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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grats] KoreanLII 론칭 10주년!

Onepark 2021. 9. 2. 22:00

9월 28일이면 온라인 영어 법률백과사전 Korean Legal Information Institute (KoreanLII)를 개시한지 꼭 10년이 된다.

사실상 혼자서 꾸려온 10년간의 KoreanLII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히고자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여기에 관심있는 분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소개하고 동참을 호소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

 

How come to Start KoreanLII?

 

우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의 그레이엄 그린리프(Graham Greenleaf) 교수님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강단에 서게 된 후로 개인정보 보호(data protection)를 새로운 연구분야로 택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그린리프 교수와 자주 교류를 갖게 되었다. 자연히 그린리프 교수로부터 그가 1996년에 공동 창업한 비영리법인 AustLII의 활동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 워낙 엄청난 작업임을 알았기에 나는 같이 할 사람도 없고, 재정도 없고 시간도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런데 우연찮게 내가 대학도서관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이 계기가 되어 2010년 9월 국회도서관이 개최한 GLIN 총회에서 한국대표로 주제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린리프 교수의 추천으로 2011년 홍콩에서 열린 Law via the Internet (LvI) 연차총회에서도 발제를 하였다.

 

 

국제적인 컨퍼런스에서 법치주의 창달을 위해서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법률·판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던 터라 앞서 말한 '三無'에도 불구하고 "할 사람이 없으면 나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책임의식이 생겼다. 마침 연구실에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김현준 조교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문으로 된 법령자료나 웹사이트가 많지 않기에 누구나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이른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이용한 인터넷 사전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나의 구상을 밝혔더니 김현준 조교가 Wikimedia에서 공개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Wikipedia 비슷한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프로페셔널다운 외양을 갖추었을 뿐더러 초기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김현준 석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KoreanLII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고 학교 연구실 PC에 서버를 구축하였다. 1~2년 이용현황을 보아 하드웨어와 통신설비를 업그레이드할 생각이었다. 위와 같이 창립동기와 제작자, 학교설비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 마침내 2011년 9월 28일 정식으로 KoreanLII 사이트를 개통하게 되었다.

 

Brief History

 

지난 10년 동안 구구한 사연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KoreanLII가 걸어온 길을 소개한다.

 

- 2010.09.09   국회도서관 주최 세계법률정보 네트워크(GLIN) 총회에서 주제 발표

- 2011.06.08~10   홍콩대학교에서 열린 Law via the Internet (LvI)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

- 2011.09.28   학교 연구실 PC에 Wikimedia 시스템을 설치하고 메인 페이지 등 준비된 기사를 올림. NAVER 블로그에 KoreanLII 사이트를 만들어 이용자, 동역자와의 연락·소통 채널 마련

- 2012.02.01   봇을 이용한 광고성 Spam이 늘어나 Anti-Spam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글을 올리려면 퀴즈를 풀고 사인업을 해야 가능하도록 조치

- 2012.06.30   경희법학 최근 5년치의 논문 제목과 주제어 DB를 KoreanLII에 올리고, 동 서버를 경희법학연구소의 홈페이지가 탑재된 워크스테이션에 옮기기로 함(2012.09.01 완료). KoreanLII의 항목 수가 200개 돌파

- 2012.11.19   해외출장 길에 Asiana 기내잡지에서 한국의 재즈에 관한 기사를 읽고 KoreanLII에 간추려 소개함. 나아가 한국의 법제와 연관이 있으면서 외국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도 힘쓰기로 함

- 2013.03.08   로스쿨 강의자료를 KoreanLII에도 게재하는 한편 법률정보조사 수강생들에게 KoreanLII를 소개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당부  

- 2013.07.09   로스쿨 기말 리포트 과제물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Case Brief가 KoreanLII에 대거 올려진 결과  단숨에 수록기사가 500개 돌파

- 2013.09.01   법학부 IT법무 강의교재를 KoreanLII에  올려놓고 수업을 할 때 이것을 보면서 적극 활용 

- 2013.11.20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KoreanLII를 소개하고 동역자 참여를 홍보

 

