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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초등 동창의 수채화 전시회

Onepark 2020. 8. 11. 19:15

오랜 만에 초등학교 재경 동창회 단톡방에 공지사항이 떴다.

전주교육대학부설초등학교 동기인 조민곤이 일산에서 8월 20일까지 수채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는 알림 문자였다.

첨부한 그림 사진이 범상치 않아 보여 나를 비롯한 몇 사람이 함께 보러 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 왼쪽부터 김용배 (LED 스마트교통신호기 설계제작 전문), 조민곤 (화가), 필자, 강국신 (재경 동창회장)

 

8월 11일 정오 무렵 49일째 계속되는 긴 장마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초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였던 강국신 재경 동창회장을 비롯한 몇 사람이 전시회장인 일산 동부경찰서 로비에 모였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 화판을 메고 학교 안팎을 같이 어울려 돌아다녔기에 친구가 보통 솜씨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직접 가서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구청 문화센터에서 주관하는 수채화 교실에서 배웠을 뿐이라는 그림 솜씨가 믿어지지 않았다. 아마추어 화가 치고는 능숙하게 돌가루를 뿌리고 나이프로 질감을 나타내는 기법까지 구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채화는 한 번 붓 터치가 잘못되어도 다시 그려야 하는데 전시된 작품의 완성도가 아주 높아 보였다.

문화교실 선생님이 그림을 많이 그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니, 도공이 맘에 들지 않아 깨뜨려 부순 도자기처럼 그 동안 버린 작품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짐작되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초상화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당신의 고민거리를 다 이해한다"는 듯 인자하신 표정이 살아있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소를 옮겨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 사이 못 만난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었다.

두 시간 여 미스터 트롯에서 불려져 관심을 모았던 "희망가"(이 풍진 세상) 2절에 나오는 담소화락(談笑和樂)을 즐겼더니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임에도 가슴 밑바닥에서 생기가 충만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블루'가 아닌가 싶었던 나부터도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긴 장마 코로나까지 겹쳐
몸과 마음도 다운[1]
오랜 벗들을 만나 회포를 푸니
원기[2]가 백배

Long rainy season
in addition to COVID-19
has made us all depressed.
Now taking time,
old friends support each other
by chatting and laughing.

Note

1] 17음절의 하이쿠를 우리말과 영어로 즉석에서 지어보았다. 다행히 '긴 장마'라고 하는 하이쿠에 필수적인 계절을 나타내는 말(季語)이 제1연에 들어가 있다.

 

2] 우리 세대는 생체 에너지라는 말보다 초등학교 시절의 인기 영양제 "원기소" 덕분에 '원기(元氣)라고 해야 힘이 더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