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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9

[정서적 이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영화 "미나리"를 보기 전에는 '미나리꽝'이라고 불리는 논밭에서 키우는 미나리가 그렇게 미국 이민가정에 힘이 될 수 있었는지 몰랐다. 시골에서는 거머리만큼이나 흔했기에 새봄에 무쳐서도 먹고 국에 넣어서도 먹고, 복어탕에는 수차례 보충해가며 끓여 먹었던 아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미나리의 의미를 예전엔 미처 몰랐다. 단지 미나리가 어떻게 생겼고 무슨 맛인지 알고 있다는 '인지적 이해'와는 달리 미나리가 큰 힘이 된다는 느낌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서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느낌을 김소월은 달을 향해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I Didn't Know That Before Kim Sowol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People 2021.03.28

[혁신] 새로운 것과의 조우(遭遇)

Encounter with a Novel Thing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지금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신제품, 신기술, 첨단 서비스―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대를 서바이브하려면 어떻게든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로서는 잊지 못할 경험이 세 번 있었다. 첫번째는 1993년 미국 SMU 로스쿨에 유학을 갔을 때 도서관 한켠에 놓여 있는 인터넷 전용 단말기(PC)였다. 국제전화요금을 물지 않고도 월드와이드 웹(World-Wide Web: www)을 이용해 여러 페이지의 문서를 해외로 순식간에 송수신할 수 있다는 말이 곧이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은 그로부터 몇 년 후 파리에 갔을 때였다. 몇 가지 생필품을 사러 오샹(Auchan) 마트에 들렀는데 매장이 복층으로 되어 있고 사람들은..

People 2021.02.20

[가곡] 짝사랑의 추억이 '동무생각(思友)'으로

입춘(立春)도 지났으니 꽃 피는 봄이 머지 않았다. 전에 학교 다닐 때 자주 불렀던,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가곡 '동무생각'을 콧노래로 부르게 된다. 지금 불러도 전혀 촌스럽거나 고루하지 않고, 멀리 있는 친구를 불러서 우정을 다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노래는 초창기에 나온 한국의 가곡(歌曲, Lyric song)으로서 기존 창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였다. 더욱이 그 가사가 학창시절에 짝사랑했던 여인에게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스 부호 같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해석한다면 그 배경이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1922년 마산 창신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던 박태준("P", 朴泰俊, 1901~1986)이 동료 국어교사 이은상("L"..

People 2021.02.10

[추모] 박노해 "겨울 사랑"으로 갈음한 弔辭

1월 29일 저녁 가형(家兄)이 돌아가셨다. 향년 85세. 장례는 화장이 예정되어 있어 입관을 할 때 참관을 하고 가족 대표로 조사(弔辭)를 하기로 했다. 요즘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해 장례식장에서는 종교적 집회가 금지되어 있는 데다가 유가족은 無종교이기 때문에 뭔가 짧게 함축적으로 추모의 말씀을 고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KoreanLII에 영역해서 올려놓은 적이 있는 박노해 시인의 "겨울 사랑"을 인용하면 좋을 듯 싶었다. 오늘 우리는 하늘나라로 떠나가시는 박태용(朴太鏞, 1936. 11. 18 ~ 2021. 1. 29) 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것을, 우리가 본 영화 "반지의 제왕" 제3편에서는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지금..

People 2021.01.31

[Destiny]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 이야기

코로나로 집콕을 하다보니 FM 방송을 청취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어느날 스웨덴의 국민화가라 불린 칼 라르손(Carl Larsson, 1853~1919)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화가 이름이지만 수채화, 삽화가로 유명했고 동시대의 화가인 알폰스 무하처럼 파리 박람회 때 이름을 날렸다. 그 뿐만 아니라 스웨덴 가구회사 IKEA 가구와 실내장식에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말을 듣고 급호감이 갔다. * 여기에 올린 칼 라르손의 그림은 이광중 회계사의 블로그에서 전재한 것이다. 칼 라르손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는 이소영 지음,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 스웨덴 국민화가의 일상속 작은 행복」이 2020년 6월 RHKorea에서 출간되었다. 지극히 불우했던 어린 시절 라르손은 반 고흐와 같은 1853년..

