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위의 '잠자는 뮤즈' 작품은 얼굴이 계란 같이 보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이었다.

 

 

공통점을 찾고 서로 비교해 가면서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감상의 포인트였다.

위의 두 그림은 밝은 색 톤의 피부를 가진 여성의 얼굴에서 눈과 입을 그렸을 뿐이지만 그 표정을 모두 읽을 수 있다.

애완동물을 그림 속에 넣고 배경은 어두운 색으로 그린 것이 아주 비슷하다.

아래의 인체 조각상도 구체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몸의 굴곡과 곡선으로 보아 임산부를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사진 작품은 그로테스크하였다.

고가차도 옆 벌판에 서 있는 나무 한쪽은 잎이 무성하고 다른 한쪽은 앙상한 가지뿐인데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 것 같았다.  작위적인 듯하면서도 AI(인공지능) 시대 미술 예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기도 했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일행 중 여성 회원들이 요구한 백화점 쇼핑 타임을 갖기로 했다.

인솔자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덕분에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이 확보된 셈이다.

여성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난바(難波) 거친 파도라는 이름과는 달리 다카시마야 백화점 등 쇼핑거리였다.

 

예정에 없던 오사카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 견학까지 마치고나니 이제 간사이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날이 꾸무럭해지면서 빗방울까지 뿌리기 시작했다. 날씨만 놓고 보면 이번 3박4일 교토 디자인 투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디자인 투어의 컨셉은 미술관과 사찰, 식당 등의 건축물을 탐방하면서 일본의 디자인과 전통양식이 우리 것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놀람과 즐거움이 많았다.

첫째는 한국에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단풍을 질리도록 본 것이다. 한국의 정원과 산야에는 붉은 단풍나무가 많지 않은데 일본 특히 교토에서는 일반 정원은 물론 사찰 정원과 가로수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사찰과 서원에는 껍질을 스스로 벗는 배롱나무가 많다. 한국의 가로수에 플라타너스가 많은 것은 프랑스 도시계획의 영향이라고 한다.

 

둘째는 탐방을 다닌 곳마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미호 미술관의 컨셉이 굴을 지나 무릉도원을 찾는 것이라거나, 아사히 산장미술관의 신축 지하전시실이 센강을 끌어들여 인공연못을 만든 모네의 지베르니 집을 본뜬 것이 그러했다. 또 사가와 미술관을 물 위에 뜬 뮤지엄으로 설정한 것도 바다같이 넓은 인근 비와호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송현동에 세워질 이건희 미술관도 이렇게 '한국적 스토리텔링'이 있는 건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도심(都心)에 자리잡은 일본의 사찰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새삼 알게 되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권력의 비호를 받아온 불교가 하루 아침에 배척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 산사(山寺)의 대웅전에 있는 금빛 찬란한 불상이 일본에서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초라한 모습으로 있는 게 안타깝기조차 했다.

한국의 사찰도 지배계급의 배척을 받았지만 산속으로 들어가 일반 서민들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었고 국난에 처해서는 정규군 못지 않게 승병의 활약이 컸다.

* 창문 없는 창가(?) 좌석에 앉아 줄곧 셍긱만 했다.

 

튀르키예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는 그의 시 '진정한 여행'에서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When we don't know any more what we are supposed to do,
It's the time when we can do true something.
When we don't know any more where we are supposed to go,
It's the start when the true travel has just begun.

 

⇒ 교토 단풍여행

 

⇒ 다시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교토의 미술관 투어  (2) 2024.12.05
[여행] 교토 사찰의 아름다움  (1) 2024.12.04
[여행] 교토 단풍 여행  (0) 2024.12.04
[상상] 11월이 가기 전에  (0) 2024.11.24
[여행] 다시 가 보고 싶은 여행지  (4)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