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과 23일 법률분야의 국제 NGO인 Free Access to Law Movement (FALM) 연차총회 Law via the Internet 2020 (LvI2020)이 가상회의(virtual conference) 웨비나(Web+seminar) 형태로 열렸다. 1992년 미국 코넬 로스쿨의 법학도서관에서 가상의 Legal Information Institute (LII)를 세우고 "인터넷을 통해 돈을 내지 않고도 필요한 법령과 판례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하자"(Free Law via the Internet)는 운동을 시작한 이래 현재 65개 기관이 공익 목적의 LII 활동을 펼치고 있다.
1차적으로 법령·판례 정보를 만드는(Primary source), 우리나라의 법제처나 법원도서관 같은 기관은 대상이 아니고, 이를 편집·가공하여 비영리 목적으로 서비스하는 2차 정보(Secondary source) 산출기관, 즉 대학도서관이나 비영리 법령·판례·학술정보 DB서비스 회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신 영문법령을 무상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한국법제연구원과 필자가 운영하는 KoreanLII가 정식 회원이다. FALM 선언을 준수하고 돌아가며 연차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사항이다.
금년도 LvI2020의 주제가 코로나 판데믹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의 법령정보의 자유로운 열람"(Free Access to the Law in a chinging landscape) 이어서 KoreanLII 운영자로서 일찌감치 등록($99)을 하고 크라우드캐스트를 통한 Virtual LvI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CanLII와 AfricanLII가 캐나다의 온라인 법률정보 솔루션회사인 LexUM의 후원을 받아 개최하게 된 금년 총회에서 주최 측이 인터넷(LvI2020.org)에 공지한 프로그램의 내용 및 순서는 다음과 같다(발표자와 토론자는 해당 사이트 참조).
Tuesday, September 22, 2020 (EDT)
09:30 am Welcome to LVI 2020
10:00 am Keynote Speech: Cory Doctorow
11:10 am The Potential of LIIs in Data Bias Mitigation
12:30 pm Developing and Maintaining Open Casebooks
01:00 pm #LVI2020 Twitter Break
01:40 pm Exploration of User Attributes and Behaviour in Online Legal Research
02:10 pm Legal information and ICE surveillance: The Dangerous Intersection of Legal Information Access and Human Rights Abuses
03:30 pm Show Don’t Tell: Introducing Legal Concepts on YouTube
04:00 pm Virtual Chat / #LVI2020 Break
04:30 pm Communicating for Impact: Access to Justice and the Public
05:50 pm Is There Notice Without Understanding: The Importance of Plain Language in Legal Writing
06:20 pm Access to Legal Responses to COVID-19 in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07:40 pm Mapping Asian Legal Response to COVID-19
08:00 pm Virtual Chat / #LVI2020 Break
08:30 pm Highlighting Legal Access One Podcast at a Time
09:10 pm Copyright and Legal Texts: An Update From America
09:40 pm Free Access to Japanese Law and Beyond: Work on the e-Legislative Activity and Work Support System (e-LAWS)
10:50 pm Closing Remarks for Day 1
Wednesday, September 23, 2020 (EDT)
07:30 am Welcome to LVI 2020 Day 2
08:00 am Keynote Speech: Dr. Willy Mutunga
09:10 am Enabling Rapid, Free Access to African COVID-19 Laws
10:30 am Building a Methodology to Extract Data from Court Decisions through Machine Learning
11:00 am Virtual Chat / #LVI2020 Break
11:30 am The Gambia: Realizing the Right to Information
12:50 pm Re-imagining the Government Printer in a Digital World
01:20 pm A Glance to Free Legal Information in the COVID-19 Pandemic
01:40 pm Virtual Chat / #LVI2020 Break
02:50 pm AI for Law-Making
03:20 pm Decolonizing (Access to) Knowledge: Digitizing African Law and Legal Scholarship
04:00 pm Shifting Online: Perspectives from Pandemic Private Practice
04:30 pm Implementing ‘Rules as Code’: Modern Slavery Legislation
05:00 pm Virtual Chat / #LVI2020 Break
05:30 pm A New Model for Legal Publishing: Empowering Legal Professionals through Shared Content Creation
06:10 pm Law, Access, and the Open Casebook
06:50 pm Ethical Use of Symbolic AI in Legal Decision Support Systems
07:30 pm Imagining Sustainable, Global, Open Published Legal Scholarship
08:50 pm Closing remarks Day 2
문제는 전체 일정이 캐나다 동부표준시간(EDT)이라서 우리 기준으로는 낮과 밤이 바뀌었고, 발표자료가 따로 텍스트로 제공되지 않은 점이었다. PPT 같은 자료도 발표자가 화상회의 앱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아 방송사고가 나기 일쑤였다.