* 2011년 6월 홍콩에서 열린 LvI 연차총회에 참석한 김기표 법제연구원장(오른쪽부터), 호주 UNSW 그린리프 교수, 김평우 대한변협회장과 필자

 

- 2014.03.31   KoreanLII의 위상에 비추어 그동안 써온 경희대학교 엠블럼을 '한반도를 태우고 달리는 청마(靑馬)' 로고로 교체  

- 2014.08.23   연구년을 맞아 KoreanLII가 법률사전으로서 자족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에 전념하여 항목 수를 1천개 이상으로 늘리고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기사와 사진을 대폭 보강하기로 함

- 2015.11.09   시드니에서 열린 LvI 2015 총회에서 FALM(Free Access to Law Movement) 국제기구에 정식 회원 가입

- 2016.09.28   창립 5주년을 맞아 항목 수 1400개 달성

- 2016.10.29   한세연 조교의 도움을 받아 서버를 법학연구소 워크스테이션에서 보다 안정된 웹호스팅 전문업체로 이전하고 도메인 주소도 변경 등록

- 2017.10.19~21   미국 뉴저지주 러트거스 대 로스쿨에서 열린 LvI 2017 총회 운영위원회 및 세미나에 참석

- 2018.08.31   정년퇴직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KoreanLII 기사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그 일환으로 법률주제와 관련 있는 국내외 시를 번역하여  함께 소개함. 아울러 KoreanLII의 기사 홍보를 위해 Facebook 등 SNS를 활용하기로 함

- 2019.03.27   이용자들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메인 화면과 기사 포맷을 대폭 수정

- 2019.04.06   KoreanLII 기사 중에 링크시켜놓은 법제처 영문 법령정보 URL주소가 바뀐 것을 발견하고 수백 개에 이르는 항목을 일일이 찾아서 바꿔주는 동시에 보다 항구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로 함 

- 2020.02.10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영화에 포함된 법적인 문제를 정리하여 KoreanLII에 Parasite (2019 film) 기사로 올림

- 2020.09.20~22   CanLII 주최로 열린  LvI 2020 총회 웨비나에 참석

- 2020.12.02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개봉한  Hillbilly Elegy 영화에 대하여 법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한글 위키백과의 '힐빌리의 노래'라는 항목에 소개함. 그 밖에 '박춘호', '월리스 스티븐스', '멜로디 가르도', '서유구', '한국의 가곡' 등의 항목을 처음으로 올림. 영어 Wikipedia에도 한국 관련 항목(Gim Yuk, Chang Kee-ryo, Seo Yu-gu, Chu Yo-han 등)을 새로 올리거나 수정하는 식으로 기여하고 있음

- 2021.09.01  KoreanLII 론칭 10년을 기념하여 Collaborator(동역자/후계자)를 구하는 광고를 초화면에 게재

- 2021.10.07  법률신문과 론칭 10년 기념 인터뷰: 동역자를 구하고 한국 시 영역작업에 매진하고 있음을 소개함

 

* 2019년 12월 27일 KoreanLII 수록항목이 대망의 2000개를 돌파하였다.

Q&A

 

KoreanLII의 이용자 방문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사항, 향후 계획 등을 문답식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Q1: 언제까지 혼자 이렇게 방대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A1:  사실 은퇴하고 체력까지 달리는 마당에 혼자서는 하기 어렵고 동역자/후계자를 찾고 있다. 누구는 MBTI로 본 내 성격이 이타적 봉사정신이 강한 INFJ타입이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성경 에스겔서 47장에서 성전 동편 문지방에서 흘러나온 물이 점차 불어나 강을 이루고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 또 이 강 가에 어부가 설 것이니 엔게디에서부터 에네글라임까지 그물 치는 곳이 될 것이라 그 고기가 각기 종류를 따라 큰 바다의 고기 같이 심히 많을 것이라"는 말씀에서 용기를 얻었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Q2: KoreanLII의 동역자가 되면 무슨 혜택(benefit)이 있는가?

