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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요즘 관심이 가는 시(詩) 2편

Onepark 2020. 7. 22. 12:00

요즘 항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sexual harassment) 사건이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몇 편의 시에서 나름대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는 최정애 시인으로부터 받은 시집 속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오렌지"라는 시였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 자체가 아니라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해 풀어내고 있었다. 마침 이 시를 읽을 때 해당 성추행 사건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인지 시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사건의 맥락에서 해석되었다. 시의 행간에서 여직원을 성적으로 대상화(objectification)하여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온갖 상상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하나는 클래식 FM방송에서 우연찮게 들은 영국 시인의 詩 한 구절이 귀에 꽂혔다.  하루 종일 한 사람이라도 기쁘게 하기는커녕 자신을 이기지(self-denying) 못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그날은 잃은 것보다 더 나쁜 날로 카운트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말 시는 영어로, 반대로 영시는 우리말로 번역하여 감상하면 좀더 깊게 의미를 헤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두 시를 영한 대역으로 나란히 소개하고자 한다.

 

오렌지 - 최정애

Orange  by Choi Jeong-ae

 

이 맛을 설명해 줄 수는 없지
당신은 그날 눈을 감고 노란빛을 만지작거렸고
부푸는 빛을 끌어안았지

I can’t explain this sort of taste.
That day while you closed your eyes, you were fingering the yellow light.
Then you embraced the swelling light.

당신이 탐욕스런 우아함 속에서
그리운 여자의 설레는 박동을 끌어당길 때
커튼은 살색 향기를 살며시 들어마시고 있어
얼룩말은 누구를 찾으려는 것인지
누구의 아픈 살점을 외면하려는 것인지

In your covetous elegance,
You were pulling the fluttering heartbeat of a lovely girl.
The curtain inhaled secretly skin-colored fragrance.
I wonder whom the zebra is looking for, or
Whether it turns away from someone’s pain.

가득한 화병이 늘 배가 부른 건 아니야
수많은 이야기, 수많은 기억들
어느새 휘어진 다리는 나무숲을 뛰어 넘었지

I know a full-packed vase is not always stuffed.
So many stories, plenty of memories,
For a while, the arched legs jumped over a forest.

두 손이 넘쳐 집을 수도 없는 추억들
몸이 끓어올라 아무거나 뱉어 내는 격정의 시간을
당신은 기억할까? 그 가득한 방들이, 눈빛들이
수천 개의 포말 속에 날리고 있었지

With fully occupied hands, I can't grasp memories.
Rather, I spat out anything at the passionate moment with body heated up.
Can you remember the full-packed rooms or glances?
They were flying inside thousands of bubbles.

떠나고 싶진 않았어
아무 기억도 찾아내지 못하는 당신에게
저 노란 빛깔을, 떨리다 부서지는 향기로운 맛을
당신의 입술에 닿게 할 수는 없을까

I didn’t want to leave you,
The one who couldn't recollect any memory
That is yellow-colored fragrant taste, trembling but broken up
How can I make it reach your lips?

 

 

Count That Day Lost  by George Eliot

잃어버린 그 날을 세어보라 - 조지 엘리어트 [1]

 

If you sit down at set of sun
And count the acts that you have done,
And, counting, find
One self-denying deed, one word
That eased the heart of him who heard,
One glance most kind
That fell like sunshine where it went --
Then you may count that day well spent.

해 질 녘에 앉아서
그날 한 행동을 세어보라
그리고 세면서 찾아보라
스스로 자제했던 한 가지 행동이나
듣는이의 마음을 편케 해주는 한 마디라도 했는지
가는 곳에 햇살처럼 떨어지는
지극히 친절한 눈길을 주었는지
그렇다면 그날은 잘 보냈다고 셀 수 있을 것이다.

But if, through all the livelong day,
You've cheered no heart, by yea or nay --
If, through it all
You've nothing done that you can trace
That brought the sunshine to one face -
No act most small
That helped some soul and nothing cost --
Then count that day as worse than lost.

그러나 하루 종일
좋든 싫든 간에 한 사람도 기쁘게 하지 못했거나
종일토록
한 사람의 얼굴에 햇살이 비치듯
당신이 떠올릴 만한 일을 하지 못했다면
어떤 영혼을 돕고 돈도 들지 않는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한 적이 없다면
그럼 그날은 잃은 것보다 더 나쁜 날이었다고 여기시오

 

그렇다. 피해여성의 말과 감정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2018.10.25. 선고 2018도7709 판결)에도 나와 있듯이. 문제가 된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누가 되었든지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측은 그가 대단한 인물(great person)이라고 여기고 이런 말 저런 말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기쁘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면(worse than lost) 응당 사과하고 성추행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Note

1] 조지 엘리어트는 필명이고, 본명이 Mary Ann Evans (1819–1880)인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여류 작가・시인・번역가・저널리스트. 영국의 시골을 무대로 사실주의적이고 심리분석에 능한 다수의 소설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