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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oreanLII 10년 운영의 비결?

Onepark 2021. 10. 7. 22:25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 개통 10주년을 맞아 박훤일 전 경희대 교수가 법률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기사는 법률신문 2021년 10월 7일자에 실렸다.

 

이날 기자의 사전 질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1]

*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Wikipedia 백과사전 형식인데 어떻게 혼자서 그 방대한 법률백과사전의 콘텐츠를 만들었나?

* 방문통계를 보면 KoreanLII 사이트는 누가, 어느 그룹이 제일 많이 찾는가? [2]

* KoreanLII에는 법률백과사전임에도 국내외 시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 만일 협업이나 후원이 이루어진다면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가? [4]

* 이 기사를 보고 동역자가 나선다면[5] 그가 KoreanLII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6]

 

학계,학회

[목요초대석] ‘KoreanLII 10년 운영’ 박훤일 前 경희대 로스쿨 교수

“세계에 한국의 법률문화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어”

남가언 기자 ganiii@lawtimes.co.kr 입력 : 2021-10-07 오전 9:44:03

 

 

"한국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한국의 법령이나 판례도 검색할 수 있도록 해 한국의 법률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온라인 영어 법률백과사전 '코리안리(KoreanLII, Korean Legal Information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는 박훤일(사진) 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코리안리 개시 10주년을 맞아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박 전 교수가 코리안리는 만들게 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의 그레이엄 그린리프(Graham Greenleaf) 교수와 자주 교류하면서 그가 공동창업한 비영리법인 오스트리(AustLII)의 활동 상황을 들었다. 그러다가 그린리프 교수가 "한국에도 외국인들이 한국의 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코리안리 10년 활동의 첫 시작이 됐다.

"마침 그때 연구실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조교가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 '우리나라에는 영문으로 된 법령자료나 웹사이트가 많지 않은데, 이를 알려주는 인터넷 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더니 흔쾌히 도와주더군요. 그 덕분에 코리안리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고 학교 연구실 PC에 서버를 구축했습니다. 그렇게 2011년 9월 28일 정식으로 위키피디아식 영문판 한국법률사전인 코리안리 사이트를 개통했습니다."

 

호주 ‘AustLII’ 활동에 자극 - 한국의 詩도 소개


코리안리는 한국 법률과 관련된 것이라면 관련 사항을 모두 영어로 소개하고 해당 사이트와 연결시켜 놓고 있다. 이미 영문으로 번역돼 있는 법령이나 판례는 원문 사이트 링크를 걸어두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판례 등은 박 전 교수가 직접 번역했다. 언론중재법이나 징벌적손해배상제 등 세계가 궁금해할 만한 한국의 주요 법적 이슈들도 소개했다. 한국법 기초 강의용으로 쓸 수 있도록 헌법을 비롯한 공법, 민법 등 사법, 특수법, 국제법 등 주제별로 분류해놓은 것이 장점이다. 이색적으로 법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시(詩)도 소개하고 있다.

 

 

"10년간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니 코리안리에 벌써 2000개가 넘는 항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정보 사이트에서 시를 소개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겠지만, 사이트 이용자가 대부분 외국인이라고 한다면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를 소개해놓고 시의 구절 중 법적 사례와 연결시킬 수 있는 구절이 있으면 이 부분에서 한국에서는 어떻게 법적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식이지요. 요즘 K-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시를 찾다가 코리안리에 들어온다면 자연스럽게 한국법에 대해서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미번역 항목 100여개 - 많은 법조인들 동참 바라

 

법률정보기관을 뜻하는 리(LII, Legal Information Institute)는 1992년 코넬대학교 로스쿨 법학도서관이 시작한 '법률정보의 무료제공 운동(Free Access to Law Movement, FALM)'에서 처음 출발했다. 세계 어디서나 LII는 FALM 선언문에 따라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 박 전 교수는 많은 법조인들이 비영리 활동에 함께 동참해 코리안리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금은 제가 혼자하고 있지만 여러 법조인들과 함께 한다면 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는 법률자료를 조사하고, 누구는 판례를 번역하는 식으로 분업을 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항목을 발굴하고 자료를 수집해 번역하는 일을 통해 하나의 항목을 완성하게 되면 성취감을 느낍니다. 아직도 일부 번역을 마치지 못한 항목이 100여개나 되고 미처 인용하지 못한 관련 판례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역자(同役者)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Note

1] 처음엔 이 블로그 기사를 영문으로 올리고자 하였고 인터뷰 문항도 영어로 작성하였다. 그 이유인즉 로스쿨 재직 시 영어강의를 하겠다고 하려면 영어논문 발표 및 국제회의 한국대표 참가 실적 등을 제출해야 했다. 영어로 온라인 백과사전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영어로 인터뷰하거나 프리젠테이션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 인터뷰 기사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독자들이 제일 궁금해 할 사항은 과연 KoreanLII를 누가 많이 들어와 보며 무슨 기사를 찾느냐 하는 것이다.

