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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치료] 브리야트 아웃리치의 성과

Onepark 2020. 6. 1. 00:20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편'이라고 했다. 힘들게 해외 봉사를 하고 왔음에도 활동의 성과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보고서를 남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공무원 해외연수가 비판 받는 것처럼 사진 몇 장만 가지고는 해외 유람이나 다녀왔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2019년 7월 남양주 온누리교회(담임목사 이해영) 아웃리치팀과 온누리 CMN (Christian Medical Network) 수기치료팀(팀장 이황재 집사)은 러시아연방 브리야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로 수기치료 봉사를 다녀왔다.

이곳은 북위 51.5도로 고위도 지역이라 평소 여름철에는 에어컨이 필요없고 오히려 히터가 사철 소용이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7월 20일부터 사흘간 연일 몰려드는 현지 환자들의 기대감과 치료자의 열성으로 수기치료 봉사의 현장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 울란우데 아웃리치 현장에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수기치료 팀원들

수기치료팀에서는 체계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참고하기 위해 미리 그림으로 된 차트를 준비했다.

연인원 146명의 수기치료 차트를 들고 귀국한 후에는 차트를 체계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는 일이 남았다. 몇 명이 찾아와서 어느 부위의 치료를 받았는지도 중요했다. 하지만 가능하면 치료효과를 측정하고 성별 ・ 연령대별 특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향후 수기치료 봉사를 할 일꾼을 양성함에 있어 어느 분야에 주력해야 할지 참고할 필요도 있었다.

 

150장 가까운 차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체 그림 위에 표시되어 있는 환부와 치료부위를 텍스트로 변환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작정이었으므로 DB 구축에 적합한 스마트폰 앱을 몇 종류 소개받았다.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스마트폰에나 들어 있는 SQLite 앱을 가지고 위의 목적에 맞게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유튜브 인터넷 강의를 통해 SQLite 코딩 공부부터 했다. 반복해서 코딩 연습을 했으나 너무 어렵고 실제 적용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다. 한참을 이런 식으로 고민하며 궁리하다가 전에 법학연구소에서 조사 작업을 할 때 써보았던 구글 서베이 앱에 생각이 미쳤다.

 

* 브리야트 환자들의 수기치료를 의뢰하는 차트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하고 텍스트로 변환한 챠트를 가지고 구글 서베이 문항을 만들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다가 혼자서도 연속해서 다른 응답을 제출할 수 있는 셀프-서베이 기능이 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챠트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일일이 텍스트로 입력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구형 컴퓨터 시대의 키펀처가 하는 일 비슷했다.

 

데이터를 모두 입력한 다음에는 여기서 유의미한 내용을 분석할 차례였다.

일단 구글 서베이에서 제공하는 그래프와 스프레드시트 등 각종 분석 자료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기치료 내용을 압축하여 정리한 스프레드시트 기초자료를 놓고 엑셀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분석 툴을 이용하여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 작업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전정신경염이 생겨 어지럼증으로 데이터 분석작업을 중단한 채 여러 달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 브리야트 국민여배우를 수기치료 해주고 러시아 통역 알료나와 함께 찍은 필자의 기념사진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스프레드시트를 놓고서 正자 표시를 해가며 카운트하는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로 작업하다가 주판을 꺼내 계산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효율적인 피벗테이블을 마스터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다행히 주변 도움을 받아 “피벗테이블 만든 사람은 천재구나” 경탄해 가면서 천천히 깨우쳐 나갔다.연령대별로, 성별로 어느 부위가 아픈 사람이 많은지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므로 몇 가지 가설을 세운 다음 피벗테이블을 가지고 분석에 들어갔다.

 

이와 같이 여러 시행착오를 한 끝에 많은 정보와 시사점을 보여주는 아주 유의미한 통계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글은 데이터 처리의 방법론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므로 한국인과 같은 몽골족의 일파인 부리야트 사람들에 대한 수기치료의 성과분석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우리가 수기치료에 임할 때 나이 든 여성은 어깨와 허리, 무릎에 수기치료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 그리고 환자에 따라서는 손과 팔, 족부에 추가적인 치료를 요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곳으로 아웃리치를 가든지 수기치료팀이 동행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이황재 팀장의 말씀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년씩 고통받았던 부위가 시원하게 나았을 때 어찌 그 손길을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 두세 군데 건강 이상을 느끼는 부위의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만간 관점을 달리하고 기초자료와 피벗 테이블을 조합하여 심층 분석할 경우 좀 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는 수기치료 대상이 수백 명이 될지라도 1주일 이내에 그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툴과 매뉴얼을 마련한 것이야말로 보람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해외 아웃리치 나가서 땀흘리며 봉사하고 온 것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에 대해 수기치료를 해준 성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팀원들의 자존감과 자부심도 절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