A2: 세계 각국의 LII가 준수하는 FALM 선언문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법령정보를 제공하여서는 아니되므로 KoreanLII에 많은 기사를 올리거나 수정하더라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오로지 이타적인 동기에서 자기만족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Creative Commons BY-SA 조건을 따르기만 하면 누구든지 KoreanLII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심지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Q3: KoreanLII 메인 첫머리를 보면 현재 2,135항목이 카운트되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A3: 당초 로스쿨 LL.M. 과정의 한국법기초(Introduction to Korean Law) 강의용으로 만들었으므로 Whole list에서 헌법을 비롯한 공법, 민법 등의 사법, 특수법, 국제법으로 분류하였다. 한 학기 강의계획을 수립할 때 도움이 되도록 주제별로 그루핑해놓은 것이다. 3,000항목이 넘으면 Wikipedia처럼 '카테고리' 기준으로 재분류해야 할 것이다. 이 작업 또한 방대하므로 혼자서는 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 커리큘럼을 기획할 때 통일대비 강좌를 구상하면서 Knowledge sharing 측면에서 새로운 분류방식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Q4: KoreanLII 기사를 강의에 활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가능한가?

A4: 강사가 수강생들의 협조를 얻어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시행하면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로스쿨에서 많이 행해지는 소크라테스 문답법에 따라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내용 중심으로 구성했다.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관련 최신판례의 소개와 해설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주요 판례는 계속적으로 영역이 되고 있으므로 번역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는 측면도 있지만 동역자들의 참여가 절실하게 기대되고 요청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Q5: KoreanLII 콘텐츠를 보면 여기저기서 자료, 사진 등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A5: 사실 KoreanLII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학술지 영문초록만 전재해도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학술지 영문초록도 저작권이 필자나 학회 또는 출판사에 있기 마련이므로 허락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고 딥링크를 걸어 소개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다시 말해서 모든 기사를 KoreanLII의 포맷(정의>한줄풀이>해설>관련법령>관련판례>결론)에 맞게 새로 써야 했다. 주요 항목은 필자가 편집자로 참여했던 한국금융연수원 편, 금융법률사전(2006)이 바탕이 되었다. 물론 영어로 번역하고 10년 사이에 변경된 법령조항을 업데이트해야 했으므로 새로 쓰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Definition 부분에서는 Wikipedia 같은 온라인 사전에서 해설해 놓은 것을 참조하여 Creative Commons BY-SA 조건으로 기술하였다. 

 

Q6: KoreanLII의 제작·운영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가?

A6: 사실 그렇다. 세계 어디서나 LII는 비영리기관이므로 광고를 붙일 수 없다. 처음 KoreanLII를 만들 때 사전류(辭典類)로 연구비 신청도 해봤고 여러 법조기관에 후원도 요청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학교 재직할 때에는 로스쿨의 새 교육과정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학기 중에도 LvI 국제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으며, 개인정보 보호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에는 그린리프 교수와 협의한다는 명목으로 연구비를 일부 끌어다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순전히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방문자 수(traffic)가 하루 평균 2천명을 넘지 않아 다행일 정도이다. 감사한 일은 그동안 함께 일해 온 기업신용조회사인 이크레더블과 그 대주주인 한기평에서 필자의 노력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고 있는 점이다.

 

 

Q7: 법률정보 사이트라 하기에는 매우 이색적으로 Poetry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슨 의도에서인가?

A7: 물론 법률정보 사이트에 맞지는 않지만 그 이용자가 외국인이라고 한다면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한국의 생소한 법률개념(definition)을 접했을 때 김춘수의 시 구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를 떠올린다면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K-Pop 팬이 영역이 된 한국의 시가(詩歌)를 찾다가 KoreanLII에 들어와 한국법과 관련된 기사를 읽어본다면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겠는가! 고대 역사서라 해도 삼국유사가 고대의 신화와 설화, 시가를 많이 수록하고 있어서 그 가치가 엄청 커진 것을 참고했다.

 

Q8: 얼핏 생각해도 법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시(詩)는 별로 많지 않다고 보는데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 생각인가?