웹호스팅 업체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1년 10월 초 KoreanLII의 방문자는 하루 평균 1,700~2,000명으로 접속 IP의 국적으로 볼 때 한국내 이용자가 35~40%, 그보다 약간 큰 비중이 미국 유저들이며, 아시아와 유럽에서 나머지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가장 많이 검색된 기사는 Kim Young-ran Act, (Digital) Sex crimes, Data protection  (개인정보보호), Migrant worker (이주노동자), Punitive damages (징벌적 손해배상), IMF Crisis, Saju (사주팔자) 등이다. 아직 트래픽은 개인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봇(bot, crawler)이 기사를 퍼가는 경우가 많아 기사입력이 가능한 사인업을 할 때에는 사람만이 가능한 퀴즈 문제를 풀도록 하고 있으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수정을 가하여 Active site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모든 항목에 우리말과 한자(漢字) 용어를 병기하고 한 줄 풀이와 주제어를 붙여놓아 누구나 찾아보기 쉽도록 했다.  예컨대 검색창에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지체상금'을 치면 Liquidated damages가 나오는 식이다.

 

3]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국내외 시에서 법적인 개념이나 주제어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와 관련된 법률기사의 항목에 Poetry 섹션을 만들어 원문 시와 영어 번역문을 나란히 싣고 있다. 이를테면 김소월의 시 '담배'는 KoreanLII의 Tobacco 항목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1980년대의 애송시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아주 장문이지만 전부 번역을 하였고 키워드는 Friendship이므로 양국간의 국제조약인 우호통상조약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해 놓았다.
영문학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200편 이상 번역을 하면서 아마추어답지 않게 웬만큼 요령도 생겼다. 해당 법률기사와 국내외 관련 시의 거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는 적절한 시 구절과 법 개념을 연관짓는 아포페니아(Apophenia) 지적(知的) 노력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한글날을 맞아 화제가 된 정을순 할머니의 "숨바꼭질"이라는 시가 한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경남 거창 중촌마을에서 평생 자식 키우며 농사 짓고 살아온 할머니가 여든 넘어 한글을 깨친 기쁨이 시구절에 녹아 있다. 당연히 KoreanLII의 'Hunminjeongeum'  항목에  실어 놓았다.

 

 

4] KoreanLII는 비영리조직(NPO)이므로 재정적 기반이 취약하다. 그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 받게 된다면 재정이 튼튼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게 매우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Law via the Internet 국제회의에도 적극 참가하고, 마땅한 어젠다가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 연차총회를 개최(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것도 추진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법제연구원과 KoreanLII가 FALM의 정식 회원이다.

 

5] 일반적으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만드는 Wikipedia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은 학술논문의 참고문헌으로서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여러 명일 수 있고 수시로 수정될 수 있는 만큼 그 정확성, 최신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UNSW 그린리프 교수는 그의 저서 《Asian Data Privacy Laws》(Oxford, 2014)에서 KoreanLII 기사를 많이 인용하면서 필자가 한 사람이고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다른 소스에서 해당 자료를 구할 수 없다면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6] KoreanLII에 관심이 있는 분은 koreanlii@naver.com으로 연락하면 된다. 온라인 Wiki 사전류와 같이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하므로 자기가 잘 하는 것 중심으로 논문/자료/판례조사, 영문번역, 수정 및 편집 등을 나누어 맡게 될 것이다. 금전적인 보상은 없어도, 단언컨대 개인적인 성취감, 자원봉사에 따른 만족감은 다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Annex

1. KoreanLII에서

* 우리 시의 영역과 함께 중국 및 고전의 한시(漢詩), 외국의 유명 시를 번역한 전체 목록은 이곳 일람표를 클릭

* 법 개념과 관련 있는 우리 시의 한영(韓英) 대역 리스트는 이곳을 클릭

* 그 밖에 필자가 17음절로 다듬어 블로그에 올렸던 국ㆍ영문의 단시(短詩, haiku) 목록은 이곳을 클릭

 

2. 이 블로그에서

* 아름다운 우리 시를 영어로 번역ㆍ소개한 포스팅과 해당 詩의 목록은 이곳을 클릭

 

3. KoreanLII에 국내외 시가를 소개하는 것과 관련

*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에 질의한 내용과 그의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