People 2021.01.08

[Advice] 親友 권오현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

연말 친구들과의 송년 모임이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모두 취소되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부부동반으로 모이기로 하고 장소와 메뉴까지 다 정해 놓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고등학교ㆍ대학교 동창들 중에 사회저명인사가 한둘이 아니지만 작년에 이어 금년에 「초격차(超格差)」라는 베스트셀러를 연속 출간한 권오현 친구를 첫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모임을 가질 때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였거니와 여기서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경영자','똑똑하되 게으른 경영자' 같이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는 빼고 책에 나오지 않은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권오현 고문은 지금도 요청이 있는 곳이면 10명 이내로 모여 문답식으로 기업경영의 고충을 상담해 주고 있다. 스탠포드 전자공학 박사로서 메모..

People 2020.12.31

[심리] 주요한 '불놀이'가 DABDA 5단계라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로 일컬어지는 주요한의 '불놀이'(1919)를 전에 소개한 바 있다. 처음엔 이 산문시를 스무살도 안된 일본 유학생이 썼다는 점에 놀랐고, 1910년대의 평양 시내의 연등행사에 주목해서 영문으로 번역하는 데 치중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시의 내용을 심도 있게 살펴보게 되었다. 운율을 내재한 이 산문시에서 1인칭 화자는 연등행사 불놀이를 보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연인을 생각하며 슬픔과 분노에 차 있다가 대동강 놀잇배에 오른다. 기생의 창을 들으면서 하늘과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오늘의 삶을 비탄에 빠져 보내서는 안되겠다며 깨우치는 과정을 활동사진처럼 보여준다. 밤 늦게까지 하룻 동안 연속해서 일어난 일련의 극적인 사건은 마치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는 것 같았다. ..

People 2020.12.11

[웨비나] Law via the Internet 2020에 참가하고

9월 22일과 23일 법률분야의 국제 NGO인 Free Access to Law Movement (FALM) 연차총회 Law via the Internet 2020 (LvI2020)이 가상회의(virtual conference) 웨비나(Web+seminar) 형태로 열렸다. 1992년 미국 코넬 로스쿨의 법학도서관에서 가상의 Legal Information Institute (LII)를 세우고 "인터넷을 통해 돈을 내지 않고도 필요한 법령과 판례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하자"(Free Law via the Internet)는 운동을 시작한 이래 현재 65개 기관이 공익 목적의 LII 활동을 펼치고 있다. 1차적으로 법령·판례 정보를 만드는(Primary source), 우리나라의 법제처나 법원도서관 ..

People 2020.09.26

[출간] 행복은 우리 맘에 있어요 - "Really?"

9월 초 박시호 행복편지* 발행인이 기획한 "200명의 인물사진+행복에 관한 짧막한 단상"을 엮은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3월 어느 모임 자리에서 박 이사장(행복경영연구소)이 스마트폰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우린 각자 포즈를 취했다. * 행복편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일 아침 구독자에게 e메일로 전송되며 YouTube에도 같은 이름으로 게시되고 있다. 연말에는 박 이사장의 작품 사진과 함께 아담한 책자로 꾸며져 현재 13회째 발간되었다. 그가 밝힌 기획의도와 책 발간 취지는 이러했다. "모든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보다 어렵고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들이 더 많았다고 본다. 그래도 힘든 순간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이..

People 2020.09.10

[족보] 디지털 시대의 전자족보 재개통

운봉박씨(雲峯朴氏) 전자족보를 올려놓았던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 트래픽이 별로 많지 않아 퇴직 후에도 학교 서버를 계속 이용하였는데 서버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해당 사이트의 팔로우업이 없는 것으로 보고 디렉토리를 정리해버린 모양이었다.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교 콘텐츠만 따로 백업을 해두었기에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모바일 환경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당초 집안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촌들이 각자 콘텐츠를 올릴 셈으로 위키 플랫폼을 이용해 2013년 9월 론칭한 바 있다. 외우기 좋게 도메인 이름도 parks.pe.kr로 등록(15년간 유효)해 두었으나 비공개로 설정해 둔 때문인지 일가친척들조차도 전자족보를 열람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전자족보의 취지 및 원칙 전자족보에 관심이 많은 집안 어른은 미국으..

People 20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