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주자로 유력시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 신고 7시간이 지난 7월 10일 자정 무렵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에서 그의 사망원인을 조사중이라는데 하루 전에 그의 여비서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고소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다.
마침 오래 전 신문 스크랩에서 민세진 교수(동국대 경제학)의 칼럼을 읽어보니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고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가늠이 되었다. 그러므로 민 교수의 2013. 10. 3자 한국경제 칼럼을 최대한 인용하여 원인과 대책을 논하고자 한다.
성희롱 (sexual harassment) 사건은 P시장의 인권변호사 시절 그가 적극 나서서 법원의 불법행위 판결을 받아내고 법 규정을 신설한 계기를 이루었다. 그는 1993년 서울대 우 조교에 대한 지도교수의 각종 언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그에 대해 행정상의 징계와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여성발전기본법에 성희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게끔 만들었다.
범죄의 경제학
[성희롱은 형사처벌까지는 안 가더라도 직장 내 징계와 손해배상 책임이 따르는 범죄성 불법행위이다. 이러한] 범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범죄가 범죄자의 ‘선택(choice)’이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범죄 역시 그 행위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분석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즉 범죄는 그것을 저지른 사람이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본다.
범죄의 편익(benefit)은 비교적 명확하다. 더 복잡하고 중요한 것은 범죄의 비용(cost)이다. 범죄자로서는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비용은 걸렸을 때 감당해야 하는 벌(penalty)이다. 하지만 잡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자 입장에서 비용은 확률적(probability)이다. 따라서 범죄 비용은 잡힐 가능성(확률)에 잡혔을 때의 벌을 곱한 것이 된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편익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쾌감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자기 지배하에 있는 이성(異性)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롱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를 건드리는 장면을 방불케 한다.] 따라서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잠재적 범죄자들이 느끼는 걸릴 확률이나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우선 이런 것도 비난받을 일이냐 하는 일반의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인도적 차원이나 처벌 수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또한 처벌 수준을 높일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벌이 과중하면 잡힐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성폭행범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추가적인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처벌 수준이 높은 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유죄판결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받는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형기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처벌 수준이 높아지면 감옥을 유지하는 데에 더 많은 세금이 든다.
범죄의 편익은 통제하기 어렵고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결국 가장 유효한 범죄 경감책은 범죄자 입장에서 느끼는 잡힐[敗家亡身]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결재권자에게는 직장내 성희롱 방지 교육도 효과가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P시장은 2018년 초 S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MeToo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하면 A지사, O시장 등 고위공직자들의 성폭력ㆍ성추행 사건이 터져 나올 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장이라는 권력에 도취되어 자신이 주장했던 성희롱의 개념을 남의 일("조금 진한 농담이었지 결코 성희롱 발언이 아니었다")로 치부했거나 '학습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이는 자기의 경우 성희롱이 아니라 '로맨스'라고 믿은 데다 상대방 여성이 독립된 인격이 없는 노예처럼 완전히 자기의 지배하에 있다고 확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필자 주]
성희롱 가해자의 신원공개(Shame on You)가 중요한 이유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도 있지만 잠재적 범죄자들이 느끼는 패가망신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CCTV 카메라의 설치나 경보시스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각종 예방책에 자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 물론 한정된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겠지만, 국가 기능 중 기본 중의 기본이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지 않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
그것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위대함(Greatness)을 묵상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 우리의 사표가 되는 로마의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AD121-180, 재위 161-180)는 이렇게 말했다.
"유혹이나 압력에 직면하여 격려(encouragement)가 필요할 때는 역사상 소크라테스, 플라톤, 에픽테투스, 하드리안, 아우구스투스, 피타고라스, 디오게네스의 자질과 품성을 생각해보라."
"높은 자리나 권위가 있어 보이는 환경을 경계하라. 늘 소박하고, 선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고, 가식 없고, 신을 두려워하고, 자비롭고, 상냥하고 맡은 바 의무에 대해 용감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신을 공경하고 인간들을 구하라 인생은 짧다. 지상에서의 삶의 유일한 결실은 경건한 성품과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다." (명상록 6:30)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제국의 황제로서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세를 지녔지만 언젠가는 소멸할 육신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육신의 충동이나 쾌락의 유혹에 이끌리지 말고 오로지 이성으로 자신을 컨트롤함으로써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절제와 질서 있는 삶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어떤 사물에 대해 이성적으로 신중하게 판단을 내린다면 어떠한 정염(情炎)에서도 피할 수 있는 마음의 성채를 쌓는 것이다. 그곳으로 피신하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자는 무지한 자이고, 알면서도 그곳으로 피신하지 않는다면 불운한 자이다." (명상록 8:48)
성희롱에 관한 대법원판례(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와 법 규정을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P시장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하는 마음의 성채에 빈틈이 생겼거나, 아니면 여비서, 여배우와 정염을 불태웠던 외국의 지도자들(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을 부러워 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은 요즘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온통 "내로남불"의 망상에 빠져 있는 터에 P시장은 아주 드물게도 양심(良心)에 따라 행동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너무 늦긴 했지만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크게 어긋나 버린 것을 깨닫고 자신의 육신에 가차없이 응징을 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정말
양심적이었나?
내로남불에 경종(警鐘)
Was he a conscientious man
Ringing a warning bell
To double-faced men?
대권의 큰뜻마저
날려버린
언행일치 양심(良心)
At last, he gave up great ambition
[In order] To act up to his words
and Conscience.
또 다른 시선
천재 화가의 아내가 가출했다. 글 쓰는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화가는 아내의 배신을 견딜 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람들은 화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의 아내에 대해서는 "재능 있는 화가를 파멸로 몰아넣은 마녀"라고 비난했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
"죗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쳤다. 그건 도망이었다."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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