A8: 현재 우리나라의 현대시, 한문시, 가곡, 포크송 등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 250편(안선재 교수 등 다른 역자의 번역시 포함)이 넘는다. 그중에는 필자가 처음으로 영역을 한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주요한의 "불놀이",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한 시들이 300편, 500편으로 늘어나면 그 자체가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밖에도 영미, 프랑스, 남미의 외국시도 여러 편 들어있다. 요즘 이런 상상도 해본다. 메타버스가 좀더 일반화된다면 고대 그리스 시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의 아바타가 KoreanLII에 수록되어 있는 시를 광장의 한켠에서 한국어로, 영어로 낭송하는 장면 말이다. 이미 TTS(글자를 소리로 바꾸는 음성합성) 소프트웨어가 나와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래서 KoreanLII에 Poems by subject 항목을 만들어 그에 대비하고 있다.

 

Q9: 이 블로그를 보고 KoreanLII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가?

A9: KoreanLII에도 밝혀 놓았는데 전용 메일주소(koreanlii@naver.com)가 있다. 전에는  koreanlii라는 Naver 블로그도 운영했으나 지금은 운영하기가 벅차서 Daum 블로그로 일원화했다. 아직도 일부 번역을 마치지 못한 항목(Unfinished Article)이 100여개나 된다. 미처 인용하지 못한 관련판례까지 포함하면 할 일이 태산같다. 로스쿨 원생들에게, 학회에서 만난 신진학자들에게 KoreanLII에의 동참을 호소했더니 처음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협업 식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되는데도 막상 이 일에 참여하는 것은 주저했다. 당장은 코로나 거리두기로 제한이 있지만 동역자가 늘어나면 번개팅도 하는 등 그들을 힘껏 격려해줄 생각이다.

 

Q10: KoreanLII를 운영하면서 운영자 본인은 이 작업을 즐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다른 동역자들에게는 무슨 메리트가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A10: KoreanLII에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올리거나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분업-협업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 혼자 다 하라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항목의 발굴자료 수집 및 초고 작성→편집 및 번역→교열을 나누어 할 수 있다. 국내외 시를 찾아서 번역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항목을 카운트하고 포스팅할 때에는 성취감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온라인 Wiki 사전류가 성공한 것은 이와 같은 '봉사정신'과 '자기만족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1만시간의 법칙'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이 작업을 10년 하는 동안 모든 사항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는 습관이 절로 길러졌다. 특히 국내외의 명시를 번역할 때에는 말라버린 줄 알았던 감수성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Q11: 사실 국내에서는 우리 말로 된 법령정보가 인터넷에 차고도 넘친다. 인공지능(AI)이 리걸테크에 동원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KoreanLII는 여전히 어떠한 강점이 있다고 보는가?

A11: AI는 대결하기엔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이 때문에 KoreanLII를 여러 번 접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 법령에 관한 영어자료를 가장 필요로 하는 외국인은 이주노동자, 투자예정자들인데 이들을 위한 영문자료는 관계기관에서 유효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한 이유는 KoreanLII가 강의용으로 아주 적합하고, 시나 속담, 금언, 사주팔자 같은 동양 철학 등 법과 무관하지 않은 인문학적 내용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정적인 시 구절의 번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AI가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러한 연유에서 KoreanLII는 AI와도 능히 협업을 할 수 있으며, KoreanLII의 콘텐츠가 AI의 딥러닝 학습자료로 활용되는 등 그 쓰임새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Q12: 끝으로 KoreanLII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면 무엇이 있는가?

A12: KoreanLII의 운영자와 동역자들에게 요구되는 바이기도 하지만 콘텐츠의 퀄리티로 승부를 겨루고자 한다. 온라인 법률사전으로서는 즉석에서 법률용어를 찾아본다든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제도의 유래와 한국적 현실에 대해, 또 현 정부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마다 떠넘기곤 하는 공론조사(公論調査)의 현황에 대해서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범위를 넓혀 수록되어 있는 번역시까지 고려한다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 구절에서는 우리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우호통상조약을 맺었던 일본과의 관계를 되돌아볼 수 있다. 주요한의 "불놀이"를 영문으로 읽어보면 암 같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겪게 되는 퀴블러-로스의 DABDA 5단계가 그 심리이론의 발표 50년 전에 정확히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