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 with a Novel Thing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지금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신제품, 신기술, 첨단 서비스―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대를 서바이브하려면 어떻게든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로서는 잊지 못할 경험이 세 번 있었다.
첫번째는 1993년 미국 SMU 로스쿨에 유학을 갔을 때 도서관 한켠에 놓여 있는 인터넷 전용 단말기(PC)였다. 국제전화요금을 물지 않고도 월드와이드 웹(World-Wide Web: www)을 이용해 여러 페이지의 문서를 해외로 순식간에 송수신할 수 있다는 말이 곧이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은 그로부터 몇 년 후 파리에 갔을 때였다. 몇 가지 생필품을 사러 오샹(Auchan) 마트에 들렀는데 매장이 복층으로 되어 있고 사람들은 계단 없이 완만한 경사가 져있는 무빙워크에 카트를 싣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에도 다 설치되어 있지만, 이 장치를 처음 보았을 때 많은 물건을 카트에 싣고 복층 매장을 다녀야 하는 문제를 일거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세 번째의 놀라운 조우는 2007년 미국에 방문교수로 가 있을 때 일어났다.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을 처음 만져보고 당시 위에는 액정, 아래는 자판이 있는 폴더폰을 쓰고 있던 나로서는 화면에서 멀티터치 방식으로 조작하는 애플 아이폰이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역사상 신기한 물건을 목격한 기록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1853년 일본 에도(도쿄)만에 나타난 미국 군함(黑船, くろふね)을 보고 놀란 일본인들이었다. 무방비 상태이던 일본 에도 막부는 미국 페리 제독의 요구에 따라 개항(開港)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쇄국정책을 폈던 조선 조정도 20여 년 후에 강화도 앞바다에 나타난 일본 운요호(雲揚號)에 의해 똑같은 수법으로 개항을 강요 당했다.
성경에 나타난 가장 기묘하고 이상한 물체와의 조우는 선지자 에스겔이 기록을 남긴 하나님이 타고 온 비행물체의 목격담(에스겔서 1:1~28)이 아닌가 생각한다. UFO 신봉자들은 이것을 지구에 도착한 UFO 모선과 자선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1] 그러나 지금 당장 "기다, 아니다" 논란에 휘말리거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시험에 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앞서 말한 인터넷과 경사진 무빙워크가, 또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온 것처럼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분별력에 의해 언젠가는 에스겔 선지자의 말씀을 자연히 알게 될 것으로 믿는다.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것을 유연한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받아들이는 게 지체되진 않았는가, 또한 이것을 두루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라고 하겠다. 영어로 요약하자면 "Flexible acceptance, Not-so-delayed response, Beneficial utilization"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 등장한 물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입소문을 타면서 널리 이용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SMU 로 라이브러리에서 어느 외국인 교수가 장문의 논문을 '공짜로' 보내는 것을 보고 그게 e-Mail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샹 마트에서 고객들이 카트를 끌고 위아래 층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대박이 날 것임을 예감하였다.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요즘 유튜브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는 동영상들도 그러하다.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새로 등장하지만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하는 사람이 없으면 취미활동이라면 몰라도 지속적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긴 어렵다. 그래서 괜찮은 유튜브 동영상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의견표명을 하기로 했다.
Then What shall We Do?
지난 2월 14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다는 뉴스를 듣고 다들 놀란 것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창립 이래 계속 적자가 난 기업이 창업주에게 의결권 프리미엄을 안겨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뉴욕증시에서 IPO (기업공개)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도 기업가치를 단순한 현금흐름(cash flow)이 아니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충성고객의 범위, 그 동안 축적해 놓은 데이터의 질과 양, 물류 시스템의 효용 등을 고려하여 평가(valuation)한 것이라 한다.[2] 이러한 데이터나 시스템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비대면 경제(untact economy)에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도 늦지 않게 이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일론 머스크의 결제수단 포함 선언으로 그 값이 크게 뛰어오른 비트코인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것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뒤늦지 않게 투자대열에 참여해야 하는가?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이것이 화제에 올랐다. 한 친구가 1636~37년 네덜란드에서 투기광풍을 불러 일으켰던 튤립 사건(Tulip mania)을 말했다. 그 때 투기 수요가 몰아닥친 튤립 구근 한 뿌리의 값이 집 한 채 값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이성을 되찾았다. 몇 달 후 여기서 분명 예쁜 꽃이 피겠지만 그것이 우리를 편히 쉬게 해주는 집 한 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거품(bubble)이 낀 것이다.