첫날의 기조연설은 정보통신기술에 정통한 SF작가인 코리 닥터로우 씨가 맡았다. 한국 시간으로 심야에 그가 말할 때마다 마이크에서 스크래치 소음이 생겨 듣기 힘들었지만 오늘날 법률정보를 첨단기술에 실어 보낼 때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일깨워주었다.
총 26개에 이르는 발표 주제 가운데 제일 많이 등장한 용어는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었다. 몇 해 전의 주제어가 저작권이던 것과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전부 들어보진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가 많았다.
- 인터넷을 통해 법률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자면 AI를 적극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 수집대상도 문서에 국한되지 않고 이미지와 유튜브 동영상을 포함한 빅데이터로 확장되고 있다.
- 법령·판례 정보의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 이들 법령·판례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주는 알고리즘이 중요시된다.
-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데이터 편향성(Data Bias)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LII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행사 후 1주일간 웨비나 동영상을 리플레이하는 것 외에는 회의 당일 별도로 ppt나 pdf 형태의 자료집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러나 궁금한 사항은 주최 측에 질문지를 제출(Ask a Question)하거나 참석자들끼리 채팅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워낙 이 바닥이 좁아서 채팅방에 오르는 몇몇 이름과 ID는 나도 종전 LvI 총회에서 만난 적이 사람들이었다.
발표자의 쟁쟁한 면모는 위 사진의 오른쪽부터 코넬 로 라이브러리의 킴 나이어 관장, 코넬 LII의 사라 프럭 국장, NYU의 쟌느 프로머 지재권법 교수의 직책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프로머 교수는 공저로 발간한 Copyright Law (저작권에 관한 판례 연구)를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가 밝혔듯이 어려워보이는 저작권법이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미국 저작권법에 통달할 수 있다고 하여 Free Access to Law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부 발표자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행해지는 출입국관리와 세관(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 공무원들이 광범위하게 SNS 정보를 수집(surveillance)하여 범법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현실을 파헤쳤다.
그리고 COVID-19와 관련하여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역작업이 어디까지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해지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해 개인의 인권이 침해받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둘째 날에는 아프리카 G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 ―코로나 방역관련 정보의 부족, 기본권 침해구제는 고사하고 진단과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비참한 현실에 대한 증언도 있었다. 그는 초고속 인터넷 망의 부재로 음성만 송출할 수 있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둘째 날 거의 끝무렵에는 일본의 법제담당 공무원과 입법 자동화 솔루션 전문가가 나와서 현재 일본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LAWS (e-Legislative Activity and Work Support System) 프로젝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법제처와 한국법령정보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고 내용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e-LAWS 프로젝트에서는 일본 국내 이용자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의 이용자들까지 서비스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법률정보 시스템을 그와 비슷한 해외의 법률정보 시스템과 통합하여 연동시키는 것까지 구상하고 있다는 게 부러웠다.
이틀에 걸친 웨비나를 시간차 문제로 건성으로 들었지만 KoreanLII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생각케 하는 바가 많았다.
- KoreanLII 법률정보의 이용자를 누구로 타게팅할 것인가?
- AI를 포함하여 이용자의 범위를 넓히려면 주로 어떤 콘텐츠를 확충해야 하는가?
- 콘텐츠의 작성 및 업데이트에 무슨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겠는가?
-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원과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요컨대 KoreanLII의 제2의 도약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인적ㆍ물적 자원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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