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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행복은 우리 맘에 있어요 - "Really?"

Onepark 2020. 9. 10. 20:50

9월 초 박시호 행복편지* 발행인이 기획한 "200명의 인물사진+행복에 관한 짧막한 단상"을 엮은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3월 어느 모임 자리에서 박 이사장(행복경영연구소)이 스마트폰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우린 각자 포즈를 취했다.

* 행복편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일 아침 구독자에게 e메일로 전송되며 YouTube에도 같은 이름으로 게시되고 있다. 연말에는 박 이사장의 작품 사진과 함께 아담한 책자로 꾸며져 현재 13회째 발간되었다.

 

그가 밝힌 기획의도와 책 발간 취지는 이러했다.

"모든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보다 어렵고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들이 더 많았다고 본다. 그래도 힘든 순간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이나 감동으로 다가오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의 출산, 취직, 첫사랑, 우정, 승진, 부모님 또는 아이들과의 갈등 해결, 어떤 사람과의 만남 등 무슨 사연이라도 좋으니 10줄 안팎으로 적어달라."

그것을 모아서 (가제)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그래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요」라는 책으로 내겠다고 하여 우린 5월 중순까지 원고를 제출했다. 대상자의 40%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빠지고 최종적으로 118명의 원고가 모였다고 한다.

 

* 오른쪽은 박시호 이사장이 매년 발간하는 행복편지(2019.12)의 표지

 

나는 정년퇴직 후의 단조로운 일상 중에서 내가 보람을 느끼는 장면을 소개했다.

 

내가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

-- 온라인 백과사전 KoreanLII를 많은 사람이 찾아볼 때

 

2년 전 은퇴한 뒤 하루일과가 책 읽고 글 쓰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으로 단순해졌다. 신문이나 TV를 볼 때는 새로운 게 없는지 주의를 기울인다. 온라인 백과사전을 운영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이미 올려놓은 기사가 2천 개가 넘다 보니 날마다 업데이트할 내용이 적지 않다. 사이트에 들어가 누가 무슨 기사를 읽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미흡한 부분은 즉각 손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작업임에도, 혼자서 하는 일에 지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 여러 번 이 일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실학자 서유구는 그의 생전에 독자가 아들 1명뿐이었음에도 방대한 분량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남겼다. 그에 비하면 나는 감사할 일이 많다. 내가 만든 사이트에 세계 각처에서 매일 수천 명이 들어와서 보고, 나 역시 평생 공부했던 것을 정리해 올리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률ㆍ제도, 특히 아름다운 우리 시(詩)를 영어로 소개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KoreanLII.or.kr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박 이사장으로부터 예상인원의 원고가 미달하여 추가로 원고 분량을 늘릴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단시(17음절의 국ㆍ영문 하이쿠) 짓는 일도 새로 써서 보냈다.

 

* 무이구곡의 옥녀봉 아래로 대나무 뗏목 선유를 할 때 노래가 절로 나왔다.

 

[나는] 그 밖에 명승지나 일상 속에서 짧은 시(17음절의 하이쿠)를 짓는 취미가 있다.

 

무이산 구곡계류 주희(朱熹) 선생이 노니시던 곳
대나무 뗏목 타고 물결 흐름에 몸을 맡기네
공맹(孔孟)의 고담준론 넘치게 듣고 찾아 왔건만
주자의 말씀보다 옥녀봉(玉女峯) 자태 눈길이 가네

In the Mu-i valley where
Zhu Xi taught and studied Confucianism,
Tourists are joyful with bamboo cruise
in the creek along the Nine Curves.
Rather than hearing the thoughts and morals
of Confucius and Mencius,
They like to see the gorgeous landscape
and histories in the valley.

* 위의 영역 시는 책에는 없는 내용으로 새로 추가한 것임

 

(영화 "알라딘"을 보고난 후)
When you were born,
your mundane life was predestined by the Creator.
If your life is blessed by Grace,
your job will be changed from a thief to Prince.