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중앙은행이 통화로서 인정하기 전이고 그 가격변동폭이 너무 크므로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이것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투기상품과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가격변동폭이 큰 자산시장에서 일반 사람은 크게 벌거나 크게 잃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멀리 하는 세 부류로 나뉘는데 그 비율을 각기 2%, 48%, 50%라 친다면 -- 투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이에 무관심하거나 초연하지만 뛰어들었다가 폭망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의미 -- 자기가 설 자리는 자명[3]해지지 않을까? 괜히 남이 하는 것 보고 욕심을 내어 분수(分數)를 모르고 투기적인 제로섬(zero sum) 시장에 뛰어든다면 패가망신하기에 딱 맞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것 -- 그것이 새로 만나는 사람이든, 새로 나온 사물이든, 아니면 새롭게 펼쳐진 상황이든 -- 우리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하거나, 일단 경계를 하면서 다른 이들의 반응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거부하는 쪽을 택하게 될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다가 궁극에 이르러서는 확률적인 결론을 내리거나 점(占)을 쳐보는 등 운명의 흐름에 맡기곤 한다. 사실 하루하루 일상을 단조롭게 사는 서민들보다는 변화무쌍한 역동적인 삶을 사는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들이 점을 많이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업가요 정치인이었던 P회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헬리콥터를 타고 가서 역술가를 만났으며, 임직원 면접을 볼 때 관상가를 대동했던 L 회장은 그가 신봉했던 점 덕분에 전쟁 통에도 살아 남았고 굳건한 사업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반면 점괘만 믿고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옥고마저 치뤘던 C 회장도 있기에 점복(占卜)이 만능해결사가 될 수는 없다.
새로운 것과 조우했을 때는 그 장면을 객관화하고 주체적으로 판단을 하되 다른 사람의 조언(助言)이나 모호하기 짝이 없는 점사(占辭)를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무의식적인 욕망 내지 원망(願望)을 직시[4]하고 자기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하는 방안을 택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울 것이다.[5]
Note
1] 김기백, 「성서의 불편한 진실들」, 해드림출판사, 2016. 왕년에 신학을 공부했던 저자의 블로그에도 간추린 내용이 실려 있다.
2] 사실 기업평가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법원이 부실기업의 회생가능성을 판단할 때 비교하는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 value)와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도 현금흐름을 가지고 계산한다.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주제였던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ing) 역시 현금흐름의 담보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이 점을 강조하여 담보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shift)을 주장한 도쿄대학교 우치다 다카시(內田 貴) 교수의 논문(擔保法のパラダイム)을 읽을 때에는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본격적인 빅데이터와 구독경제의 시대에 들어서는, 우리도 매일같이 실감하고 있거니와, 잘 정비된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에 그 가치가 그 어느 것보다 우선하고 있는 실정이다.
3] 가격변동폭이 큰 자산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지, 아니면 잃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MBTI 성격유형이 투기적인 성향이 있는 걸로 나오거나, 사주(四柱)에 편재(偏財)가 있고 대운이 길(吉)하게 진행된다면 단타 매매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로 섬 시장에서 남 좋은 일만 해주고 결국은 손털고 나와야 할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IT 벤처사업가 고진석의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웅진서가, 2014)를 보면 주역으로 점을 쳐서 주식 투자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증권회사 다니다가 나와서 3개월 만에 데이 트레이딩으로 1억을 벌었다. 6개월 후 전에 자신에게 돈을 벌게 해줬던 점괘가 또 나오자 더욱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가 투자한 돈을 다 날리고 알거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이다. 반대로 정재(正財)가 있는 사람은 주식투자를 싫어하는데, 하더라도 저축을 하듯이 장기간 가치투자를 하는 성향을 보인다.
4] 앞서 말한 고진석 씨는 같은 책에서 2011년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그의 주역점을 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현재를 나타내는 괘는 '화풍정(火風鼎)'이고 미래를 보여주는 괘는 '천풍구(天風垢)'였다. 박 후보는 지명도나 지지도에 비추어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었음에도 인권변호사로서의 명망에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와 민주당의 지원이 합쳐져 마치 세 발 달린 솥처럼 인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고 대선 후보로도 유망시되었으나 '계집 녀(女)'와 '임금 후(后)'가 합쳐진 글자 '만날 구(姤)'처럼 만남을 조심하지 않아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그가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 만남을 갖거나 여자 경쟁자 또는 여자로 인해 망할 수 있다는 주역의 경고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의사의 유병(有病) 진단서처럼 받아들였더라면 ……"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5] 학계에서도 경영학계의 태두로까지 불리고 유수 대학교의 총장 물망에도 오르던 P교수가 비슷한 사건으로 정년을 몇 해 앞두고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인문학자 고미숙 선생은 "자신의 운명을 알면 가전제품 사용설명서 읽듯이 조심해서 살텐데" 하고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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