태어나선 조물주가 정해준 대로 살았지만
은혜를 입은 후엔 도둑이 왕자님이 되었네

 

 

9월 9일 책을 받아 보았을 때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 책이 빨리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의 얼굴이 다른 만큼 행복의 종류와 형태도 갖가지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우선 프로 사진작가이기도 한 박시호 발행인이 그 사람의 면모를 예리하게 순간포착한 초상화 같은 얼굴 사진을 이모저모 뜯어보았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당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는 식으로 각자의 글을 읽었다.


가나다 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글쓴이의 프로필 사진과 소감을 한 편 두 편 읽어가는 동안 다른 사람이 느끼는 행복한 순간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고 감동을 안겨주었다. 코로나 사태로 집콕하는 친구는 부부가 함께 산책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부부간의 정이 도타워졌다고 하여 "똑같이 집콕하는 나는?" 하고 적잖이 반성도 되었다.
또 한국법학교수회장을 역임한 동국대 정용상 교수가 행복을 느낀 순간을 입신양명이나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고 한 것도 의외였다. 그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어렸을 적 시골 마을에서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자전거에 올라탔던 추억이었다. 나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일요일 새벽에 깨워 목욕탕에 데려가시곤 했는데 목욕이 끝난 후에 사주시던 만두가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박시호 발행인이 118편의 행복을 느꼈던 순간을 분류해보니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제일 많은 것이 가족과의 화목한 생활(19.5%)이었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17.8%), 삶의 목표 달성(16.1%), 친구나 이웃과의 우정(6.7%), 남에게 베푸는 마음(6.7%), 부부간의 사랑(5.0%) 순으로 나타났다.

나 역시 이틀 만에 전부 읽어보았으나 로또가 당첨되었다거나 횡재를 해서 행복감을 느꼈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욕심부리지 않으면서 자기 주변 사람들이 험한 일 겪지 않고 무탈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요즘 뉴스 시간마다 첫머리에 나오는 코로나19 현황을 보면 알 수 있었다.

 

* Source: Kim Eun-soo, After-Rain Sky at Sejong

 

처음 행복은
하늘에 떠 있는
흰구름 같았네

At first, happiness looks
nice but distant
like white clouds in the blue sky.

 

'고맙다' '사랑해'
되뇌니
내 맘에도 피어나네

Repeated saying
“Thank you” and “I love you”
makes me truly happy.

P. S.

학교 동창들 카톡방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알리고 나서 여러 동창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한 대학동창은 KoreanLII를 어떤 기준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법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를 하고 있는 친구였다.

나는 [현직 법조인으로부터 받은] KoreanLII에 대한 이렇게 진지한 질문은 처음이라고 말하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KoreanLII 메뉴의 Help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Wikipedia처럼 누구든지 한국법ㆍ제도에 대해 외국인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을 올리고 수정할 수 있다.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위키백과 같은 온라인 법률백과사전인 것이다.

예컨대 미국 로스쿨에서 교수로부터 “한국군 POW” “Digital prison”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할 수 있는 수준과 내용이다. 경희대 로스쿨에 외국학생을 위한 LL.M.과정이 생기면 한 학기 Introduction to Korean Law 강의를 할 수 있게 준비했으나 써먹지 못했다. 초기에는 전에 금융법률용어사전 편찬작업하던 파일을 가져다 주요 항목의 번역을 하고 관련 법조항을 업데이트하였다. 그 후 Fine dust pollution 같은 항목을 많은 사람이 참조ㆍ인용한 것을 알고 보람을 느꼈다. 그후 한국 속담/금언/사자성어를 영어로 소개하다가 “지란지교”같은 시를 영역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학교를 떠나서 보니까 법학은 유한하고 인문학은 영원한데 이에 관한 영문자료가 태부족하다 싶어 이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대형 로펌의 영문자료를 전재하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로 주저하고 있다."

 

"한 마디 첨언하자면 나 혼자 만들고 운영하는 사이트의 퀄리티를 담보하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다. 경희대 법전원생들이 만드는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의 Korean Business Law 섹션에 “로스쿨 특성화 주제(경희대 로스쿨은 국제기업법무)에 관한 영어논문 한두 편 없어서야 되겠느냐” 말하고 KoreanLII의 기사를 전재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리뷰에 기고한 기사는 Digital sex crimes, Untact economy, Gender sensitivity, Regulatory sandbox, Millennial Generation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